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은 교수·직원, 그럼 돈낸 학생은?

대학도서관 대출제도... 교수·교직원은 2-3개월, 학생은 10일

등록 2006.11.30 10:28수정 2006.11.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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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학생 한명이 신간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학생 한명이 신간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 허환주


a 학생의 책 대여 일수는 10일, 대여 권수는 5권이다

학생의 책 대여 일수는 10일, 대여 권수는 5권이다 ⓒ 허환주

대학교 4학년인 전위안씨. 그는 얼마 전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다가 황당한 일을 겪게 되었다. 그가 학교에서 빌리려던 책 5권이 모두 대출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이기도 하고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겠지만 예약까지 다 돼 있는 상황이어서 예약도 하지 못했다. 그를 당황스럽게 한 것은 책의 대출 기간들이었다. 그가 빌리려던 대부분 책들의 대출기간이 근 2개월이라는 점이었다. 결국 그는 책을 빌리는 것은 고사하고 예약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은 비단 전씨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었다. 베스트셀러인 엘빈 토플러의 신간 <부의 미래>를 대출 받으려던 김모씨는 이 책을 예약하는데 만 한 달 이상 걸렸다. 다름 아닌 장기대출을 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웬만한 신간을 보려면 2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며 “새로 들어온 것에 대한 대출 기간을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문제가 일고 있는 이유는 학교의 교수나 직원과는 달리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정해진 대출기간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우 책 대여 수 및 기간에 관해 교수(전임교수, 석좌교수, 기금교수)는 20권 90일, 직원, 부속학교 교원, 조교는 10권 30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재학생의 경우는 5권 10일로 정해놓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학부생에게는 5권에 10일간의 대여기간이 주어지지만 교직원에게는 20권에 60일, 교수에게는 30권에 90일의 대여기간이 주어진다.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기간과 권수의 차이는 있지만 직원에게는 2개월, 교수에게는 3개월 이상의 대여기간을 주고 있다. 책 대여수도 대체로 직원은 10여권, 교수는 20∼30여권 정도 된다. 하지만 학생들의 대출기간은 10일에 불과하고 책 대여권수도 3권에서 5권을 맴돌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도서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a 학교 홈페이지에는 책 대여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책 대여 제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 허환주

대학교 도서관들이 이러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는 교직원들의 연구를 돕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가 남용된다는 것이 문제다.

전위안씨는 “교직원들의 대출기간이 2개월 이상인 것으로 안다”며 “자료활용, 연구목적 등으로 책을 이용할 순 있겠지만 신간이나 소설을 2개월 넘게 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소재의 대학 도서관 관계자 김모씨는 큰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현재 대출된 도서를 학생이 예약할 경우, 대출자(교직원)에게 메일과 문자로 예약 사실을 통보하여 반납을 종용하고 있다”며 “만약 단권일 경우는 학생의 요구에 의해 추가로 복권을 구입해 대출하고 있으며 또한 이용율이 높은 신간에 대해 다수 구매를 요청하면 적극 반영하는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학생들이 책을 구하지 못해 읽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 하지만 학생들이 도서 대출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것은 비단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있고 없고의 문제만은 아니다.


4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씨는 도서대출 제도가 학생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라고 한다. 즉 소수의 교직원에게 장기간의 대출을 허용해주는 것은 다수의 학생들을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는 것. 그는 “교직원과 학생들의 대여 권수와 대여일을 비슷하게 정한 뒤, 만약 교직원들의 연구, 자료활용을 위해 필요한 책이 있을 경우 대출 기간을 늘리는 것이 올바른 대출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도서 대출 제도를 그렇게 고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도서관 관계자의 입장이다. 도서관 관계자 김모씨는 “학생과 교직원의 대출이 비슷하게 한 연후에 연구에 필요한 책에 대해서 대출 기간을 늘리는 것은 도서마다 일일이 등급을 매겨 대출일을 지정해야 한다”며 “이러한 방안은 무리”라고 설명한다.

학생들은 도서관 관계자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답답해한다. 전씨는 도서관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교직원의 대출기간은 차지하고서라도 신간이나 인기도서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도서관이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읽을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지금의 대학교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학생회 관계자도 전씨의 의견에 대해 동의한다. 관계자는 “도서 대출제도가 어떻게 보면 작은 부분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하지만 이러한 작은 부분에서부터 학교가 학생을 배려한다면 학생들은 좀더 애교심과 자긍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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