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대정치는 음모와 권모술수의 정치

[북리뷰] 렁청진 저, 인물중국사 <역사를 읽으니 시대의 길이 보이네>

등록 2007.01.01 11:55수정 2007.01.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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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펴낸 곳, (주)도서출판 한길사 ⓒ 유태웅

중국 수 천년 역사를 만들어 온 주체이자 권력자들이었던 황제와 재상, 외척과 환관 등 수 많은 인물들을 통해 중국의 역사를 살펴 본 <역사를 읽으니 시대의 길이 보이네>는 총 860쪽에 이르는 제법 묵직한 분량의 책이다.

수 천년 중국역사에는 34개의 크고 작은 왕조가 생성되고 소멸되었다. 대부분 왕조말기에는 황제의 무능이나 환관, 대신들의 부패와 권력남용 등으로 농민을 중심으로 민란이 발생하면서 왕조가 무너졌다. 왕조가 바뀌는 과정을 살펴보면 복잡한 역사 속에서 시대가 변하더라도 대부분 기본틀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BRI@각 왕조의 건국방식, 개국 황제들이 인재로 원했던 문신, 장수들은 비슷했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대부분 전쟁이 일어났다. 송태조 조광윤처럼 군대내부 반란의 방식으로 정권을 빼앗아 나라를 세운 경우는 적었다. 대부분 유혈방식이었고 처음의 봉기는 실패하고 그 뒤를 이은 봉기가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秦)나라 때 진승과 오광이 먼저 의병을 일으켰지만 그 뒤를 이은 유방과 항우가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한(漢)나라가 등장했다. 전한(前漢)말기 녹림과 적미 등 반군은 전한을 멸망시키지 못했지만, 신진세력이었던 유수가 반군을 제압하고 한(漢)왕조의 계통을 이은 후한(後漢)을 건립했다.

후한말기엔 먼저 황건적이 일어났을 때 황건적을 진압한 조조, 유비, 손권이 삼국시대를 열고 조위(曹魏)정권이 후한을 멸망시켰다. 수(隋)나라 말기에는 이밀, 두건덕, 두복위 등의 반란군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 관룽귀족 집단의 이연이 반란군을 진압하고 당(唐)왕조를 세웠다. 원(元)나라의 실질적인 개국 황제는 칭기즈칸 이후 손자 쿠빌라이였다.

또한, 한상동, 유복통, 곽자홍 등이 가장 먼저 원에 대항에 반란을 일으켰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곽자홍의 부하인 주원장이 원나라를 멸망시키고 반란군을 섬멸하여 명(明)나라를 건국했다. 청(淸)나라의 실질적인 창업 황제는 누르하치의 손자 홍타이지였다. 누르하치는 청조의 창시자일 뿐이다.

각 왕조의 건국방식이 비슷한 것 외에도 개국 황제의 문신이나 장수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한고조 유방에게는 문신 소하와 장량이 있었다. 당태조 이세민에게는 문신 방현령과 두여회가 있었고, 명나라 주원장에게는 문신 이선장과 유기가 있었다. 이 문신들을 비교해 보면 역대 개국 황제들이 필요로 했던 인재상은 대체적으로 같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고대정치는 제왕과 환관, 외척들이 벌이는 음모와 권모술수의 정치

중국역사의 부침 가운데 34개 왕조에는 수많은 제왕과 재상, 문신과 장수, 충신과 간신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막후에서 권력을 휘두른 외척과 환관세력이 있다. 이들은 항상 서로 견제하면서 각자의 세력을 키워나갔다. 궁중 내에서 벌어지는 음모나 권모술수가 이들의 정치적 생명력을 좌우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떤 의미에서 중국고대의 정치는 '음모(陰謀)의 정치'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평소 '백성들을 지극히 사랑했다는' 어진 재상으로서 공자가 자신이 섬기던 왕과 나누었다는 대화를 소개한다. "통치자는 백성들을 부려먹고 절대로 그들이 머리를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성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

도가의 창시자인 노자는 "사람들의 머리를 텅 비게 하고, 그들의 배는 채워라. 의지를 강하게 만들고 몸은 건강하게 만들어라. 항상 사람들에게 지식이 없게 하고 욕망이 없게 하라"고 왕에게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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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 나는 전쟁도 잠시면 지나가지만, '인생의 전쟁'은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는, 더욱이 중국역사는 영원히 의미심장한 것이다." (렁청진) ⓒ 유태웅

저자에 따르면 "중국은 오래 전부터 수 없이 전쟁이 일어났고 세계적으로 권모술수가 가장 발달한 나라다. 세계 어떤 나라도 권모술수에 관한 한 중국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다"라고 말한다.

"중국은 역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 방법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민족도 따라오지 못한다. 중국은 지모가 발달했지만, 그 중 상당부분은 음모였고, 특히 역대로 궁정은 음모가 자생하는 곳이자 발원지였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다.

이 책에는 수 천년 중국역사를 통틀어 권모술수와 음모를 통해 자신의 나라나 권력을 키워나가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환관은 중국에서 가장 특수한 집단이었다. 환관이 황제를 속이며 전권을 쥔 현상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고 한다.

한(漢), 당(唐), 명(明)나라 때 득세를 해 각 왕조멸망에 단초를 제공했던 환관세력은 청나라 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 통치자들은 과거의 여러 왕조가 멸망당했던 원인과 교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환관들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그러나 청 말기 서태후로 알려진 자희태후 시대를 전후로 권력을 쥔 환관이 등장했다.

중국인의 꿈 '관리', 그리고 증국번(曾國藩) 열풍

저자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중국인의 이상은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관리'를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름을 날리는 것'이다. 관리를 하는 것은 중국인들이 꿈꾸는 이상이다. '부귀영화(富貴榮華)'라는 네 글자는 관리가 되기를 바라는 중국인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증국번은 청나라 말기의 통치집단 가운데 가장 세력이 막강한 실력파였다. 또한, 재상이었으며 학계의 으뜸이었고 황제의 스승이었다. 그래서 그는 관직, 권력, 명예와 이익을 완벽하게 결합시킨 전통 중국인의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관직이 인생의 목표였던 증국번은 1851년 중국역사상 마지막 대규모 농민운동인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고, 승승장구했다. 이후 청나라 조정에서 고속 승진해 매우 중요한 지위에 올라 권력이 막강했다.

그는 말년에 주경야독을 생활의 신조로 삼았다. 논밭의 경작을 근본으로 삼고 글 읽기를 우선시하여 이 두가지를 잘하면 오랫동안 부유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결국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최근 중국 독서계에서는 증국번 열풍이 불었다. 영화와 텔레비전에서는 장편소설 <증국번전>등을 소재로 삼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출판된 증국번에 관한 서적은 100여 가지가 넘으며 한동안 출판시장을 휩쓸었다. 이러한 증국번 열풍은 전통적인 중국인의 이상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인물중국사, <역사를 읽으니 시대의 길이 보이네>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로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각 왕조의 생성과 멸망,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인물들을 분석한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중국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견해나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전통 중국인들이 꿈꾸는 '관직'에 있었던 중국역사 속 방대한 인물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역자는 "이 책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지은이의 다른 책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나 긴 중국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과 사건 가운데 정수만 골라, 비판적 관점과 독특한 견해를 통해 그 진상을 파헤쳐서 중국의 전통문화를 재구성하였다"고 밝힌다.

역사를 읽으니 시대의 길이 보이네 - 인물중국사

렁청진 지음, 이해원 옮김,
한길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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