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고맙다! 자존심 세워준 여자 핸드볼팀

새벽 잠 쫓으며 본 유일한 경기...여자 핸드볼팀 결승전

06.12.14 16:01최종업데이트06.12.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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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시아경기대회는 유난히도 생중계에 박하다. 축구, 야구, 농구 같은 인기 프로스포츠나, 금메달이 유력한 몇몇 종목을 제외하곤 죄다 녹화중계다. 녹화중계도 승부처만 짧게 편집해서 보여주니 경기 흐름이나 내용이 어땠는 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여자핸드볼도 아시아경기대회 5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는 것만 경기소식을 통해 전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여자핸드볼 결승만큼은 밤을 새서라도 '쌩'으로 보겠노라고.

@BRI@여자선수들이 화끈하게 '복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중동심판들의 농간에도 굴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꿋꿋하게 페어플레이를 펼친 '멋쟁이' 남자 핸드볼 선수들 대신. 부르르~.

드디어 카자흐스탄과의 결승전이 시작됐다. 잠시 졸다가 깜짝 놀라 TV를 틀었더니 전반전이 진행 중이었다. 허걱!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우리가 3점차로 지고 있었다. '어, 내가 아직 잠이 덜 깼나?' 눈을 비비고 다시 봤건만 지고 있는 게 맞았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얼른 일어나 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철썩 같이 믿었던 우리 선수들은 몸이 무거워보였다. 반면 카자흐 애들은 펄펄 날았다. 덩치는 얼마나 좋고, 힘은 또 어찌나 좋은 지. 하지만 전반 막판, 우리나라는 특유의 빠른 패스 플레이가 살아났고, 14-14 동점으로 전반전을 끝냈다.

휴~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핸드볼은 흐름을 타는 경기.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전이 되자 평균 5~6점차 리드를 지키며 우승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한 가지 아쉽다면 수 차례 시도한 우선희(라이트윙)의 스카이 플레이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현란한 스카이 플레이로 '핸드볼도 못하고 뻔뻔하기 까지 한' 중동 애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줄 수 있었는데 아깝다.

경기 스코어 29-22. 결국 한국은 아시아경기대회 5연패를 달성했다. 전 선수들 모두 잘 했지만 특히 문필희(레프트백)와 김차연(피봇)이 기억에 남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문필희는 시원한 중거리포와 탄탄한 수비로 상대코트를 유린했다. 쑥쑥 자라서 한국의 에이스로 성장한 막내가 기특하다.

김차연은 핸드볼에서 가장 '험한' 포지션인 피봇을 맡고 있다. 덩치 큰 상대팀 선수들을 온몸으로 막아낼 뿐만 아니라 피봇 위치에서 순간적으로 돌아서 쏘는 슛이 일품이다. 상대 선수 수비하느라 넘어지고, 다치는 빈도가 누구보다 많지만 언제나 묵묵한 그 표정이 믿음직스럽다.

이날 경기를 보면서 깨달았다. '여자 핸드볼은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이기적인가.' 또 핸드볼팀이 있는 여고를 다녔고, 핸드볼 국제대회는 녹화를 해서라도 꼬박꼬박 챙겨보지만 여자핸드볼이 아시아경기대회 4연패를 이룰 동안 제대로 경기를 본 적이 없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국제대회에선 항상 금메달을 따주기를 바랐구나….

여자핸드볼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새벽 잠 쫓으며 생방송으로 본 유일한 경기, 역시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

덧붙이는 글 | <경기, 난 이렇게 봤다>에 응모합니다.

2006-12-14 16:01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경기, 난 이렇게 봤다>에 응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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