초등학교 1학년에게 "자기 뺨 때려라"

전남 장흥 G초등학교 '자학 체벌' 물의... 피해 학생 학업 중단

등록 2006.07.09 21:22수정 2006.07.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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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남 장흥군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떠든다며 학생들에게 '자기 뺨 때리기'를 체벌로 줘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사실상  자학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학부모의 반발을 사고있다.

전남 장흥군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떠든다며 학생들에게 '자기 뺨 때리기'를 체벌로 줘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사실상 자학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학부모의 반발을 사고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최근 일부 초등교사들의 체벌문제로 인권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남지역의 한 초등교사가 '떠든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뺨을 수십 차례 때리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일로 한 학생은 결국 학업을 중단하게(취학의무유예) 됐으나, 문제의 교사는 공식 주의 조치는커녕 담임을 계속 맡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남 장흥 G초등학교 1학년 A반 담임교사 P(54·여)씨는 학생들에게 이상한 '체벌'을 가했다. 자습시간에 떠든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뺨에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때리게 했다는 것이다.

G초등학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P교사는 학급 반장에게 1교시 시작전 자습시간에 떠든 학생들 이름을 적어내게 했다. 이 명단에 이름이 한번 오르면 10대, 두번 오르면 20대를, 급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 뺨을 세게 치도록 했다.

P교사는 "어른이 때리면 아이들이 아프기 때문에 일부러 학생 스스로 때리게 했다"고 이유를 댔다. P씨의 이 같은 문제행동은 지난해에도, 올 들어도 있었다. 올 4월 B(8)군은 떠든 아이로 지목돼 자신의 뺨을 수십 차례 때렸고, 일일 반장이 된 후에는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내기도 했다.

이후 B군은 학교 가기를 꺼려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기던 아버지 C(36)씨는 나중에야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7일 전남 장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C씨는 "입학 전에는 굉장히 쾌활한 아이였는데 그 일을 겪으면서 말수가 적어졌다"며 "학교를 두려워하고 있고 날마다 학교 가기 싫다고 말했다"고 걱정했다.

C씨는 "부모로서 아이가 이상한 체벌을 받고 있는데 무조건 등 떠밀어 학교에 보내기도 쉽지 않았다"며 "교사가 직접 아이를 때리는 것보다 스스로 뺨을 때리게 한 행위는 아이의 마음에 더 상처를 입힌 잔혹한 학대행위"라고 비판했다.


B군은 기자가 "학교 가기 싫으냐, 무서운 게 이유냐"라고 묻자 고개만 끄떡였다. B군의 어머니(36)는 "학교가 아니라 집이 안전지대인 것 같아 아예 학교에 보내지 않고 함께 있으니 오히려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학교와 교육당국, '실태조사' 없이 마무리


a 피해  학생은 결국 학업을 중단했다.  사진은 취학의무유예신청을 한  B군의 누나가 동생의  일을 겪고 난 이후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그림.

피해 학생은 결국 학업을 중단했다. 사진은 취학의무유예신청을 한 B군의 누나가 동생의 일을 겪고 난 이후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그림. ⓒ 오마이뉴스 강성관

C씨는 지난 4월 18일부터 2개월 넘게 P교사, G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장흥교육청 등에 문제제기를 해왔다. C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P교사는 물론 G초등학교와 학교운영위원회, 장흥교육청 등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학부모 C씨는 "P교사가 볼에 손자국이 남지 않으면 안 때린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손자국이 남을 때까지 때리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가 관계기관에 알리겠다고 해도 P교사는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이후 C씨는 학교운영위원장 등에게 운영위원회 공식 안건으로 다뤄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장흥교육청에도 그 심각성을 알렸지만 '실태조사' 한번 하지 않고 경위서를 토대로 일상적인 장학지도만 했다.

이에 따라 P교사는 공식 '주의' 조치 한번 받지 않고 1학년 담임과 학교운영위원회 교사 위원을 지내고 있다.

