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집에 돌아가는 것이 목표"

사망자 3000명 이른 이라크 미군의 바람... 9·11 테러 사망자수보다도 많은 규모

등록 2007.01.01 17:39수정 2007.01.0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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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텍사스주 크로포드 농장에서 안보팀 각료들과 만났다. 사진은 이날 모임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을 하고 있는 부시 미 대통령. ⓒ 백악관 홈페이지


"2007년 새해 이라크에 주둔중인 모든 미군들의 목표는 살아서 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미국의 AP통신이 바그다드발로 전송한 한 기사의 첫머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각) 교수대에서 "적들에게 저주를"이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죽은 날과 비슷한 시기에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군 숫자가 3000명에 이르렀다. 지난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46개월 만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12월 28일 텍사스 스프링 출신으로 509 낙하산 부대 3대대 소속인 더스틴 도니카(22) 상병이 바그다드에서 저항세력의 소총 공격을 받고 숨졌다고 31일 밝혔다. AP통신은 도니카 상병의 죽음으로 자체 집계결과 미군 전사자수가 3000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2006년 12월 한 달 동안 숨진 미군은 111명으로 한 달간 사망자 숫자로는 지난 1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 2006년 1년 동안 죽은 미군은 모두 820명이었다.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중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 3000번째 사망 군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백악관 스콧 스탠즐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믿고 있고 목숨을 잃은 병사들 각각을 애도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그러나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처형에도 불구하고 테러와의 전쟁이 조속히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인들에게 경고했다.

3000명의 죽음의 가치는?

@BRI@한국 전쟁에서 사망한 미군 숫자는 약 3만7000명, 베트남전에서의 미군 전사자수는 5만7000명 선이다. 이와 비교하면 3000명 이라는 숫자는 이전 전쟁에서 죽은 미군 숫자보다는 훨씬 적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크다. 2003년 3월 이라크를 공격한 지 한 달 만에 바그다드가 함락되었고 2003년 5월 1일 부시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했을 때 이 전쟁이 이렇게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벌써 만 4년이나 질질 끌고 있다. 더 문제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의 처형으로 저항세력의 공세가 약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또 9·11 테러로 숨진 미국인 숫자가 2973명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공격한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9·11 테러다. 9·11 테러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시작한 전쟁에서 원인이 되는 사건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더구나 3000명은 미군 사망자일 뿐이다.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숫자는 최소 5만명에서 최대 20만명으로 추산된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공격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3000명의 미군 희생자는 원인도 없는 엉뚱한 전쟁에서 발생했다.

초기 오판으로 상황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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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전 모습. ⓒ EPA=연합뉴스(자료사진)

미국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초기 이라크 전략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라크를 공격한지 한달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했다.

미군 장성들은 이라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40만~50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은 15만명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처음에는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03년 여름부터 저항세력의 공격이 거세졌고 결국 미군은 일부 핵심 지역만 점령하고 있을 뿐 다른 지역은 저항세력이 활개치고 다니는 상황이 됐다. 20만명 이상의 이라크 보안군과 경찰이 있지만 이들의 전투력은 저항세력과 맞설 형편이 안된다.

또 하나 미국의 오판은 이라크 국민들이 미군을 점령자가 아닌 해방자로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한 점이다. 2006년 12월 현재 2678만명인 이라크 인구 가운데 65%가 후세인 정권하에서 탄압받았던 시아파다. 또 전 인구의 10~15%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이 있다. 미국은 최소한 이들이 미군에게만큼은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제 불안과 엄청난 실업률, 치안 악화, 각종 사회 기반시설의 재건이 지지부진하면서 민심은 미군에게 등을 돌렸다.

AP통신에 따르면 후세인의 시신이 그의 고향인 오우자에 매장되던 날 장례식에 참석했던 대학생 모하메드 나티크는 "아랍 민족주의의 길은 피로 다져질 것"이라며 "신은 사담 후세인이 이 목적을 가졌으며 그가 걸었던 길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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