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의장하려고 난리인지 모르겠다"

[인터뷰] 5·31 지방선거서 낙선한 윤난실 전 민노당 광주시의원

등록 2006.07.21 14:18수정 2006.07.2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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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달 26일 4대 광주광역시의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안'이 통과됐다. 조례 통과에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윤난실 전 광주시의원 등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그는 의회 내에서는 '왕따'소릴 들었지만, 지역 사회의 평가는 달랐다.

지난달 26일 4대 광주광역시의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안'이 통과됐다. 조례 통과에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윤난실 전 광주시의원 등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그는 의회 내에서는 '왕따'소릴 들었지만, 지역 사회의 평가는 달랐다. ⓒ 광주드림 안현주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성적표는 다소 초라했다. 지난 2002년 전국적으로 비례대표 광역의원으로 진출해 의정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던 8명 역시 지역구에 출마해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들은 각 지역에서 특정 보수정당의 의회 독식 구조에서 고달픈 '왕따'를 자처했다. '부결(否決) 의원'. 의정 활동의 어려움과 함께 불합리한 관행과 패거리 정치에 홀로 부딪혀야 했던 현실을 자조적으로 드러난 별칭이다.

의회 내에서는 '왕따'였지만 지역사회에서 서서히 '지원군'이 많아졌던 윤난실 전 민주노동당 광주광역시의회 비례대표 의원. 그 역시 민주당 싹쓸이에 지역 최초의 민노당 지역구 광역의원이라는 꿈을 접어야 했다. "지방정치와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다고 평가하는 그였지만 "그래도 유권자들이 원망이 안돼더라"고 말한다.

아쉽게 지역구 진출 실패한 '부결의원'... 친정집 '민주노총'으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선정 우수의원, <시사저널>광주전남을 움직이는 사람들 선정, 제1회 장애인인권상, <문화일보> 한국지방자치학회 선정 우수조례 특별상 수상 이력이 그에 대한 평가를 방증해준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은 높았다. 그래도 그에게 유권자들은 32.8%의 지지를 보내줬다.

이에 대해 윤 전 의원은 "민노당이 어떻게 더 대중화돼야 하는지, 온전히 신뢰받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자신의 낙선보다 더 "괴로운 것"은 따로 있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시의원이 있어야 하는데 민노당이 단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해 괴롭다"고 했다. 아쉽다는 표현 대신 '괴롭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그 부분이 절실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26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자신이 스스로 조례운동본부 공동대표직까지 맡아 주민청원으로 발의된 '광주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가 통과된 것에 대해 "안됐다면 굉장한 부채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최근 광주광역시의회 등 지방의회가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파행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왜 의장 하려고 난리들인지 모르겠다"며 '승자 독식'과 '패거리정치'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장 자리를 역할보다는 권력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의원들이 시민의 '대표자'가 아니고 '대리자'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는 4년 동안의 의정활동 동안 가장 아쉬웠던 것은 통학로 안전 확보를 위한 범시민모임을 추진하지 못한 것과 외국인이주노동자지원조례가 부결된 것을 꼽았다.


많은 이들이 "지역(선거구)에서 운동하면서 정치활동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윤 전 의원에게 자연스럽게 건넨다. 아쉬움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전 의원은 "우선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로 다시 복귀할 것"이라며 "선거를 염두해 두면서 지역운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32.8%에 대한 책임은 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광주 서구 한 찻집에서 윤 전 의원을 만나 4년간의 의정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민노당이 비례대표 배출 못한 것이 가장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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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성관

-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전체적으로 인물 변별력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가 실종된 선거였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방정치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대선이라는 부분에 함몰돼 예비대선이라는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한나라당의 '정권 심판론'과 반한나라당 정서가 호남에서는 민주당표 결집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광주광역시의원 선거에서도 16개 지역구 전체와 3명 중 2명의 비례대표가 민주당이다. 지방권력 교체로서의 선거나 자치에 대해 평가하는 선거가 실종 된 것이다."

