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인 섭섭하게 한 것 사과... 5·18도 아픈 기억"

강재섭 대표,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서 '호남 소외' 첫 공식사과

등록 2006.08.10 14:42수정 2006.08.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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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호남민에 고통 준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의 의미로 머리를 숙였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호남민에 고통 준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의 의미로 머리를 숙였다. ⓒ 광주드림 안현주


호남을 향한 한나라당의 보폭이 더욱 넓어지고 빨라지고 있다.

박근혜 대표체제 이후 호남챙기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한나라당이 당의 전신정당 집권 시절 보인 호남 소외정책에 대해 사과했다. 이에 대해 호남지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한나라당 전신 정당 시절부터 최근 광명시장의 호남 비하 발언까지 호남지역 국민들을 섭섭하게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사죄'라는 극언을 쓰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과거 민정당 등 전신 정당 집권 시절 보여왔던 호남차별 정책 등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으로 한나라당의 향후 호남 정책을 가늠할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호남에 고통 준 부분 아니라고 하면 안돼"

그동안 한나라당 내에서 서진정책을 둘러싸고 "과거 호남 소외에 대한 사죄없이 호남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있어 왔지만, 대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강 대표는 대표 취임 한 달을 맞는 기자간담회를 광주광역시 한 호텔에서 열고 호남에 대한 사과와 함께 호남지역 발전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강 대표는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 "취임 한 달을 맞는 오늘(10일) 광주에서 간담회를 열게 돼 뜻깊게 생각하며 대표로서 호남에 계시는 국민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운을 떼고는 "호남민들에게 섭섭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한나라당에 대한 호남민들의 섭섭함이 충분히 이해간다"면서 "예를 들면 호남선을 복선화하는데 36년이 걸리고 인재를 발굴해서 활용하는 면에서도 과거에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이어 강 대표는 "언론에서 한나라당이 호남을 껴안는다고 하는데 호남에 한나라당이 껴안기고 싶다"며 "호남의 품에 안겨서 따뜻한 호남의 체온을 느끼고 우리의 뛰는 맥박을 전해주고 싶다, 마음이 문을 열고 다른 정당 못지않게 사랑해 줄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근대화 시절 많은 업적 속에서 동서의 균형발전이 미약한 부분, 여당하면서도 영호남 수도권 인재발굴에서 차별적인 점이 없었느냐를 생각하면 가슴 아픈 부분이 있고 5·18이라는 아픈 기억도 있다"며 "이런 문제를 화통하게 누군가는 털고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안기기 위해서는 진심어린 반성이 필요하다"며 사과 배경을 밝혔다.

덧붙여 그는 "과거에 호남민에게 고통을 준 부분에 대해서 '아니다'라고 체면치레하지 않고 스스로 털고가야 한다"며 "당의 책임자인 대표로서, 또 민정당 시절부터 5선의원으로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력을 가진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강 대표는 대호남 사과는 사전에 최고위원들과 논의를 통한 것이라 밝히고 "한나라당과 당장 어깨동무하지 않아도 악수를 해주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 내에서 사과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호남에 대한 한나라당 애정 확인한 것"

이날 강 대표의 사과는 한나라당이 전신 정당들의 호남 소외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이 적극적인 행보는 2007년으로 예정된 대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선에서 두 자리 수 지지율 확보가 한나라당의 중요 과제이기 때문이다.

강 대표의 사과에 대해 이정현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은 "전신 정당이 호남 소외를 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당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것에 대해 호남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진정성을 가지고 호남에 다가 가기 위한 것으로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부족한 부분은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 요구가 있어 왔고, 이것이 안 되니까 자꾸 진정성이 없다고 했는데 대표가 이렇게 사과를 하게 돼서 다행이다"면서 "한나라당의 호남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 것이고, 이제 우리의 진정성을 받아들여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강 대표,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 박계동 의원, 전재희 정책위의장, 황우여 사무총장, 임태의 여의도연구소장 등 당 지도부 10여명은 광주광역시와 당정협의회를 열고 광주지역 현안 사업과 국비확보 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광주 방문에 앞서 강 대표 일행은 9일 전북도와의 정책간담회를 열고 이날 오전에는 전남 목포 한 시장을 방문해 민심을 탐방하기도 했다.

강 대표의 이같은 행보에 광주 계림동 구시청사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김아무개(43)씨는 "사과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당연히 과거 잘못에 대해서 사죄를 해야 한다"며 "말로는 '협력한다' '해주겠다'고 하는데 실상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말로만 하지 말고 지역발전을 위해서 실제로 힘을 써주면 좋겠다"고 했다.

강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그 보폭이 넓어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대 호남 행보가 호남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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