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마초를 허(許)하라?

[서평] 삼 합법화 논의 공론화하는 <삼과 사람>

등록 2007.01.01 17:50수정 2007.01.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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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술정보 2006년 9월 출간 ⓒ 서상일

'삼'은 '대마'(大麻)의 순우리말이다. 또 삼은 '마리화나'나 '해시시'로 불리기도 한다.

선사시대부터 삼은 인류에게 유익하게 쓰였다. 중국 후한시대 채윤이 만든 최초의 서사용 종이는 삼으로 만든 것이었으며, 인류는 지난 2천여 년 동안 삼으로 만든 종이를 사용해 왔다. 그리고 과거 우리가 즐겨 입었던 삼베 역시 삼으로 만든 것이다.

삼은 '신이 내려준 약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료용 가치가 매우 높다. 약초로서 삼은 녹내장, 천식, 암, 에이즈, 동맥경화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 산업용 가치도 매우 뛰어나 섬유, 기름, 종이, 페인트, 의류, 절연재, 밧줄, 화장품 등으로 폭넓게 이용된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것은 삼의 '놀이용 가치'다. 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면서 의료용과 산업용 외에도 레크리에이션용으로도 사용되어 왔다. 삼 잎과 삼 암꽃의 꽃받침에는 각성작용을 일으키는 THC(Tetrahydrocannabinol)가 함유되어 있다.

삼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제동거는 <삼과 사람>

@BRI@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경찰학 전공으로 연구교수를 지낸 '경찰전문가' 문성호씨가 쓴 <삼과 사람>은 삼의 비범죄화 내지 합법화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삼이 잘못된 편견으로 범죄로 규정된 과정과 현재 여러 나라에서 왜 삼의 비범죄화 내지 합법화 논의가 대두되는지 검토한다.

<삼과 사람>은 훌륭한 삼 백과사전이기도 하다. 인류가 삼을 사용해온 역사부터 삼의 갖가지 효능, 삼 사용법, 각국의 삼 정책을 비롯하여 의료, 정치, 인권, 세금, 산업, 종교와의 관계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삼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삼을 금지해온 흔한 논거는 이른바 '혼동 논리'다. 저자는 삼을 하면 잠 안자고, 함부로 돌아다니고, 폭력을 일삼으며, 사회에 각종 장애를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정 반대라고 반박한다.

"이는 정말 삼에 대해 전혀 모르고서 하는 소리다. 삼을 피우면 이들이 말한 내용과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푹 잠 잘 자고,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고, 집안에 조용히 있으려고 하며, 안정되고, 기분 편하고, 느긋해지고, 남들에게 너그럽고, 평화스러워진다."(상권 58쪽)

중독성과 해악성에 대해서도 저자는 문제를 제기한다. 삼은 아편과 달리 중독성이 거의 없다는 것. THC는 반감기가 매우 길며 여러 날을 두고 몸에서 서서히 빠져나가기 때문에 다른 마약에서 보이는 심각한 금단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삼은 신경독성 약물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엑스터시나 도수 높은 알콜은 신경세포를 파괴하지만, 삼은 신경세포를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

여러 나라의 각종 의학보고서들을 보면 과연 삼이 술, 담배, 커피 등과 같은 합법 기호품보다 위험한 물질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삼이 심신에 해로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술이나 담배보다 훨씬 약하다는 견해가 대다수라는 것.

삼 한 번 해보면 배신감 느낀다?

저자는 삼 사용 자체보다 무지와 편견에 근거한 삼 금지 정책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삼을 하면 환각작용이 일어나고, 환청이 들리고, 자살을 하고, 겁 없이 차도에 뛰어들고... 국민들은 정말 그런 줄로만 안다. 그런데 삼을 하면 절대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 풀을 땐 사람은 '아~ 쒸발 좆도 다 거짓말이잖아!'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이 배신감으로 인하여 다른 어떠한 말들도 안 믿게 만들며, 정말 위험한 마약에도 손을 내밀게 된다."(상권 59쪽)

마약이라고 했을 때 즉각 떠올리게 되는 환각, 환청, 환시 등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현상은 삼을 했을 때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환각제인 엘에스디(LSD) 등을 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삼을 옹호한다.

"삼 피우다 혹은 그 폐해로 죽은 사람은 전혀 없다. 그러나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술 먹다 죽은 사람은 여럿이다. 그리고 삼을 하고 흉폭해지는 경우는 전혀 없다. 그러나 술 마시고 흉폭해지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삼을 하고 운전하다 사고 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음주운전 하다 사고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담배나 커피를 끊고 하루도 안 지나 금단현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삼을 끊었다고 해서 덜덜 떨거나 금단현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전무하다시피 하다."(상권 60쪽)

실제 미국의 사망자수 통계를 보면, 삼을 직접적 원인으로 하는 사망자수는 '0'이다. 반면 담배를 직접적 원인으로 하는 사망자수는 연간 34만 명 내지 45만 명, 술은 15만 명 이상이다. 과연 의학적으로 무엇이 더 위험하고 무엇이 안전할까?

