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돈 없어 발전하지 못하는 벤처기업 육성해야"

IT기업 투자회사 사장으로 변신... 7일 한성대서 대학생 상대로 강연

등록 2006.11.08 16:37수정 2006.11.0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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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진대제 전 장관

진대제 전 장관 ⓒ 김정미

"현재 우리 사회, 즉 우리가 사는 생태계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그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 벤처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직 3년 생활에서 느낀 점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벤처투자가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소프트회사가 6300개나 있지만 외국에서 장관이 오면 소개시킬 기업이 5개도 안됩니다. (소개시킬 기업이) 더 많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인 것입니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돈이 없어 발전하지 못하는 벤처기업이 많습니다. 이런 취약한 부분을 개선해야 합니다."

삼성전자 CEO, 전 정보통신부 장관, IT기업 투자 전문회사를 설립한 벤처투자가. 다름아닌 진대제 전 장관의 이력이다. 진 전 장관이 대학생들과 만나 장관 시절, 삼성전자 근무 시절,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7일 한성대(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열린 '저자와의 만남'에서 강연에 나선 진 전 장관은 1시간여 동안 학생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했다. 진 전 장관의 유명세 때문인지, 강연 장소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진대재가 말하는 삼성

엔지니어로 삼성전자 CEO의 자리에까지 오른 진 전 장관이기에 많은 이공계 학생들이 삼성에 대해 질문을 했다. 다소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에도 진 전 장관은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오너 경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진 전 장관은 "인사를 전횡한다, 순환출자를 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는 진부하니 제가 다른 점을 이야기해보겠다"며 삼성전자 사장 시절을 떠올렸다. 진 전 장관이 삼성전자를 맡을 당시에는 연간 7천억원의 손실을 지고 있던 기업이었다. 2000년도에 진 전 장관이 맡은 뒤 연간 1조원의 이익을 내자 진 전 장관은 오너에게 20층의 건물을 짓는 기획안을 올렸다고 한다.

"솔직히 건물을 너무 크게 건설하는 기획은 아닐까 걱정을 했습니다. 결국 회장에게 혼이 났습니다. 하지만 크게 세운 기획 때문이 아니라 기획을 너무 작게 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너는 저에게 왜 50층 건물을 지을 생각은 하지 않느냐, 왜 20층 건물 2개를 지을 생각은 하지 않느냐고 다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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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미

오너는 전문경영인과는 달리 좀 더 장기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기획한다는 것이 진 전 장관의 말이다.

사장단 회의가 있을 때는 그 뿐만 아니니라 모든 사장들은 물을 절대 마시지 않았다는 일화도 전했다. 그는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사장단 회의와 오너 회의를 했다"며 "하지만 오너가 꿈쩍 하지 않고 회의에 참여하니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회의에 집중했다는 이야기이다.


진 전 장관은 삼성에 쓴소리도 했다. 그는 삼성이 80조원의 매출, 10조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이지만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내부에서 자극을 받고 새로운 기술의 융합을 위해 시스코처럼 새로운 기업을 사서 그들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벤처기업처럼 상당히 젊은 팀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면된다'고 주문 걸었던 장관 시절

진 전 장관은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통부 장관 시절 그는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밑의 직원들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우선 그가 한 일은 차관에게 OECD에서 산정한 정보지표에서 한국이 모두 10등 안에 들도록 지시했다.

"전화, 인터넷 속도 등의 정보지표를 10위 안으로 올리라는 요구는 어찌보면 무리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정통부 차관은 우선 OECD에 가서 예전 한국의 정보 데이터를 현재의 데이터로 갱신했습니다. 그러니 다른 일을 할 것도 없이 모든 지표가 10위 안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메일서버 등록제와 옵트인 제도를 도입해 스팸메일을 하루 평균 34.9통에서 6.9통으로 줄인 일도 소개했다.

진 전 장관은 "할 수 없다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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