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주인공들 직업이야기 너무나 힘들어!

<나쁜 여자...> 서울의사회 가처분 신청, <거침없이 하이킥> 무속인 항의

등록 2007.01.13 09:28수정 2007.01.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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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들처럼 드라마를 사랑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대박 드라마를 치면 평균 시청률 40%를 훌쩍 넘으며, 국민의 3분의 2가 한 드라마를 함께 보는 것이 신기하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내용을 좌지우지 흔들고, 그 여파로 인해 함께 울고 웃는 민족성. 어쩌면 참 순수한 민족일지도 모르겠다.

때가 묻지 않아 타인의 마음을 함께 공유하며 함께 아파하고, 기뻐해 주는 것. 그것을 순수하다고 하지 않으면 어떤 말로 대신해야 하는 것일까? 이처럼 우리는 각 방송 3사가 내놓는 드라마를 보며 함께 만들어간다고 할 정도이다.

@BRI@그런데, 참 좋은 면도 많지만 좋지 못한 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운명이 이미 기획단계서부터 결정되어 있었지만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아들여 운명이 달라지거나, 스토리가 바뀐다거나 하는 일들이다. 물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이어지는 것도 좋지만 작품의 질을 선택한다면 그 선택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 하나 더 드라마 속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로, 살얼음판을 걷는 일과도 같다. 특히 주인공들이 사랑에만 빠져, 일반인들이 하는 일에 대한 고뇌를 잘 그려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직업과 관련되어 조금이라도 흠이 가는 내용이 들어가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며, 나쁜 드라마를 만들지 말고 착한 드라마를 만들라 항의한다.

요즘 두 편의 프로그램이 거친 항의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한 방송사인 MBC 프로그램으로 방송 시간대마저 겹치는 <나쁜 여자, 착한 여자>와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이 프로그램은 MBC 방송사의 사활을 걸 만큼 타 방송사와의 시청률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하는 의무를 가진 프로그램들이다.

a <나쁜 여자 착한 여자>가 서울의사회로부터 방송가처분 신청을 받았다.

<나쁜 여자 착한 여자>가 서울의사회로부터 방송가처분 신청을 받았다. ⓒ iMBC

그런데 <나쁜 여자 착한 여자>는 방송 초기부터 가족이 모이는 저녁 시간대 불륜을 방송한다는 비판이 연일 이어지면서 논란이 있었는데, 급기야 남자 주인공 건우(이재룡)이 비싼 차를 몰고 다니며 외도를 한다는 설정이 의사의 눈에 거슬렸는지, 서울 의사회에서 방송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하였다.

물론 이러한 신청을 냈다는 보도가 나오자 서울 의사회는 네티즌들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오버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것. 이러한 반응이 일자, 서울 의사회는 “특권의식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냈지만, 어쩐지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몽매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시트콤의 부활을 알리며 선봉장이 되고 있는 <거침없이 하이킥>도 무속인들에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것은 지난 10일 아내(박해미)의 기가 너무 강해 남편(정준하)이 하는 일이 잘되지 않아 아내의 기를 누르는 굿을 하기 위해 등장한 무당이 '기량'을 제대로 과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미의 '기'에 눌리는 설정이었다.

특히 극 중 해미의 강한 기에 눌린 무당이 작두를 타다 발이 베여 피가 나는 설정과 "장군님을 몰라 봤다"며 꼬리를 내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무속인들의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항의를 했다.


이러한 일들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줄곧 드라마에서 특정 직업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하하는 내용이 나오면 즉각 각 직업군의 단체에서 반발이 일어나 일파만파로 문제가 커졌다.

물론 특정 직업에 대대 비하를 하고자 했다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해당하는 직업인들이 불쾌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이다. 이러한 일들은 현실과 허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들이 너무나 드라마를 사랑한 나머지 현실과 허구를 헷갈려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하늘을 찌른다. 그만큼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현실에까지 끌어와 혼동을 느끼는 이들은 별로 많지 않다. 숫자로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럼에도 역시나 해당하는 직업군에 단체들은 여전히 드라마 속 현실과 허구를 판가름하지 못하고 자신들처럼 많은 국민들이 그럴 거라는 짐작을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직업이 없는 백수여야 한다. 그래야만 비판과 가처분 신청을 면할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특히나, <나쁜 여자 착한 여자>는 가처분 신청까지 냈으니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어쩌면 <나쁜 여자 착한 여자>의 건우가 어느 한순간 백수로 변신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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