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코 비정규직 해고자들, 드디어 일터로

32명 먼저 복직... 장미꽃 든 노동자들 "먼저 복귀해 미안해요"

등록 2006.07.14 19:30수정 2006.07.14 19:30
0
원고료로 응원
a 14일 오전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해고 비정규직 108명 중 32명이 1차 복직됐다. 복직 노동자들은 축하 선물로 받은 장미꽃을 들어 "먼저 들어가서 미안하다"며 환영 나온 노조원 등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14일 오전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해고 비정규직 108명 중 32명이 1차 복직됐다. 복직 노동자들은 축하 선물로 받은 장미꽃을 들어 "먼저 들어가서 미안하다"며 환영 나온 노조원 등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됐던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지난해 10월부터 공장 점거 등 세 차례의 크레인 농성 끝에 14일, 32명의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된 것이다.

이날 복직은 지난 5월 13일 나상묵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장, 유창종 순천시장 직무대행, 문양오 등 협력업체 대표 3인, 김창한 전국금속노조 위원장 등 8자가 서명한 합의서에 따른 것이다.

현대하이스코와 협력업체들은 해고노동자 108명에 대해 '2006년 6월 30일까지 30%, 2006년 12월 31일까지 30%, 2007년 6월 30일까지 40% 등 세 단계에 걸쳐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복직 노동자들, 소속 업체 없어 '불안'

14일 오전 8시 전국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민주노동당,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전국금속노조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장 앞에서 복직 환영식과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서 성실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먼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해고 노동자 복직은 국민여러분과 전남동부지역민, 노동자 모두의 승리"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물심양면의 성원을 보내 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남은 해고자들이 합의서의 성실한 이행으로 조속히 공장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면서 "합의서는 정의와 상식이 통하고 약속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라며 성실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복직 노동자들이 생산현장에서 아무런 차별과 멸시가 없는 노동자로서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회유와 협박이 있거나 차별과 탄압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후 이들은 '떡 절단식' 등을 열고 복직자들을 축하했다. 아직 공장으로 복귀하지 못한 해고 노동자들은 복직자 32명에게 장미꽃을 전하면서 "공장에서 다시 열심히, 굳건히 살아달라"고 당부했고, 복직자들은 "우리가 먼저 복직하게 돼 동지들에게 미안하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하이스코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0일 32명의 복직자 명단을 노조측에 건냈지만 복직 노동자들이 어떤 협력업체 소속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해고 이후 해당 협력업체가 폐업을 해 원청 업체인 하이스코가 다른 업체와 새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차행태 부지회장은 "복직은 했는데 협력업체가 바뀌어서 어떤 업체 소속으로 일하게 될지 불투명하다"며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현대측이 경비업체로 편입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의서에 서명한 대로 원직복직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a 14일 오전 32명의 1차 복직과 관련 금속노조 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복직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합의서 성실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14일 오전 32명의 1차 복직과 관련 금속노조 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복직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합의서 성실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


"노조활동 보장 등 성실 이행 및 손배소 철회해야"

또 합의서에는 노조활동 보장을 위해 하이스코 순천공장 내에 있는 협력업체 사무실에 노조 사무실을 두도록 했지만, 합의 당시 공장 내에 있었던 협력업체 사무실들은 공장 밖으로 이전해 버렸다. 이와 함께 노조는 "합의서에 따라 하이스코 등을 상대로 불법 파견에 대한 고소 등을 취하 했지만 사측은 또 다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조대익 사무차장 등 2명이 확약서 이행 등을 주장하며 서울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건설 현장 타워 크레인을 점거농성한 것에 대해, 시공사인 엠코가 20억원 손배소를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차행태 부지회장은 "노조 사무실 보장 등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합의서 내용에 따른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공사인 엠코는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의 건설사로 합의서 대로 손배소를 철회해야 마땅하다"며 "합의서를 이행할 것으로 믿고있지만 만약 또 다시 지켜지지않는 다면 또 다른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 부지회장은 "지난해 노조를 결성하면서 우리가 거리로 쫓겨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목숨을 건 크레인 농성을 벌이고서야 이렇게 복직됐다"며 "아직도 비정규직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조결성 등 노동3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고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소회했다.

그는 "지난해 공장 크레인 농성으로 확약서를 손에 쥐었지만 결국 사측이 이를 쓰레기로 만들어 또 다시 목숨을 건 크레인 농성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해 6월 13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10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124명은 '전국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를 결성,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그러나 하청업체 사장단은 "여러 업체소속 노조 결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일부는 폐업을 하고 일부는 노조원들을 대량 해고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노조는 집회와 삼보일배 등을 통해 해고자 복직과 노조 인정을 요구했고, 급기야 지난해 10월, 61명의 노조원이 공장 내 크레인 농성에 돌입했다. 11일만에 확약서를 체결하긴 했지만 이 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또 다시 노조원 30여명은 지난 4월 공장 내 크레인 농성을 벌여야 했고, 5월 1일에는 현대그룹 본사 신축공사장 타워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세 차례의 크레인 농성으로 현재 박정훈 지회장, 조대익 사무차장, 정병권 조직차장 등 3명이 구속 수감 중이다.

a 이날 32명의 복직은 지난 5월 13일 하이스코, 협력업체, 금속노조 등이 맺은 합의서에 따른 것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3번의 크레인 농성 끝에 복직을 얻어냈다. 사진은 지난 5월 1일 상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확약서 이행 등을 요구하며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이날 32명의 복직은 지난 5월 13일 하이스코, 협력업체, 금속노조 등이 맺은 합의서에 따른 것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3번의 크레인 농성 끝에 복직을 얻어냈다. 사진은 지난 5월 1일 상경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확약서 이행 등을 요구하며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