"폭력성과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 삼"

저자는 그간 삼에 대한 왜곡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삼이 폭력성이나 공격적 행위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가설을 꼽으며 거꾸로 삼은 폭력성과 공격성을 누그러뜨린다고 주장한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삼은 맛은 맵고 그 성질은 따뜻하다. 음양기혈 부분에서는 기는 내리고 혈은 올린다. 양이 저하되고 음이 많아진다. 따라서 삼을 피운 사람은 절대 위험하지 않다. 그냥 혼자서 생각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뭔가 주섬주섬 맛있게 먹거나 섹스를 하거나 하게 된다."(상권 217쪽)

흔히 삼과 같이 거론되는 히로뽕은 삼과는 정반대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뽕은 기와 양을 항진시켜 잠도 안자고, 공격적이 되고, 음식도 안 먹고, 섹스를 엄청 밝히게 한다. 삼이 분위기와 무드, 감미로운 터치가 동반되는 평화롭고 여성적인 섹스 스타일이라면, 뽕은 강간, SM적인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섹스 스타일과 결부된다.

삼은 통상 감각경험을 고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주된 효능은 음악과 색채감의 고양에 있으며, 그와 더불어 편안해짐과 평화의 느낌을 가져다준다. 특히 예술가들은 소리와 색을 훨씬 더 잘 느끼게 해주며 창조성을 크게 제고해주기 때문에 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삼 사용으로 인해 전반적인 행복감, 편안함, 스트레스 감소, 감각의식 증가, 기억과 회상 능력 제고, 관능성 향상, 창조적 사고력 제고, 불안의 진정현상 등을 얻을 수 있다고.

삼을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1970년대 중후반 '대마초 파동'을 거치면서 대마초는 한국에서 사회적 금기가 됐다. 유신독재의 절정인 1976년 사회규율 잡기 분위기 속에서 준비 없고 근거 없이 대마관리법이 제정되어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왔다.

그리고 언론은 대마초를 공포의 마약으로 그려내는 데 일조해 왔다. 삼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무장한 이 나라 언론은 권력의 부당한 억압을 강화시켰고, 삼 애호가들은 '죄의식 없이 죄인'으로 살고 있으며 인권을 유린당해 왔다고 저자 문성호는 주장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삼의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영화배우 김부선(http://cafe.daum.net/
heribusun)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삼 사용자를 너무 쉽게 범죄자로 매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삼과 사람>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는 삼의 부작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우리의 삼 금지정책이 극단으로 치우져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삼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미국의 삼 금지정책에서의 왜곡과 그에 반하는 의학적 견해들

1937년 미국에서 '마리화나 세금법'이 시행될 때, 마리화나 금지로 몰아간 주장들은 실체적 증거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기본적으로 마리화나 금지조치는 인종적 편견에 기인한 것들이 많았는데, 이런 주장이 반복되자 미국 국민들은 그렇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컨대 "검둥이들은 마리화나를 피우면 자신이 마치 백인처럼 착하다고 착각하게 된다"거나 "니그로인은 마리화나를 피우면 백인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되며, 백인 남자 그림자를 밟고, 백인 여성을 두 번 쳐다보게 만든다"(상권 53쪽, 재인용)는 식의 인종편견적 주장들이었다.

오히려 1937년 마리화나 세금법 초안이 작성될 때 미국의학협회 우드워드 회장은 이에 반대했으며 도대체 마리화나가 해롭다는 증거가 무엇인지 되물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리화나 세금법이 시행된 지 7년 후인 1944년 뉴욕의학협회측이 뉴욕시의 위촉으로 여러 해에 걸친 과학적 조사 결과 마리화나는 폭력, 정신이상, 성폭력, 중독, 다른 마약사용의 관문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마리화나 금지의 명분들은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입증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오히려 의학보고서를 무시하고, 삼을 악마의 약으로 왜곡 선전하였다. 국민들에게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마약중독 범죄자의 인상을 성공적으로 세뇌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세계에 강도 높은 삼 금지정책을 퍼뜨렸다.

삼 금지정책은 한국에서도 유신시대의 폭압성과 맞아떨어지면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마약금지정책이란 기본적으로 공포심을 유발하고 이 공포심으로 국민들을 조작하며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유신독재의 폭압성과 너무도 잘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여러 나라의 각종 의학보고서는 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 대표적으로, 1968년 영국 국무부의 '우톤 보고서'는 이렇게 말한다. "삼으로 인해 폭력범죄, 공격행위, 반사회적 행동 등이 초래되거나 그와는 다르더라도 정상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의학적 치료를 요하는 중독이나 정신병을 초래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없다."(상권 111쪽, 재인용)

그 외에도 삼 합법화에 대한 근거를 댈 수 있는 의학보고서는 부지기수다. 1995년 WHO(세계보건기구) 전문가팀이 작성한 유엔보고서는 마리화나가 술과 담배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양호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현재 유럽의 대부분 나라들은 개인의 삼사용에 대해 처벌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네덜란드는 선구적으로 삼을 합법화해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다. / 서상일

삼과 사람 -상

문성호 지음,
한국학술정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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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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