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산물'을 '아파트 공터'에서 만나다

등록 2007.01.01 09:57수정 2007.01.0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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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마트에서 소외된 우리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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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설 준비로 분주한 모습 ⓒ 김양은

창원 팔용동 아파트 단지에는 매주 토요일 작은 장이 열린다. 우리 농산물이란 카드를 내걸고 농민들이 직접 소비자들과 연대해 만든 자리인지라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벽산아파트 부녀회에서는 죽어가는 우리 농가들을 살리기 위해 봉사활동을 고심하던 중 우연히 농산물을 마트에 입점하지 못해 시름하던 농민들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에서는 농산물을 대량으로 요구했지만 작은 논이나 밭을 일구는 농사꾼들에게는 몇 가구가 모여도 할당량을 채우기 어려운 일이었다.

1년 농사지은 자식 같은 농산물을 길바닥에 팽개쳐둘 수만은 없어 직접 발벗고 나선 농사꾼. 그리고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유기농 농산물을 원하던 주부들이 뜻을 합쳐 재래장을 운영하기로 합의를 본 것이다.

장소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으나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테니스 코트 한 편을 흔쾌히 내주었다.

농민들과 주부단체의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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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를 위한 현수막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 김양은

처음부터 이렇게 직거래 장터가 원활하게 운영된 것은 아니었다. 판매자와 구매자, 장소가 모두 마련되었지만 장이 온전하게 자리를 잡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우선 농민들이 판매를 직접 도맡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해타산에 어두운 농민들은 가격을 흥정해오면 어김없이 물건 가격을 낮춰 팔았다. 이는 직거래 장터의 붕괴를 가져올지도 모를 위험이었다.

이에 따라 비상회의가 소집되었다. 농민들이 조사해 온 시장가격과 부녀회의 합의 끝에 정가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여기서 정해진 가격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의 40%나 싼 가격이었다. 주부들은 환호했고 농민들은 유통마진을 줄일 수 있어 마트와 거래할 때보다 훨씬 높은 소득을 얻게 되었다.

가격 외에 홍보도 문제였다. 아무리 좋은 상품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도 주민들이 알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었다. 각 아파트 부녀회에서 도맡아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으로 플래카드도 내걸고 직접 아파트를 돌며 전단지도 돌렸다. 각 아파트 반상회 안건으로도 올리는 등 입소문을 내는데 주력했다.

더불어 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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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 장이 활기를 띈 모습 ⓒ 김양은

그 결과 예상을 넘어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주부들이 몰려들면 우왕좌왕하던 농민들은 이제는 웬만한 시장 상인을 넘어서는 여유와 입담을 자랑한다. 끝물 때 가면 남은 농산물을 덤으로 얹어주는 인심까지 자랑한다. 이 직거래 장터는 농민들과 아파트 주민들의 합동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재래시장이 사라지는 요즘 사람들의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빛을 발한다.

우리 농가도 살리고 유기농 식품을 생활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직거래 장터가 전국 곳곳에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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