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새해 준비하는 사람들의 꿈과 소망

장애인 새내기 대학생, 신출내기 소방사, 둘째 엄마 된 주부의 소망

등록 2007.01.01 14:52수정 2007.01.0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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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보다는 두려움 앞서는 청각장애인 대학 새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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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를 안고 있는 권성진(18)양은 올해 대학 새내기가 된다.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요즘 고민이 많다. ⓒ 한만송

청년실업으로 예년 대학생들이 누렸던 낭만과 이상 그리고 자유는 많이 잃어버렸지만 어려운 입시지옥을 뚫고 대학에 첫 발을 내딛는 새내기만이 갖는 정신적·시간적 자유와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특권(?)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장애인학교에서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온 친구들과 어느 누구보다 그들을 잘 이해해주는 교사와 작별하고 낯선 대학으로 환경을 바꾸는 장애인 새내기들은 여느 새내기들보다 설렘과 두려움이 더 많다.

인천시 부평구에 소재한 청각장애인학교 성동학교를 졸업하고 천안시 소재 나사렛대학에 입학을 앞두고 있는 권성진(18) 양과 노석천(18) 군을 성동학교에서 만났다. 권양은 학과 전공을 살려 생활디자이너를, 노군은 철도운전사를 장래 꿈으로 갖고 있다.

대학 새내기로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이 어떠냐는 첫 질문에 권양은 "초등학교부터 함께 공부하고 생활했던 학교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가장 가슴이 아프다"며 "선배들에게서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생활은 큰 차이가 있어 어렵다고 들어 사실은 좀 두렵다"고 말했다.

노군은 인천에서 천안까지 2~3시간을 버스로 통학하게 돼 기숙사에서 지낼 권양보다 부담감이 더 크다고 했다. 다행히 나사렛대학은 일부 수업을 수화로 진행해 수업에 대한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도 대학 새내기로서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비장애인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노군은 대학에 들어가 만나게 될 장애인과 비장애 친구들에 대한 기대가 크고, 어렵지만 새로운 학문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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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내기 대학생이 되는 노석천(18)군. 청각장애인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노군에게 올해는 더욱 남다르다. ⓒ 한만송

이어 "대학에 들어가 여러 사람에게 수화를 가르쳐 주는 자원봉사와 함께 술 문화도 배워 보고 싶다"고 말한 뒤 조금은 수줍은 표정으로 "이성 교제도 꼭 해보고 싶다"는 각오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노군은 원래 꿈이 철도 운전이라 나중에 후회하지 말자는 취지로 철도대학에 원서를 냈지만 안타깝게도 합격하지 못했다.

권양의 포부 역시 대단하다. 권양은 먼저 아르바이트를 해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고 싶다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마트 청소와 사진기사 보조. 쉽지 않겠지만 대학에 들어가서라도 꼭 도전해 보고 싶다는 권양의 당찬 모습에 수화로 통역해 준 김정환 교사도 놀랐다.

권양의 아르바이트 욕심은 자신의 대학입학으로 인해 3명의 대학생 등록금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님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 덧이라고 김 선생이 귀띔했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설 권양과 노군의 작은 새해 소망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새해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신출내기 소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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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출내기 소방사 유정용(27)씨 어려서 부모가 일을 나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자주 아파 구급차 신세를 많이 지면서 소방사가 될 꿈을 가지게 됐다. ⓒ 한만송

인천북부소방서 갈산파출소에 근무 중인 유정용(27) 소방사의 새해 소망은 구급 출동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만큼 사건사고와 아픈 사람이 줄어드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유씨는 2006년 9월 7일 지방공무원 9급 소방사로 임용된, 아직은 신출내기 소방사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구급 출동을 한다. 물론 학교나 관공서에 나가 교육도 하고 화재가 발생할 경우도 출동한다.

한 달 평균 250건 정도 출동하다 보니 근무하는 날(격일 근무)은 24시간 내내 긴장의 연속이다. 20~30분 정도의 인터뷰를 위해서도 중앙에 보고해야 한다. 소방사는 유씨가 어렸을 때부터 품어왔던 꿈이다.

"여덟 살부터 열 살까지 부모가 일을 나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자주 아파 구급차 신세를 많이 지면서 소방사가 될 꿈을 꾸게 됐습니다."

유씨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동남보건대학)도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했다. 4개월 가까이 소방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2월 17일, 새벽부터 폭설이 내렸을 때의 일이다.

폭설로 교통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가 호흡이 없다는 연락을 받고 마음을 졸이며 현장에 도착해보니 환자의 심장이 뛰지 않았다. 심폐소생술로 조치를 취하고 몸무게가 100kg이나 나가는 50대 환자를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2층에서 구급차로 옮겨 성모자애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BRI@심근경색을 앓았던 환자의 병력과 현재 상태를 미리 무선으로 전해 응급실에서 준비하게 하고, 폭설로 인해 3분이면 도착할 병원을 10분 정도 걸려서야 도착한 후 인수인계를 하면서 유씨는 환자와 연배가 비슷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환자가 깨어나기만을 바랐다. 나중에 환자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올라갔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정말 기뻤고 뿌듯했다.

채 4개월밖에 안됐지만 유씨가 소방사로 일하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낀 것은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환자를 이송하다 처치를 잘못해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위급한 상황을 전달받고 출동하는데 차량들이 잘 안 비켜줘 현장 도착이 늦어지는 것이었다.

현재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대우아파트에 살고, 10년 동안 청천동에서 살아와 인천사람이기도 한 유씨는 "인천에 사람이 많은 만큼 아픈 사람이 많다"며 "새해에는 모두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소장님을 비롯해 직원 모두 사고 없이 건강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귀는 여자 친구와 좋은 인연이 됐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을 함께 전한 유씨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을 지난해 이룬 만큼 새해에는 맡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건강에도 신경을 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시간을 내서 수영을 할 생각이다.

생후 2주 된 아들에게 엄마 유부영(32)씨가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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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둘째의 엄마가 된 유부영(32)씨, 노력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둘째 이준서에게 약속하며 정해년 새해를 맞이 한다. ⓒ 한만송

우리가 만나 지 벌써 2주가 지났구나. 건강하게 태어나서 아직까지 큰 탈 없이 잘 먹고 잘 자고 몸무게도 조금씩 늘어가면서 자라고 있는 준서가 엄마는 참 고맙구나.

많은 사람들이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 고 말하지만 엄마는 하루라도 빨리 우리 아기를 만나고 싶었단다. 우리 준서, 직접 얼굴 맞대고 눈 맞추며 젖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모든 것들이 비록 힘이 들더라도 행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우리 준서야. 이제 며칠이 지나면 새해가 되는구나. 태어난 지 보름 만에 한 살을 또 먹는 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새해를 맞이하자.

엄마는 준서에게 두 가지만 약속하려고 해. 하나는, 엄마 감정대로 표현하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할게. 아주 힘들더라도, 화가 나더라도 네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 네가 할 수 있는 만큼을 기대하고 바랄게. 이건 이제 세살이 되는 네 형에게도 하는 약속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준서와 네 형을 비교하지 않을게. 형 준영이처럼 순하지 않더라도,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또 형만큼 말문이 빨리 트이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우리 준서를 아끼고 사랑할게. 그게 진정으로 너를 사랑하는 모습일 테니까 말이야. 너는 네가 지닌 기질과 성격대로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렴.

준서야.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내년을 보내자. 사랑한다. 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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