- 의정활동 1위를 했는데도 낙선했다.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은 선거 하면서 많이 배웠다. 저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해서 실제 처음으로 출마한 선거다. 그동안 시민과 유권자는 개념이 대단히 상식적이었다면 선거를 치르면서는 복합적이고 구체적인 관계를 요구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정책중심의 의정활동을 평가받았지만 '구체적인 관계형성'을 어떻게 했느냐에 대해서는 미흡했다. 민노당이 어떻게 더 대중화돼야 하는지, 우리의 기반이라고 생각했던 유권자들에게 온전히 신뢰받고 있나 하는 것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32.8%의 지지자들은 굉장히 소중하다. 앞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 서운하지는 않았나.
"정말로 원망이 안돼더라. 어떤 분은 심하게 말하면 '창피하다'고 했는데 원망이 안되더라.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소각장문제, 음식물 사료화 문제 등 현안을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주민과 밀착하지 못했던 것 같다."

-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지방선거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민노당이 시의원 비례대표를 단 한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것이 괴롭다. 아쉬움을 넘어 괴롭다."

- '괴롭다'고 말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시의원이 있어야 하는데 단 한 사람도 배출하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이 부분이 절실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 민노당이 광주시정과 관련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의원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비례대표 없다는 것이 가장 속상하다. 일단 8명의 기초의원이 있어서 생활정치에 대한 기회는 갖었다. 그러나 광주시가 정책적인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와 자료 갖지 못하게 된 점 때문에 구체적인 개입을 할 수 없게 될 소지가 많아 당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란한 지점이다. 이 부분은 정보공개 요청 등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 아쉬운 것은 저의 의원 활동은 어떤 면에서는 실험과정인데 당이 시의원 한 명을 활용해서 당의 지향이나 정책을 관철하는 부분에서 충분하지 못했는데 이런 부분을 채울 수 있는 4년을 잃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본회의서 중증장애인지원조례 통과... "마음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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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강성관

- 초기에는 '부결의원'이라는 별칭도 있었다.
"초기에 그렇다. 지방의회의 입법, 감사, 예산심의 기능 중 입법기능이 미흡하다는 점이 제일 크게 다가왔다. 결국 감사 등에서 지적만 하지 제도로 만들어놓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전국적으로 지방의원들의 4년간 평균 의원 입법 건수가 1건이 안된다. 전반기에 제가 제출한 3건의 조례가 모두 부결돼 제가 스스로 '부결의원'이라고 불렀다.

상임위 활동을 하는데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로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하는 분위기였다. 저는 개개인의 책임성이 드러나야 하고 판단의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상임위에서도 표결을 주장했다. 결국 항상 5:1로 항상 깨졌다. 초기에는 의회 내부 고발자로서의 존재 이유가 더 큰 것 이었다. 관행에 맞서는 이질적인 존재로, 다른 창으로 의회를 보게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 자신의 의정활동에 대한 성과라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조례제정하는 것보다는 불합리한 관행에 맞서는 것에 대해 평가해 주는 것 같다. 집행부 권력으로부터 저만이 자주적이라고 감히 말하는데 민노당이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고 '의원 활동은 저렇게 하는 것이 의원 아니냐'는 것을 보여줬다는 면에서 언론에서 평가해 준 것 같다.

아쉬움이 많지만 의회에서 대중교통특위를 구성한 것이 성과 중 하나다. 정부가 문화중심도시 추진하니까 구성한 문화중심도시추진특위 같은 정치적 의미의 특위가 아니고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실태조사와 함께 개선책을 모색하는 특위였다. 이렇듯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특히 시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특정사안에 대해서 특위를 구성한 사례가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오랜동안 블럭처럼 느껴지던 것에 대한 도전이면 도전이었다.

그리고 중증장애인자립생활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나와서 뿌듯하다. 2년 동안 준비했고 중증장애인에게는 절실한 것이었는데 마무리돼서 마음이 가벼웠다. 안됐다면 굉장한 부채감을 느꼈을 것이다. 대중교통특위는 큰 문제는 던져놨는데 마무리 하지 못해서 마음이 무겁다."

-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저는 모든 곳에서 절대 소수였다. 민주주의 기본은 다수결주의다. 조례를 개정하거나 제정할 때, 또는 관행과 싸워야 할 때 열린우리당이 창당되기 전에는 민주당 18명, 민노당 1명이었다. 그래서 모든 사안마다 저 '혼자'에서 최소한 51%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부결의원'도 됐다. 똑같은 일은 해도 다른 의원들은 에너지의 10%면 되는 일인데 저는 70%~80%을 써야 했다.

