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에서 배우는 역사

'동학농민혁명' 배우는 제2회 우금티 청소년 역사 캠프

등록 2006.07.31 17:36수정 2006.08.01 10:19
0
원고료로 응원
a 정읍의 동학농민혁명 기념관 앞에서 학생들이 즉석 '동학 무기' 체험을 하였다. 당시 일본군의 무기는 기관총과 자동소총, 농민군의 무기는 죽창. 죽창을 신발에 빗대어 저 멀리 던져본다.

정읍의 동학농민혁명 기념관 앞에서 학생들이 즉석 '동학 무기' 체험을 하였다. 당시 일본군의 무기는 기관총과 자동소총, 농민군의 무기는 죽창. 죽창을 신발에 빗대어 저 멀리 던져본다. ⓒ 최장문

(사)동학농민전쟁 우금티 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충남역사교사모임이 공동 주관한 '2006 우금티 청소년 역사 캠프'가 지난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공주에서 열렸다.

불과 100여 년 전 어둠을 어둠이라 말하지 못하고, 아픔을 아픔이라 말하지 못하며, 본 것을 보았다 말하지 못하고, 들은 것도 들었다 말하지 못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때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고 외치며 강대국의 간섭에 대하여 자주성을 지키고, 신분의 귀천 없이 모두가 잘 사는 평등사회를 위한 외침이 있었으니 '동학농민혁명'이었다.

그 혁명의 마지막에 공주 우금티가 있었다.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이번 캠프에 충남을 비롯한 기타 지역에서 35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28일 첫째 날에는 무령왕릉 관람, 우금티 답사, 하나되는 놀이마당, 동학강좌, 모둠별 티셔츠 만들기 등의 행사가 펼쳐졌다. 29일 둘째 날에는 활쏘기 체험, 녹두장군 말달리던 황토현 답사, 충청지역 동학농민전쟁 강좌, 사발통문 만들기 등의 체험학습이 이루어졌다. 30일 마지막 날은 공산성에 올라 백제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도전 골든벨을 하였다.

캠프 인솔교사로 참여한 나에게는 동학티셔츠 만들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날 밤 모둠별로 동학운동과 관련한 상징물이나 구호를 고안하고, 이것을 티셔츠에 그려 넣는 것인데 쉽지만은 않았다.

a 모둠별로 동학티셔츠를 만들고, 다음날 정읍 황토현 전적지에서 티셔츠 안에 숨쉬는 동학 관련 이야기를 모둠별로 발표하였다.

모둠별로 동학티셔츠를 만들고, 다음날 정읍 황토현 전적지에서 티셔츠 안에 숨쉬는 동학 관련 이야기를 모둠별로 발표하였다. ⓒ 최장문

왼쪽 모둠은 동학사상의 핵심인 평등사상을 '인내천'의 한자와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한글로 표현하였다. 오른쪽 모둠은 청나라 군대인 파랑새를 상징 마크로 표현했다.

청나라 군대의 파랑새가 왜 상징마크가 됐냐는 비판을 받자, 김봉기(서산 부춘중 3) 학생은 파랑새가 아니라 '나비'라고 말을 바꾸고 그럴듯하게 설명을 하여 웃음과 야유, 감탄을 받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역사의 한 사건을 직접 자기 옷에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것이 갖는 상징성을 여러 학생들 앞에서 발표해보았다. 어느 순간 파랑새가 파랑나비로도 될 수 있다는 것을 통해서 역사적 사실 중에는 '사실이 아닌 만들어진 역사'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때 '동학농민혁명'이 '동학농민난'이라 불렸던 것처럼.

a 학생 소감문.

학생 소감문. ⓒ 최장문

마지막 날 우연히 김혜원(논산여중 2) 학생의 글을 보면서 이번 캠프에 대한 뿌듯함을 느꼈다.


처음 만난다는 것, 혼자라는 불안감,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 속에서 내 자리를 찾아가고 함께 어울린다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한 '만남'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되는 숙제인 것 같다.

도우미로 함께 참여했던 김종민(부춘중) 선생님은 "아이들을 이끌고 지도한 캠프가 아닌 저 역시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캠프였다"고 말했다. 김 선생님의 말처럼 함께 어우러지는 교실 밖 체험학습의 중요성을 느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가 세월속에서 문화의 무늬가 되고, 내 주변 어딘가에 저만치 있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