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싶은 이 엄마의 자녀 교육

사춘기에 들어가는 자녀의 엄마들에게

등록 2006.10.27 15:09수정 2006.10.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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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의 집을 방문해 피아노를 배워 주는 개인 선생님. 이제는 이골이 나서 웬만한 문제는 문제로 생각되지도 않는다. 여기서 문제란 학생과의 갈등, 또는 학부모와의 관계를 말한다.

요즘 들어 이 일이 힘에 많이 부쳤다. 가을이라서 그럴까. 계절 탓으로 가르치는 일에 소홀해 진다면 한참 자격미달의 선생이다. 그건 핑계고 한 아이와의 갈등 때문이다.


6학년의 남자아이. 이제 아이란 딱지가 좀 어색해지려는지 레슨 도중 여기저기서 삐걱거린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의 비유를 맞추려니 견디기가 쉽지 않다. 피아노 개인레슨의 경우 학생과의 교감은 무엇보다 각별하다. 몸과 마음을 움직여 소리를 만들어야 하니 아이의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숙제를 통해 얼마나 반복연습을 했느냐에 따라 레슨이 좌우되므로 학생의 성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수 있다.

a <음악 설치물에 악보를 만들어 보고 있는 아이들>

<음악 설치물에 악보를 만들어 보고 있는 아이들> ⓒ 서영

따라서 레슨 시간의 결정도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배우는 게 많아 선생님들이 아이의 교육시간에 맞추어야 하고 그 시간에 레슨을 하지 못할 경우, 보충할 시간도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그 아이의 감정 상태가 파악이 안 됐다. 처음 인사를 할 때는 밝은 표정이었다가도 어느새 눈물까지 흘리는 울보가 되어 있다가 어떤 지시에도 반응이 없다가는 내가 언성을 높이면 도리어 ‘오늘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냐’며 내게 묻곤 한다.

또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의 뒤에서 무심코 엉거주춤하게 틀린 부분을 수정해 주는데 내 머리카락이 제 얼굴에 닿았는지 ‘간지럽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해서 조심스런 부분이 없지 않았다. 아줌마 선생님에게 여선생에게 느끼는 감정은 거의 없으리라 여겼다. 또 여러 남학생들을 가르쳐 본 경험에 의하면 그런 문제들은 선생인 내가 ‘자연스럽게’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그 아이의 행동은 좀 다르다. 다른 아이들 보다 감정의 폭이 좀 두드러지고 자기표현이 무척이나 강한 아이여서, 이전에 거쳐 간 3명의 선생님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특수성은 ‘나이’에 있다는 것. 그러니 내가 좀 더 배려해야 한다. 엊그제 아무런 느낌이 없는 ‘그냥 처대는’ 꼴이 되는 시간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 아이의 엄마에게 문제를 이야기 했다.

마음속으로는 ‘이제 그만 하고 싶다’는 나름의 정리로 그 아이의 엄마에게 레슨의 힘겨움을 토로했다. 한참 후 엄마와 아이가 나의 집으로 찾아 왔다. 그리고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말하라고 했다.


대부분 엄마들은 아이들이 문제가 있을 경우 아이를 대신해 선생에게 말을 한다. 일차적으로 아이가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도 그렇겠지만 아이의 의견과 엄마의 의견을 절충해서 엄마가 정리를 해 선생님에게 상담을 해온다.

아이가 우물거리면서 엄마가 대신 말하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네가 직접 선생님과 대화해야 한다'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는 또 레슨 할 때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우선 아이의 억울한(?) 심정에 동조해 준다. “그래, 그랬구나...” 아이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는 한참 후 이 번에는 선생님 말씀도 들어야지 하면서 아이에게 나의 말을 들어야 함을 강조한다.

아이와 대화를 끝내고 나서 그 엄마의 교육법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잘못 처신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새로 이사 온 남의 집 디지털 도어룩을 마구 눌러 장난을 일삼은 일, 결국 그 집 주인이 찾아와 하소연 하던 일. 그때 아이를 데리고 가 직접 아이에게 사과를 시켜야 했어야 함을 알고도 하지 않았다.

또 엄마들이 집으로 찾아 와 자기 아이에게 침을 뱉었다고 아이에게 직접 사과 할 것을 요구 했지만 아이가 지금 없다는 핑계로 주의 시키겠다는 대신 간접적 사과에 그친 일 등. 모두 부모인 나의 소극적인 훈육 방법의 잘못이 드러난 예이다.

부모로서 아이를 가르칠 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용기다.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을 마주 할 때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많은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이의 특성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구분할 때도 진정한 용기를 심어 줄 수 있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태어나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아기 때는 새우잠을 자면서 아기의 몸 상태를 살펴야 하고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학교와 친구의 보다 넓은 사회에서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제시 해 주어야 하고... 이 모든 걸 부모가 해 주어야 할 책임이라 생각하니 정말 ‘산 너머 산’이란 말이 맞다.

레슨 하는 아이의 엄마를 통해 훌륭한 아이의 교육법을 배웠다. 특히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자기 또래 친구들에게는 많은 표현을 하지만 선생님이나 부모와는 대화하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회적으로 아이의 상태를 파악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려운 상대이지만 직접적인 대화로 풀어가는 과정을 배우게 하는 그 아이 엄마 교육법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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