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 그런 상황 일어나지 말아야"

[신년 간담회] 이회창 전 총재 "'비좌파 세력' 집결 위해 뜻 모으겠다"

등록 2007.01.01 14:26수정 2007.01.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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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벽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자택은 정치인들로 북적였다.

현관에 놓인 검은 구두들은 차고 넘쳐 문 밖 아파트 복도 계단이 신발장으로 돼버렸다. 이재오, 전여옥, 정형근 최고위원을 비롯해 주요당직자들도 속속 들어왔다. 그의 팬클럽인 '창사랑' 회원들은 커다란 '황금돼지' 모형을 들고 왔다. 취재진 20여명이 거실을 차지했다. 이 전 총재의 언론 창구인 이종구 특보는 정식회견이 아닌 약식 기자간담회임을 강조했다. 최근 정계복귀나 대선 출마 등 "이 전 총재를 둘러싼 억측이 생겨난다"며 "차제에 정리하기 위해서"라고 이날 간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이 전 총재는 "오랜만에 하니 얼떨떨하다. 본의 아니게 이렇게 크게 일이 벌어졌다"며 준비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이 전 총재는 우선 "현실 정치에 참여할 의사 없다"고 밝혔다. 대선에 후보로 나선다거나 한나라당의 특정 후보를 지지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외곽에서 "좌파정권의 재집권을 막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그는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의 현실에 눈을 감고 수수방관 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다시는 좌파정권이 출현하지 않도록 막는 일이 이 나라와 시대에 진 나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비좌파 연합'이라는 대선 구도를 그었다. 그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정해지고 그 중심으로 비좌파 세력의 연합이 이뤄지면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겠나"라며 "국민의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는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막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명제"라며 앞으로 활동을 "지켜봐달라"고 강한 여운을 남겼다.

그의 측근들은 이 전 총재의 향후 행보와 관련, 대선 출마나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은 하지 않겠지만 좌파정권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재개라는 오해가 있더라도 강연 등의 활동을 통해 할 말은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전 총재의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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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1일 서빙고동 자택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저는 지난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정치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요즘 강연을 몇 차례 한데 대해 정계복귀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 하는 억측과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 동안 몇 차례 말했지만 제가 정치를 떠난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또 현실정치에도 참여할 의사가 없습니다.

다만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의 현실에 눈을 감고 수수방관 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 국정이 아주 엉망이고 북핵 사태로 한반도의 미래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 나라는 갈피를 못잡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미숙하고 무능하면서도 오기에 찬 이 좌파정권에서 비롯된 것이며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여 이러한 좌파정권을 탄생시킨 저에게 큰 책임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 나라의 사정과 앞으로 사태에 따라 닥칠 위난의 시대를 국민에게 알리고 다시는 좌파정권이 출현하지 않도록 막는 일이 제가 이 나라와 시대에 진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강연도 지금 말한 충정에서 비롯되었고 이것은 현실정치라는 차원을 넘어선 구국의 일이라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을 계속 하려고 합니다. 2007년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구현하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고통과 좌절에 빠진 국민에게 기대와 희망을 안기는 것이 새해 저의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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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1일 서빙고동 자택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회창 전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웃으며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올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으로 봐도 되나.
"그 말은 현실정치 속에 다 들어가 있다. 제 입장에서 대선을 놓고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제가 지금까지 견지한 대로 나라를 위해 국민에게 말하고 제가 할 일을 할 것이다."

- '비좌파 연합' 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인가.
"앞으로 여러 가지 해보려고 한다. 지켜봐 달라. 우선 무엇보다 국민들께 왜 좌파 정권이 재연되어서는 안된가를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하시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 남북문제에서 문제의 근원은 잘못된 좌파 코드에 있다. 우선 이러한 큰 줄거리에서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한다면 비좌파적인 집결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지난번 강연에서 순신불사(舜臣不死)라는 발언이 오해를 증폭시켰다.
"대학생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인데 대학생에게 왜 자유민주주의가 되어야 하는가, 자유민주주의가 소위 헌법이 아닌 현실로 살아 있기 위해서는 자유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정의와 신념에 대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정의와 신념,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본보기로 충무공 이순신의 예를 든 것이다. 그런 신념과 정의, 용기를 가진 분을 본받으라고 한 것이다. 사실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충무공의 말을 듣고 감동을 느끼지 않으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기자 한 명이 순신불사가 '이회창 불사'라고 봐도 되냐 라고 하길래 깜짝 놀랐다. 저를 거기에 빗댄 것은 아니다. 신념과 용기, 정의감을 대학생이 가지면 학생 여러분 가운데서 훌륭한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제가 오해를 받고 하는 거야 특별히 마음을 상하고 한 것은 없다. 학생들이 순수한 의미로 했는데 혹시라고 자기들 앞에서 정치발언한 게 아닌가 오해할까 마음이 쓰인다."

- 한나라당 경선 관련, 총재 마음 속에 좋은 후보가 있으면 그 후보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인가.
"그렇게는 받아들이지 말아달라. 어느 특정인 지지 역할 안할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들이 다 자격이 있고 다 좋은 분들이니 각자가 나라를 이끌어갈 자질과 지도력을 가진 분들이니 그 중에서 후보가 나오겠지요. 저는 어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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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1일 서빙고동 자택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이회창 전총재의 자택에는 이재오 정형근 최고위원등 한나라당 의원과 수많은 지지자들이 찾아와 신발을 계단까지 늘어놓는등 성황을 이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난번 대선에서도 앞서다가 뒤집혔는데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 충고한다면.
"구체적인 방안이나 참고 사항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다 하는 얘기고 한나라당도 스스로 많이 하고 있는데 시일이 많아 남아 있는데 지금의 상황으로 안주하면 안된다.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또 앞으로 상황이, 여당은 후보도 정해 지지 않았으니 어떤 사람이 나올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아무쪼록 자중자애하고 신중하게 나갔으면 좋겠다. 경선 조기 과열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한나라당의 현재 후보들이 양식이 있는 분들이니 조절해 가고 있다고 본다."

- 정리하면, 특정 후보 지지하지 않지만 한나라당 후보 정해지면 비좌파연합 등 좌파 정권 막기 위해 밀알이 되겠다는 것인가.
"좌파정권의 재연을 막겠다는 것이 제가 가장 큰 명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정권을 어느 쪽에서 가져오고 무슨 쟁취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 나라가 더이상 혼란과 아주 나락으로 위급한 상황으로 쪼개지지 않기 위해서는 좌파 정권의 재연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좌파 연합이라는 말을 썼지만 좌파정권의 좌파코드의 출현을 바라지 않는 많은 국민의 뜻을 모으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후보가 정해지고 그 중심으로 비좌파 세력의 연합이 이뤄지면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겠나."

- 유력후보가 있는데 한 사람이 거꾸러질 경우 대안으로 총재가 나갈 경우도 있지 않나
"묘한 함정과 같은 가정으로 묻지 말라(웃음).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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