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빅3' 쪼개지면 대선 필패?

정초부터 '경선 승복' 다짐 또 다짐... 한 여론조사서 '분당된다' 40.8%

등록 2007.01.01 18:28수정 2007.01.0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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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일 오전 박근혜, 손학규, 원희룡, 이명박 후보등 대선주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남산에 올라 단배식을 가졌다. 단배식에서 박근혜, 손학규, 원희룡, 이명박 후보등 대선주자와 당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아름다운 경쟁'을 다짐했다. 1일 오전 강재섭 당대표가 마련한 남산 신년인사회에 나란히 참석한 것.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빅3'는 서울타워(옛 남산타워)까지 '360 계단'을 함께 오르며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 강 대표는 지난 연말 대선주자 만찬회를 마련한 데 이어 이날도 후보들의 '경선 승복'을 재차 강조했다. 약속을 확인, 또 확인하는 데는 지켜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깔려 있기 마련.

신년 여러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과 한나라당 후보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한켠에선 불안한 지표가 따라 다닌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 중심으로 당이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예측이다. 단적으로 YTN-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진로를 묻는 질문에 '현재 모습 유지' 44.1%, '유력한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분당'이 40.8%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대선 최대 변수로 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을 빼놓지 않고 있다.

@BRI@박성민씨(정치컨설팅 '민'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2007년 대선을 '개인경기'가 아닌 '단체경기'에 비유했다. 전자를 권투에, 후자를 축구에 비교한다면 두 경기의 결정적 차이는 후보 교체가 가능한지 여부다.

"축구는 한두 선수의 개인기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승리하기 위해 팀 전체의 조직력이 중요하고 조직력은 체력, 정신력, 사기가 모두 갖추어져야 극대화 된다. 서포터즈의 응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기가 과열되면 부상자가 속출하고 뜻하지 않게 퇴장당할 수도 있다."

2007 대선을 '보수 대 진보' '산업화 세력 대 민주화 세력' 등 '진영 대 진영'의 대결로 본다면 이번 대선은 단체경기의 속성을 지니고 있음에 분명하다. 잘 나가던 스트라이커도 얼마든지 교체될 수 있는 것이다.

진보에 비해 보수의 전투력과 결집력이 공고해 지고 있는 점은 분명하지만 곳곳이 지뢰밭인 점 역시 불안 요소다. 당장 '창 복귀'를 놓고 내부 평가가 갈린다. 중도를 껴안으려는 쪽에선 부담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전 총재가 새해벽두, 대선 불출마를 공언하며 대선 주자들을 안심시키면서도 당 외곽에서 '비좌파 연합' 세력을 모으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임을 표명한 것은 딜레마다.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이 '뉴라이트'와 '올드라이트'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창심'은 원심력을 자극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2007 대선' 출발지 '남산'...왜?

한나라당이 '2007 대선' 필승의 출발지로 남산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평소 '애국'을 외쳐온 한나라당은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는 가사에서 착상했다.

강재섭 대표는 인사말에서 "애국을 하기 위해 직접 애국가에 등장하는 남산 위의 소나무를 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래선지 여느 때보다 이날 모인 한나라당 사람들이 내는 육성은 더욱 울림이 컸다. 하지만 2절까지 부르진 않았다.

남산 선택의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서울타워에 오르기 위해 올라와야 하는 360개 계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2월 19일 대선까지 남은 날과 얼추 일치한다.

강 대표는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고통이 있었다. 평소 운동을 적게 한 사람은 더 고통이 컸을텐데, 선거운동도 마찬가지로 평소에 열심히 해야 쉽다"며 "무능한 정권을 타도 하고 지금부터 시작하자"고 말해 사실상 선거운동 호루라기를 불었다.

2007 대선... "선수 교체 가능한 단체전"

한편 이날 남산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사회자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게 각각 '국민훈남' '국민누나' '손대장'이라는 닉네임을 부여했다. 별다른 별칭이 주어지지 않은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스스로 "원기사(원희룡의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라 칭하며 유행어를 패러디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은 새해 첫날, 사실상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빅3'의 동선과 주요 발언이다.