그러다보니 시끄럽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론화해서 따져봐야 했고 언론을 통해서 문제제기하고 수 많은 공청회, 대책위, 간담회를 했다. 다른 측면에서는 이해관계자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 향후계획은. 지역운동을 할 계획인가, 정치활동을 할 것인가?
"저는 이런 구분에 대해서 동의 안한다. 저는 애초 대중운동을 하다가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느껴서 민노당에 참여했고, 비례대표로 나서 의정활동을 했다. 진보정치 운동을 하면서 저의 활동의 장이 A일 수 있고 B일 수도 있다. 그 장소가 대중조직일 수 있고 연구의 분야일 수도 있다. '정치'라는 부분을 따로 떼어내서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협소한 의미로 보는 것에 대해 동의가 안된다.

우선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에서 비례대표로서 나서게 해서 의원을 했고, 지금 휴직상태이기 때문에 다시 복귀할 것이다. 의정활동이 개인의 성과가 아니기 때문에 조직에 환원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역에 더 있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것인데 저는 선거를 염두에 두면서의 지역운동은 하고 싶지 않다"

"왜 의장하려고 난리들이죠?... 외국인노동자조례 제정해 줬으면"

- 지방자치에서 생활정치가 강조되고 있다. 민노당 잘 하고 있다고 보나.
"다른 정당과 비교하면 질이 다르고 잘 하고 있다. 그러나 민노당이 표방하고 지향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것고 관련해 지역사회 의제 설정 측면에서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민노당을 구성하는 부분에서 여전히 전문성 갖춘 분들이 부족하고, 행정에 대한 경험 등이 부족하다. 결국 네크워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의정 활동하면서 소수자 운동, 시민들의 불이익 등에 대해서 못 보거나 놓친 부분이 있다. 민노당에 거는 기대, 어떻게 비치느냐에 대한 문제 등 외부와 소통하는 부분에서 항상 부족했던 것 같다. 이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 최근 의장 선출 문제로 시의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개인적으로 왜 의장을 하려고 난리들인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 간다. 시의회뿐 아니라 기초의원에서도 여전히 문제다. 의장 선거 때문에 파행을 겪는 것은 '승자 독식' 때문이다. 의장 선거하면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독식하니까, 패가 갈리고 이를 봉합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자질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의장 자리를 권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의장은 의회를 잘 운영하고 조정하고 의원 전체를 대신해서 시민의 대표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런 역할로 보지않고 권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제일 안타까운 것은 상임위원회가 너무 수동적이다. 그래서 저도 상임위원장은 해보고 싶었다. 상임위가 비회기 때도 모여서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똘똘뭉쳐서 예산 심의 전에 공청회라도 하면서 예산 편성이 잘 됐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이런 것이 없어 답답했다."

- 민선4기 시의원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이번에 선거운동하면서 유권자에게 명함 건넬 때, 유권자들의 반응을 잊지않았으면 좋겠다. 차갑고 때로는 모욕적으로까지 느껴지고 낮이 뜨거워졌는데 제 경험을 모두들 했을 것이다. 이런 유권자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잘 할 것이다. 의원은 시민의 심부름이다.

대표자가 아니고 대리자라는 표현이 더 맞다. 대리자는 임무와 권한이 분명히 있다. 이 임무를 방기하거나 권한 과잉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대표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임된 권한을 크게 벗어나기도하고 임무를 방기하니까 집행부 견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 이 조례만큼은 꼭 제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은 것은.
"제 공약 중에 통학로 문제가 있었다. 교육청과 시 교통기획과, 안전관련 단체, 학교운영위, 교육위원회와 함께 '통학로 범시민모임'을 구성해 보고 싶었는데 못했다. 국가에서 교통 개선분담금을 주는데 광주시는 통학로 관련 예산을 쓰지도 않고 반납을 했다. 가장 많이 반납한 것이다.

또 그동안에 개발 일변도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놓친 부분에 대해서 행정력이 투여돼야 한다. 시의회에서 광주 전체를 진단해보고 과잉투자된 부분, 불균형이 어디에 있는지, 진단이 필요하다. 또 조례제정을 추진했는데 못한 것이 외국인이주노동자지원조례다. 광주가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로서 약자에 대한 보호, 특히 이 조례는 꼭 제정되기를 바란다."

a 그는 우선 자신의 친정인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시의원이 되기 전 그는 기획총무국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지지해 준 유권자에 대한 책임도 질 것이라고 말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우선 자신의 친정인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시의원이 되기 전 그는 기획총무국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지지해 준 유권자에 대한 책임도 질 것이라고 말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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