학교측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C씨는 지난 5월 19일 '담임교사의 학대로 인한 학교기피'를 사유로 '취학의무유예신청서'를 제출, 유예결정을 받았다. 또 C씨는 G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B군의 누나를 인근 한 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P교사와 학교측 등은 '뺨 때리기' 문제가 이 남매의 전학과 휴학으로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 장흥교육청은 물론 학교측은 P씨가 언제부터, 얼마나 '자기 뺨 때리기'를 시켰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다만 학교측은 유예신청 이전에 'B군이 다른 반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C씨는 "우리 아이가 반을 옮기고, 문제의 교사는 그대로 담임을 맡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교사와 학교가 교육문제를 떠나 인권문제에 너무 안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G초등교 교장, "무슨 좋은 일이라고 조사를..."

a G초등학교는 B군이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모든 문제를 마무리지었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의 P교사는 아직 담임교사를 맡고있다.

G초등학교는 B군이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모든 문제를 마무리지었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의 P교사는 아직 담임교사를 맡고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에 대해 G초등학교와 P씨는 '스스로 뺨 때리기'가 잘못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B군이 휴학까지 한 것은 부모의 잘못이라는 분위기다. G초등학교 김아무개(60) 교장은 "담임교사가 그 정도(체벌)가 과하다는 것을 인정했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약속했다"면서 "담임교사 교체(피해학생이 다른 반으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는데 우리를 회피하고 학교를 잡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체벌을 하지 않도록 했고 교사들 연수도 했다"며 "더 이상 조치를 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 실태조사' 여부 등에 대해 "무슨 좋은 일도 아닌데 조사하고 그러겠냐"며 "그 학생도 없는데 담임 교체가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P교사는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할 의도였다면 그렇게 안했을 것"이라며 "체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말로만 하면 안되니까 제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는 의미에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P교사는 "지난해에도 그랬고 올해도 4월 들어서도 했지만 긴 기간 동안 하지는 않았다"며 "손자국이 나도록 때리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학부모는 학교와 연관된 일은 잘 안하려고 했다"고 말하고 "아이도 곤욕이다, 아이가 학교에 나오려고 해도 의도적으로 보내지 않고 있다"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냈으면 문제가 끝났을 것인데 부모가 그런다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P교사는 학교측에 제시한 의견서에도 "담임과 학부모의 교육관에 차이가 있어 담임을 불신하게 됐고 자녀를 장기간 결석하게 하여 어쩔 수 없이 취학유예를 하게 되었다"며 B군의 학업중단이 부모 때문인 것으로 돌렸다.

이와 관련, 장흥군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장학지도를 통해 체벌관련 연수 여부를 확인하고 체벌규정 등을 철저히 주지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G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김아무개(49)씨는 "어린 학생들에게 정신적 충격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도 학부모 교육관 책임으로 돌리려 하느냐"며 "그런 교사들의 태도와 인식이 사태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해당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게 됐는데도 문제의 교사가 아무런 징계도 없이 담임을 맡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P교사의 '자기 뺨 때리기'는 B군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가해졌지만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학부모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의 부모는 "이것은 체벌을 넘어선 학대"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성보다는 자학의 결과 빚어

이와 관련 정신과 전문의 조중근 박사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대방의 뺨을 때리는 것은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려고 할 때 하는 것"이라며 "반성보다는 자학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의 훈육이 학생들 스스로 반성하게 하는 교육적 목표가 있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라며 "이런 행위를 한 초등학생들의 심리적 발달 상태로 따지면 교사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사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학교에 가기 싫어진다"고 분석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사에게 맞는 것보다 더 수치심을 유발하는 게 자해하는 것인데 왜 그 많은 방법 중에 이런 방법을 썼는지 슬프다"며 "적절한 훈육방법이 아니면 학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훈육은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데 분명한 것은 학교에 가기 싫다는 것은 충격을 받은 것이고 학교가 두려워진 것"이라며 "교육의 목적과는 상반된 결과를 낳은 행위에 대해 교육청 등에서 금지하도록 각급 학교에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광주지역 한 초등교사는 먼저 한숨을 토하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신이 직접 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체벌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런 인식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사실상 스스로의 인격모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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