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못난이도넛'을 만들다

도넛으로 맞이한 새해

등록 2007.01.01 13:56수정 2007.01.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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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도넛 완성컷. ⓒ 남희원

부엌에서는 도넛 반죽이 한창입니다. 새해를 맞아 서로 새해 인사를 하며, 도넛 반죽을 하는 엄마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합니다. 설렘을 가득 안고 손을 씻어 싱크대로 가니 어느새 양푼에는 도넛 반죽이 가득합니다.

"엄마 나 한번만 해볼게요."
"안돼."

@BRI@거절당하면서도 몇 번 조른 통에 드디어 승낙을 얻어내고 반죽을 한 움큼 떼어냈습니다. 손에 잡히는 미끈미끈한 반죽의 느낌이 몹시 좋습니다.

끈적끈적한 반죽을 꽈배기처럼 기다랗게 만들어 도넛 모양으로 만드는 일은 의외로 몹시 어려웠습니다. 손바닥에 붙은 반죽 떼어내랴, 도넛을 이어붙이고 기름이 튀지 않게 조심스레 냄비에 집어넣으랴, 어느새 제 이마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맨 처음으로 튀긴 도넛은 도넛을 조금이라도 예쁘게 만들려던 첫 시도의 설렘과 기름이 더 끓기 전에 서둘러 집어넣으려는 조급함이 결합된(?) 도넛이었습니다. 이윽고 제법 링 모양을 내던 도넛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구멍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두껍고 작은 구멍이 있던 도넛들이 한결같이 구멍이 없어져 통도넛이 되고, 언니가 반죽을 냄비에 넣다가 쭉 늘어나 길쭉이 튀긴 도넛, 기자가 심심풀이로 만들어본 꽈배기, 남은 떨이 반죽으로 대강 뭉쳐 공 모양으로 만든 떨이도넛 등 여러 가지의 도넛들이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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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긴 도넛을 건져 올리고 있습니다. ⓒ 남희원

다 튀긴 도넛을 체에 받쳐 기름을 빼고 설탕을 묻혀 그릇에 담아내니 비록 모양은 못생겼을지라도 맛 하나는 기막히게 좋습니다. 도넛을 먹으며 연발해내는 탄성이 만든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는 하루입니다.

도넛을 다 튀기고 귤 약간과 우유 한 잔씩 해서 식구들 앞에 놓았습니다. 정작 힐끗힐끗 쳐다보기만 하고 도움은 하나도 주지 않은 아빠와 동생은 엄마와 언니, 저보다 더 많이 먹습니다. 얼마간 농담이 오고가는 사이 도넛은 하나둘씩 없어졌습니다.

창 밖으로 2007년의 첫 해가 밝아옵니다.

잘 만들지도 못했고, 약간은 어수룩한 솜씨가 엿보이는 '못난이 도넛' 이었지만 새해를 맞으며 오랜만에 가족끼리 만들어 나누어 먹은 못난이 도넛의 맛을 저는 오래토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해를 되돌아보며, 또 새해를 맞으며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만든 도넛. 그리고 나누어 먹으며 함께한 그 시간들. 이것이 바로 참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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