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도 좋지만 사람부터 살자"

재래시장 상인들, "주정차단속카메라가 생존권 위협한다" 시청 항의 방문

등록 2006.09.28 19:27수정 2006.09.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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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온천동 시민로 사거리에 설치된 불법 주정차 단속 무인카메라.

온천동 시민로 사거리에 설치된 불법 주정차 단속 무인카메라. ⓒ 박성규

'주정차단속카메라'가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아산시는 지난 9월1일 불법 주·정차로 인해 발생되는 만성적인 교통정체를 해소코자 불법 주정차 무인카메라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시는 무인카메라 단속은 전국적인 추세로, 이를 통해 기존 인력 중심의 주정차 단속에서 입체적 단속으로 단속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취지에서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직원이 직접 단속에 나서며 빚어지는 민원인들과의 충돌을 줄이는 것은 물론, 단속에 따른 형평성 논란 민원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 확보, 교통사고 예방과 함께 시내의 원활한 교통소통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재래·상설시장 상인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영세업자들이 피해를 호소를 하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주정차 위반으로 적발돼 과태료를 납부하게 된 시민들의 반발도 높아 부작용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상인들, "지금은 귀신 나온다"

"지금은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겨 죽은 거리가 됐다. 귀신이 나올 정도다. 준법(遵法)도 좋지만 사람부터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람이 편하고 안정되게 살기 위해 법이 존재해야하는데 작금은 법이 시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사신(死神) 같다."

재래·상설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지역 상인대표 10여 명은 지난 26일(화) 오전 10시 "대안 없는 행정이 지역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하며 아산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a 지난 26일 오전 10시 시청을 방문해 항의하고 있는 상인대표들.

지난 26일 오전 10시 시청을 방문해 항의하고 있는 상인대표들. ⓒ 박성규

지영일 교통행정과장과 면담을 가진 상인들은 "주정차단속카메라 설치·가동으로 시장이 죽은 거리가 됐다. 대안 없는 졸속행정이 빚어낸 후유증"이라며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인들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한 상인은 "카메라 의식해 손님들이 안 온다. 우리가 얼마나 다급한 심정인 줄 아냐"며 "시는 탄력적으로 운영과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로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막연한 약속으로 끝나고 있다"고 명확한 대책 제시를 요구했다.

덧붙여 "시내권 경기가 다 죽고, 통행차량도 그리 많지 않은데 차량정체 운운하며 단속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시는 원론만 내세우지 말고 상인들의 생존대책을 세워달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상인은 "카메라 단속이 없어도 불법 주정차 차량은 많지 않다"고 말한 뒤 "시 뿐만 아니라 경찰도 상인들이 입는 피해에 일조하고 있다. 알기로는 경찰서장이 하루에 단속스티커를 50장씩 끊어 오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해 시내에는 하루종일 의경들의 호루라기 소리만 들린다.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가뜩이나 행인들 발길이 잦지도 않은데 이 같은 요인들이 얼마 찾지 않는 시민 발길을 모두 다른 곳으로 돌려놓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상인은 "이같은 사정을 알리며 시 뿐만 아니라 지역구 시의원에게도 수 차례 민원을 넣었는데도 한 번의 현장방문도 없었다"며 "근간 이마트가 개점하고 나면 시내권 상인들은 모두 망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면담을 마치고 돌아서는 상인들은 "다음 번엔 이렇게 조용히 안 끝난다 "는 말을 끝으로 던지며 추후 더욱 거세고 거친 항의를 있을 수 있다는 경고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시민과 상인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주차장(노상, 개구리) 추가 확보 ▶현행 단속주기 7분에서 30분으로 연장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장날 단속 제외 ▶상가이용 차량 주·정차에 유연성 있는 단속 ▶점심시간(12시∼13시) 탄력적 운영 등이다.

시 "생존권 빙자해 불법을 요구하지 마라"

이에 대해 지영일 과장은 한 마디로 "생존권을 빙자해서 시에 불법을 요구하지 말라"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 뒤 "상권 위축은 단속카메라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인들도 서비스 개선 등 자구책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 홈페이지 활용 및 각 호별 유인물 배포 등을 통해 대시민 홍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 과장은 상인들에게 ▶추가 주차장(노상 1306면, 노외 2135면, 부설 4만9821면) 확보 ▶일요일, 공휴일, 명절, 지역축제일 단속 지양 ▶점심시간 탄력적 운영 ▶물건 상·하차 차량, 비상등 조치차량에 대한 탄력적 운영·차량통행량 증가 시간대 및 정체구간 집중단속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대안 없는 행정 VS 시민의식 결여

"단속 이후 장시간 주·정차하는 불법차량이 줄어 도로가 깨끗해진 것도 사실이고, 단속이 선행된 행정으로 상인들의 피해가 뒤따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일부 주위에서는 시와 시민 양자가 모두 잘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는 대안 없는 행정으로 시민 반발을 야기했으며, 시민들은 시민의식 결여로 단속을 촉구하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

이번 사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한 시민은 먼저 "대안 주차장 마련도 없이 단속만 강행하면 시민들은 어디로 가느냐"며 "결국 시민보다 행정이 앞서는 사업 추진으로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며 시의 잘못을 꼬집었다.

덧붙여 "요즘 동네 슈퍼를 가도 차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금만 경제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방적으로 시에 대한 잘못만 지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시민들도 선진의식을 고취해야 한다"고 시민들에 대한 쓴소리도 함께 했다.

a 카메라 단속 시행 이후 이전에 비해 한산해진 온천동 시민로사거리(재래·상설시장 방향) 도로.

카메라 단속 시행 이후 이전에 비해 한산해진 온천동 시민로사거리(재래·상설시장 방향) 도로. ⓒ 박성규

단속카메라는

시는 현재 시내지역 17곳(금지구역 12곳, 어린이보호구역 5곳)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고,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가동되며,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동된다. 위반과태료는 승용차 4만원, 승합·화물(4.5톤 이상)차는 5만원이다.

360도 회전되며, 반경 130m 이내 차량에 대한 주·야간 단속이 가능하다. 단, 7분 이내에 차량을 출발시키면 무인카메라의 단속에서 제외대상이 된다. 시의 주정차카메라 단속 분석자료에 따르면 무인단속 전인 지난 1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1일 평균 지도건수는 170.52건, 단속(과태료 부과)은 24.67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행 이후(9월1일부터 22일까지) 지도건수는 76건으로 100여 건이 줄었으나, 과태료부과는 오히려 41.95건으로 17건(68%)이 늘어나 큰 실효를 못 거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덧붙이는 글 | 박성규 기자는 아산투데이신문사 소속으로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성규 기자는 아산투데이신문사 소속으로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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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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