[이명박] "아름다운 경쟁"...'국난 극복 지도자'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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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일 오전 박근혜, 손학규, 원희룡, 이명박 후보등 대선주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남산에 올라 단배식을 가졌다. 이명박 전시장이 단배식이 끝난뒤 이병석 의원등의 수행을 받으며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007년 1월 1일 새해의 첫 공식일정을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시작했다. 고양시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이명박 전 시장이 해맞이의 명소인 동해안의 고향(포항)을 찾지 않고 이곳을 선택한 까닭은 행주산성이 '민초의 힘으로 국난을 극복'했던 임진왜란 전적지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2300명의 적은 군사로 3만여 왜적에 맞서 군·관·민과 부녀자까지 힘을 합쳐 혼연일체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유서깊은 전적지이다. 이 전 시장의 캠프에서는 민초들과 함께 국난을 극복했던 지도자의 상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해 첫 일정을 행주산성 해맞이 행사 참석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은 간단한 인사말 끝에 "여러분∼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손을 머리 뒤로 얹어 하트 모양을 연출하는 '깜짝인사'를 해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 남산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신년인사회에 참석, "지난 한 해 박근혜 대표를 위시해 강 대표와 당직자가 수고를 많이 해서 당 이끌어주신 데 감사 드린다"며 "저도 정권을 다시 찾아오는데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 밀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년 각종 '지지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한 이 전 시장은 정치색을 배제하며 겸손한 출발을 보였다.

[박근혜] "국민통합"...'박정희·육영수' 찾아 긴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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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일 오전 박근혜, 손학규, 원희룡, 이명박 후보등 대선주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남산에 올라 단배식을 가졌다. 박근혜 의원이 단배식에서 대선후보자격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전 대표는 새해 첫 일정으로 '부모'를 찾았다. 강재섭 대표 등 당직자들과 함께 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분향 후 여느 때보다 상당히 긴 묵념을 올렸다고 그의 측근들은 전했다. 묵념을 통해 박 전 대표는 "흔들리는 나라를 반드시 바로 잡겠다"며 "경제를 살리고 국가정체성을 지키면서 국민화합을 이룩해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남산 일정에서도 마찬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국가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무너져 내린 공권력을 바로 세우며 법치를 확립해 '국민통합'을 이루는 게 첫번째 일"이라며 자신의 소명을 밝혔다.

이명박 전 시장과의 격차가 벌이지지만 '체감 인기'는 여전했다. '빅3'가 모두 남산에 나타났지만 이름 석자를 연호하는 경우는, 박 전 대표가 유일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박정희 자산'을 자신의 것으로 십분 각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에선 "A(기본)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며 "박근혜의 기본은 박정희, 육영수, 여성이라는 키워드"라고 말한다. 그런 바탕 위에 차별화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시대정신은 '국민통합'이다.

[손학규] "용 꿈꾸는 돼지"...마니산에서 동북아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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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일 오전 박근혜, 손학규, 원희룡, 이명박 후보등 대선주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남산에 올라 단배식을 가졌다. 손학규 전지사가 단배식에서 대선후보자격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빅3' 중에서 가장 뒤쳐지는 손학규 전 지사의 모토는 아무래도 차별화다. 지난 연말 대선주자 만찬에서도 '빅2'의 '줄세우기'를 비판하며 일격을 가했다. '색깔'이 비슷한 원희룡 전 최고위원과의 지지율 분점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돼지띠다"라고 외치며 올 정해년이 자신의 해가 될 것임을 자부했다.

손 전 시장은 남산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중산층, 서민을 집중 겨냥했다. "학교문 나서기를 주저하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봉급생활자들에게 집 마련을, 지방에 있는 학교를 나와도 가고 싶은 직장에 가는 그런 2007년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그런 뒤 참모와 지지자 등과 함께 강화도 마니산 참성대를 찾았다. 손 전 지사측에서는 시조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곳에서 서해 바다와 인천공항을 내려다 보며 "동북아 경제 및 서비스 중심지로서의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 구상을 가다듬기 위한 것"이라고 마니산 등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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