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저금통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돈과 돼지의 상관성 그리고 돼지저금통의 유래

등록 2007.01.01 18:30수정 2007.01.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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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식당이나 중국인 집에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복(福)'자가 거꾸로 써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복은 하늘에서 '내려와야' 하고 하늘에서 '내린다'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복을 받기 원한다. 복은 행복이다. 그런데 대부분 복을 '돈'으로 생각한다. 재산이 늘고 사업이 잘 되는 것을 복으로 본다. 그것은 복의 일부다. 복의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복은 '복=행복'이라는 등식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돈이 없는 사람은 복이 없는 사람인가? 아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인가? 아니다. 돈이 조금 적지만 행복한 사람이 있고, 돈이 많지만 불행한 사람도 많다. 돈과 행복은 절대화된 상관관계가 아니다. 마음에 달려 있다. 돈이 적어 밥을 나눠 먹어야 하지만 웃음을 반찬으로 나누는 가정은 복 받은 행복한 가정이다. 돈이 많이 고기가 진하게 있지만 싸움과 다툼으로 밥상을 대하는 사람은 복 없는 불행한 사람이다.

@BRI@순식간에 일확천금이 들어오는 것은 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다. 실제적으로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 95% 이상이 불행해졌다는 통계가 있다. 왜? 그것은 돈을 다스리지 못하고 끌려 다녔기 때문이다. 돈이 내린 결정이 가정을 갈라놓고, 인간관계를 망치고, 방탕하게 만들어 스스로를 죽이게 만들기도 한다. 진정한 복은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며 '행복'이다. 복은 행복을 대변해야 한다.

행복을 대변하는 복으로서의 돈은 열심히 땀 흘려서 모은 것이어야 한다.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가정을 세우고, 사업을 하고, 자신을 가꾸고, 부족한 이웃을 돌볼 때 진정한 가치로서의 돈이 사용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모았다가 이롭게 쓰는 것을 배운 아이가 건전한 돈의 가치관을 갖게 된다. 모으는 것과 쓰는 것이 균형이 맞아야 한다.

돼지의 두 얼굴

돼지해가 되고 나니 유난히 돈에 관한 얘기가 많이 회자된다. '황금돼지' 운운하며 '부자 만들기'가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돼지는 부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탐욕과 게으름의 상징이기도 하다.

'돼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돼지꿈' '돼지 저금통' 등 빼고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속담, 흔히 뚱뚱한 사람을 보고 '뚱돼지'라고도 하며, 귀엽게 '꽃돼지'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돼지가 부의 상징처럼 인식된 것은 돼지는 신화에서 신통력을 지닌 동물이거나 제의(祭儀)의 희생, 길상(吉祥)으로 재산, 복의 근원, 집안의 재신(財神)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화에서는 돼지가 탐욕스러운 지하국의 괴물로 등장한다. 속담에서는 대부분 탐욕스럽고 더럽고 게으르며 우둔한 동물로 묘사되는 모순적 양가성(矛盾的 兩價性)을 지닌 동물이 돼지다. 속담에서는 돼지의 탐욕스러운 성정 즉, 욕심, 지저분함, 돼지의 목청, 어리석음, 게으른 성격을 비유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부정적 관념은 유대인과 이슬람교도, 성서에서는 종교적 금기, 악마의 의도와 유혹의 상징으로까지 진전된다.

어원적 돼지 저금통의 유래

돼지저금통의 정확한 유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유럽(잉글랜드)에서 돼지저금통이 생겨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piggy bank(돼지저금통)'라는 말의 어원이 유럽에서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세시대 유럽인들은 'pygg'라고 불리는 점토(clay)로 만든 목이 달린 병에 소금, 돈과 같은 것을 저장했다.

아마도 18세기 당시에 'pygg'와 돼지를 뜻하는 'pig'가 유사한 발음으로 들렸기 때문에 도공이 잘못 알아듣고 'pygg bank'가 아닌 돼지 형태의 'pig bank'를 만든 것이 돼지 저금통의 시초라는 학설이 있다. 주문자가 'pygg'라는 점토로 만든 저금통을 원했는데 도공이 돼지 형태의 저금통을 만든 데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pygg bank'가 'pig bank'를 거쳐 돼지 저금통을 뜻하는 'piggy bank'로 어원이 변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문제는 1500년대에 만들어진 돼지 저금통이 실제한다는 사실이다. 이 돼지저금통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발견됐다. 결론은 돼지저금통의 정확한 유래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다만 돼지저금통(piggy bank)이라는 말이 오렌지색 점토(orange clay)의 일종인 'pygg'에서 나온 것만은 확실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섬기는 도구로서의 돼지저금통

또 다른 견해는 미국의 윌버 이야기다. 미국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에 채프먼 부부가 살고 있었다. 한번은 그의 아들 윌버가 자신에게 용돈을 준 탄넬씨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저희 마을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많아요. 저는 아저씨가 준 3달러로 새끼돼지를 사서 키우려고 합니다. 이 돼지를 팔아 한센병환자 가족들을 도우려고 합니다.

소년은 열심히 돼지를 키웠다. 마을의 꼬마들도 관심을 갖고 함께 돼지를 키웠다. 새끼돼지 '페트'는 살이 포동포동 올랐다. 소년은 이듬해 돼지를 팔아 한센병 환자 가족을 도왔다.

그런데 이 사실이 한 신문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이웃을 돕기 시작했다. 이것이 최초의 돼지저금통이다. 그때부터 소년들은 군것질할 돈을 아껴 저금통에 넣었다. 그리고 이 돈을 한센환자의 구제에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돼지해에 일확천금보다 돼지저금통에 쌓여가는 순박한 돈을 모아보자. 돼지가 주는 부유함이 있다면 돼지저금통에 쌓아가는 기쁨에서 행복을 찾고, 반대로 돼지가 주는 욕심이 생긴다면 그것도 돼지 저금통이 주는 '하나씩 모으라'는 순박함으로 마음을 바꿔보자.

덧붙이는 글 |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 기자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며 북칼럼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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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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