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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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hatsal)등록 2006.09.02 13:44
70년대 국민학교를 다닐 때에 상은 귀하디 귀한 쌀밥 같았다
한참 10월 유신을 부르짖었던 때라 쌀밥 위에 보리를 한 겹 깔아가서 도시락 검사를 받곤 했던 그 때처럼 말이다.

지금처럼 이상 저상 마음 내키는 대로 아이들의 동기유발 차원으로 많아진 상들의 이름은 찾아보지 못한 그 때 기억에 떠오는 것은 '우등상'과 '개근상' 이 외에 교육감상이나 문교부장관상이나 선행상 정도가 입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또한 상이라 함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라 꽤나 산다고 하는 집들 엄마의 치마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어대느냐에 따라 우열이 가려지고 그녀가 다녀간 이후엔 늘 선생님은 싱글벙글이었고 관대했다는 것.

두꺼운 유리병에 담긴 새하얀 우유국물을 입가에 흘리며 먹는 아이를 따라 침을 질질 흘리며 바라보는 아이들. 엄마 젖의 기억이 없다해도 소젖을 먹는 비릿함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지만 못 먹는 아이들조차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이 고이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우유를 먹어대던 허연 얼굴의 아이들은 상을 꼬박꼬박 챙겨갔고 그 상은 아무나 받는 것이라기보다 부자집 애들만 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러니 상은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셈이었다 적어도 그때 우리들에겐.

하지만 요즘은 상이 다양해졌다.
우등상, 개근상, 선행상을 넘어 이름을 붙이면 모두가 상이 된다.

이렇게 많은 상들이 춤을 추고 다니지만 정말 값진 것은 제일 좋아하는 일에 상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언니 칭찬 좀 해줘요. 물론 큰 애 몰래^^"

동생의 큰녀석은 아들인데 언어에 두각을 나타낸다. 영어를 잘 해서 밑에 동생들도 제법 어깨 너머로 따라 배운다. 하지만 둘째는 여느 집 둘째처럼 욕심이 많아 혼자 배우고 혼자서 뭐든 해낸다. 그림 또한 잘 하는데 제법 큰 상을 받았다고 한다. 학교 전체 대표로 나간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메달도 있다. 하여 가슴 가득 안아주고나서 사진 한 장 찍자고 졸랐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칭찬에 쑥스러워하는 둘째 소영이는 조르는 것에 마지 못해 그림과 메달을 들고 왔다. 그리곤 매우 쑥스러워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색을 쓰고 표현하는데 남다르다는 생각이다. 예술가의 길이 고달프긴 하지만 난 왠지 녀석이 그림쟁이가 되었으면 싶다.

지금은 녀석의 꿈이 변호사지만 난 왠지 녀석이 그림쟁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참 자랑스럽다. 그림을 잘 그려서라기보다 자신의 작품에 아직은 부끄럼을 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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