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저항권' 발언 잊었나

이현중·하신호·전용철... 정부 비판 노동자·농민 사망자 15명에 달해

등록 2006.08.03 18:11수정 2006.08.0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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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 하중근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3일 청와대 항의집회에 나선 포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 하중근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3일 청와대 항의집회에 나선 포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잘못된 법이 있으면 국회에서 그때그때 손질하고 고쳐나가야 됩니다. 민주주의는 자기를 고쳐나갈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러한 자기 시정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저항권'이라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지난 2002년 5월 대통령 후보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민주주의의 강점인 자기 시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저항권이 발생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법은 존중돼야 한다는 게 내 확고한 신념"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국민의 '저항권'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 노 대통령이 말한 '저항권'은 어디에도 통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참여정부 아래서도 노동자·농민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죽음은 줄을 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지만, 시위진압 과정에서 맞아죽은 사람도 여럿이다.

지난 2003년 1월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50)씨가 분신자살했고, 뒤를 이어 5월에는 세원테크노조 조합원 이원중(30·두개골 함몰)씨가 회사 측이 고용한 구사대에 맞아죽었다. 같은 해 9월에는 WTO 각료회의가 열리던 멕시코 칸쿤에서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 이경해(55)씨가 할복자살했다.

다음달인 10월, 한진중공업노조 김주익(40) 지회장이 35m 높이 크레인 위에서 홀로 목을 맸다. 김 지회장은 높은 탑 위에서 무려 129일간 외롭게 투쟁하던 중이었다. 13일 뒤에는 김 지회장의 자살에 괴로워하던 동료 곽재규(49)씨가 한진중공업 조선소 도크에서 투신했다.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던 또 다른 노동자 이용석(31)씨는 10월 31일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며 분신했다. 뒤이어 11월에도 세원테크노조 지회장 이해남(41)씨가 자신의 몸에 불을 놓았다. 이듬해인 2004년 2월에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박일수(50)씨가 분신, 사망했다.

타살, 음독, 분신... 지난해에만 7명 '사망'


지난해 2005년에는 노동자와 농민의 사망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9월에는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류기혁(31)씨가 노조 사무실 옥상에서 목을 맸다. 같은 달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 김동윤(43)씨도 나날이 어려워지는 생계를 한탄하며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 입구에서 분신했다.

뒤이어 농민들의 사망 사건이 줄줄이 일어났다. 같은 해 11월 농민 정용품(38)씨가 정부의 농정을 비난하는 유서를 남기고 제초제를 마셨다. 마을회관에서 발견된 정씨가 극약을 마신 날은 '농민의 날'로 지정된 11월 11일이었다.


4일 후인 11월 15일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무려 3명의 농민이 목숨을 잃었다. 농민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하신호(73)씨는 길가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그 뒤 농민 전용철(48)씨와 홍덕표(69)씨도 경찰의 곤봉과 방패에 맞아 숨졌다. 또 11월 17일에는 농민 오추옥(41)씨가 '쌀개방 반대'를 주장하며 음독 자살했다.

지난 1일 새벽 포항에서 사망한 노동자 하중근씨까지 합치면 정부의 농업·노동정책을 비판하다 사망한 이들은 무려 15명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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