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나라에서 온 착한사람들의 겨울이야기

화천 산천어축제 '창작썰매 콘테스트'

등록 2007.01.20 15:34수정 2007.01.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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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 상상초월!

얼음판 위의 썰매가 요술을 부린다. 자전거가 눈썰매가 되어 얼음판 위를 달리는가 하면 함지박썰매에서 사람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용춤을 추는 썰매에다 로켓처럼 불을 뿜는 썰매도 있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장'에서는 지난 주말 '전국 창작썰매 콘테스트'가 열렸다.

a 용모양의 얼음썰매.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용모양의 얼음썰매.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 이철원


a 짚신모양의 썰매. 콘테스트의 필수주제인 눈꽃퍼포먼스를 펼치자 구경꾼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짚신모양의 썰매. 콘테스트의 필수주제인 눈꽃퍼포먼스를 펼치자 구경꾼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 이철원


a 가족단위로 많이 참가하는 진기한 모양의 썰매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가족단위로 많이 참가하는 진기한 모양의 썰매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 이철원

대부분 가족 단위로 함께 참여하는 썰매 콘테스트에는 갖가지 모양의 얼음썰매가 등장한다. 철사, 나무, 스티로폼, 철판, 파이프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썰매는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모든 상상력이 총동원된다.

a 황금복돼지 썰매 출현. 지리적인 특성상 주변 군부대에서도 많이 참가를 한다.

황금복돼지 썰매 출현. 지리적인 특성상 주변 군부대에서도 많이 참가를 한다. ⓒ 이철원

썰매는 착한 사람들이 탄다. 루돌프 사슴이 끄는 산타썰매도 마음 착한 사람이 타면 잘 달리지만 못된 사람이 타면 절대로 달리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비록 경연대회라고는 하지만 썰매에 탄 사람들은 한결같이 흰눈 같은 웃음을 터트린다. 어떤 썰매로 구경꾼을 즐겁게 해줄까 하고 고민한 사람들이니 착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a 개가 썰매를 끄는지, 썰매가 개를 미는지... 미끄러운 얼음판에서 썰매개도 고역이다. 군견은 아니고 화천주민의 개인 소유 애견이다.

개가 썰매를 끄는지, 썰매가 개를 미는지... 미끄러운 얼음판에서 썰매개도 고역이다. 군견은 아니고 화천주민의 개인 소유 애견이다. ⓒ 이철원

썰매는 애초 짐을 나르는 운송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우체부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듯이 먹을거리며 각종 생필품 등을 눈 덮인 산골마을에 전달해주었던 썰매야말로 산타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썰매에는 사람냄새가 묻어난다. 여름철 물놀이에 시원함과 즐거움이 있다면 한 겨울 썰매에는 정겨움과 추억이 배어난다.


어린시절, 겨울 날씨가 따스해 논바닥에 얼음이라도 얼지 않으면 속이 상했다. 얼음썰매를 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날이 추워 꽁꽁 얼음이 얼면 동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썰매를 들고 나와 잘라낸 벼 밑둥이 가끔씩 솟아 있는 울퉁불퉁한 얼음판을 즐겼다. 땀이 나서 빵떡모자를 벗으면 머리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솟아올랐다.


겨울 벌판, 시린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꼬마들은 착한 마음, 따스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a 빙글빙글 회전목마썰매..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탄 작품이다. 한바퀴 돌고나면 어른은 괜찮은데 아이들이 어지러울듯..

빙글빙글 회전목마썰매..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탄 작품이다. 한바퀴 돌고나면 어른은 괜찮은데 아이들이 어지러울듯.. ⓒ 이철원


a 여러모양의 창작썰매들.. 콘테스트의 백미는 퍼포먼스다. 퍼포먼스를 잘 펼쳐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

여러모양의 창작썰매들.. 콘테스트의 백미는 퍼포먼스다. 퍼포먼스를 잘 펼쳐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 ⓒ 이철원


a 자전거썰매, FTA반대를 알리는 캠페인썰매도 등장.. 부인의 병을 빨리 낫게 해달라며 구명줄을 준비한 119썰매까지..

자전거썰매, FTA반대를 알리는 캠페인썰매도 등장.. 부인의 병을 빨리 낫게 해달라며 구명줄을 준비한 119썰매까지.. ⓒ 이철원

컨테스트가 끝난 썰매들은 축제장의 얼음판 위에 전시됐고 누구나 맘에 드는 썰매를 골라 타고 즐길 수 있다. 이번 주말을 포함해서 다음 주말(28일)까지 이어지는 축제장을 찾으면 누구나 착한 산타가 되어볼 수 있다.

a 콘테스트가 끝난 썰매들은 축제장에 전시돼 누구나 타 볼 수 있다.

콘테스트가 끝난 썰매들은 축제장에 전시돼 누구나 타 볼 수 있다. ⓒ 이철원

인구 2만 명이 갓 넘는 작은 동네 화천에는 일년에 두 번 비상이 걸린다. 휴전선이 가까워서 걸리는 비상이 아니다.

화천댐 파로호에서 시작되는 북한강 물줄기가 읍내를 감고 도는 화천은 '물의 나라'답게 겨울에는 산천어축제장에서 '썰매 콘테스트'가, 여름에는 쪽배축제를 열어 '쪽배 콘테스트'가 펼쳐진다. 같은 물 위에서 각기 다른 계절의 신나는 경연이 펼쳐진다.

축제기간중이면 거주민의 수십 배가 넘는 관광객이 몰려오는 터라 공무원은 물론 화천 주민들의 눈·귀·손·발은 모두 축제에 집중된다. 농촌마을 화천은 한겨울이 결코 농한기가 아니다.

a 얼음판 위에 오색꽃이 피었다. 산천어구경, 사람구경..

얼음판 위에 오색꽃이 피었다. 산천어구경, 사람구경.. ⓒ 이철원

축제기간 중 100만 명이 넘게 축제장을 찾는다는 산천어축제는 산천어구경보다 사람구경이 한몫한다.

백년쯤 지나야 녹을 것만 같은 두꺼운 얼음판 위에서 사람들은 작은 얼음구멍으로 강 밑의 모든 세상과 소통하려 애쓴다. 작은 낚싯줄 하나에 겨울추위를 내려 보내며 꼬드김을 당하지 않는 산천어를 '삐끼질' 한다.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이라는 축제 현수막의 글귀가 잘 어울리는 축제다.
첨부파일
prmt_341023_1[1].wmv

덧붙이는 글 | 축제기간 동안 춘천-화천 간 5번국도가 심하게 정체됩니다. 407번 지방도를 이용하시는 편이 경치도 좋고 수월합니다. 화천-춘천 간 시외버스는 30분 간격이나 주말의 경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운행합니다. (화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축제장까지는 도보로도 충분한 가까운 거리입니다)

덧붙이는 글 축제기간 동안 춘천-화천 간 5번국도가 심하게 정체됩니다. 407번 지방도를 이용하시는 편이 경치도 좋고 수월합니다. 화천-춘천 간 시외버스는 30분 간격이나 주말의 경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운행합니다. (화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축제장까지는 도보로도 충분한 가까운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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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중부일보 기자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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