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에 기어 다니는 쥐

나와 쥐의 불행한 재회... 차 안에 쥐똥이 있다면?

등록 2007.01.25 14:59수정 2007.01.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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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있는 독자라면 내가 얼마 전에 쓴 '집으로 불청객 쥐가 찾아들다'라는 기사를 기억할 것입니다. 시골에 살면서 겪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쥐나 뱀 같은 유쾌하지 않은 이웃과의 동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뱀보다 쥐가 더 불쾌하고, 무서운 이웃입니다.


이웃에 사는 후배가 집 앞 돌담에 뱀이 나왔다고 얼굴이 허옇게 되어 찾아왔을 때만 해도 '참, 야단스럽다'고 웃으며 출장 서비스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운수리에 사는 이웃이 잔디밭에 돌아다니는 뱀 때문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시골 살려면 그쯤이야 익숙해져야 할 일이라고 타이르기도 했습니다.

a 차창 틈새에 기어든 뱀

차창 틈새에 기어든 뱀 ⓒ 이형덕

실제로 어느 여름에 풀섶에 세워 놓은 차에 뱀이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무심코 차의 문을 여는데, 창문 틈에 누르스름한 끈 같은 게 끼어 있었습니다. 손으로 집어내려는데, 그게 꿈틀하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가만히 보니 유리창이 끼는 창문 틈새에 기다란 뱀이 들어 있었습니다. 나뭇가지로 그걸 건져 내려니 왈칵 내게 달려들었습니다.

@BRI@차에 들어온 뱀 때문에 차 전체를 뜯어내었다는 뉴스를 듣고는 참 야단스럽다고 속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따금 마당에서 뱀과 마주치면 나보다 뱀이 더 질겁하여 죽겠다고 달아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놀랐을까 걱정까지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뱀에 대해서만은 대담하고 너그럽습니다.

그런데 쥐에 대해서만은 그렇지 못합니다. 늘 주변에 건강한 생태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도 쥐에 대해서만은 너그러운 동반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 반짝거리는 눈을 마주치고, 기다란 꼬리의 움직임을 대하는 순간 두 다리에 힘이 빠지며 스르르 주저앉을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그 쥐가 방 안으로 들어왔으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아마 이런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뱀에 대해 내가 하는 말처럼 "참, 야단스럽기도 하네. 그것도 다 살려는 생명인데 사이좋게 지내면 되지, 뭘 그래"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줄 압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듯 두려움에 대한 감성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절감합니다.

쌀알 같은 쥐약으로 집안의 쥐를 처리하고, 한동안 조용해져서 안도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사 년만에 처음으로 자동차를 말끔히 세차를 했습니다. 이튿날, 먼지투성이였던 차 안팎이 산뜻해져서 상쾌한 기분으로 차의 문을 여는데 무언가 대추씨 같은 게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무언가 손으로 집어 올려서 보니, 바로, 바로, 쥐똥이 아니겠습니까? 질겁하여 그걸 털어낸 뒤 살펴보니, 차의 바닥에 깔린 매트에 얌전하게 볼일을 본 쥐의 똥이 쌓여 있습니다.

순간 나는 판단정지의 상태에 빠졌습니다. 차 안에 쥐똥이 있다면, 쥐가 들어왔다는 말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발밑으로 쥐가 기어다니는 상황을 상상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파리 잡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외신을 본 적은 있지만, 발밑에 기어다니는 쥐를 본다면 내게도 그런 사고가 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a 쥐 잡는 ‘끈끈이’

쥐 잡는 ‘끈끈이’ ⓒ 이형덕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선택적 사고라는 편리한 기능이 있지요. 나는 아마 매트를 세척할 때 세차장에서 묻어왔거나, 아니면 신발에 묻은 것이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말끔히 차 밑의 깔개를 털어냈습니다.

문제는 이튿날, 어김없이 그 자리에 쥐똥이 다시 놓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는 앞 자리 양편 바닥에 골고루 볼일을 보았더군요. 나는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 차 바닥을 '쥐 잡듯' 뒤졌습니다. 그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차 뚜껑을 열고, 엔진룸을 뒤져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차 엔진 박스 옆의 공간에도 쥐똥이 소복이 쌓여 있었습니다.

a 차 밑 바닥의 쥐

차 밑 바닥의 쥐 ⓒ 이형덕

문제는 명백해졌습니다. 날이 추워지면서 엔진의 따뜻한 열을 찾아 차에 숨어든 쥐가 차 안까지 숨어든 셈입니다.

그러고 보니 차 안에서 쥐 특유의 냄새가 나는 듯했습니다. 문제는 그 쥐가 밤에만 하숙생처럼 내 차를 드나드는지, 아니면 이틀 동안 내 차에 무임승차하여 타고 다니는지의 여부였습니다. 구석구석 뒤져도 쥐를 찾아볼 수 없지만, 차의 모든 틈새를 뜯어볼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내 차에 타지 않겠다는 아내를 간신히 설득하여 읍내에 다녀온 뒤, 나는 차를 늘 세워 두었던 곳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 두었습니다. 그리고도 혹 차 안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쥐를 위해 '끈끈이'를 앞좌석 밑바닥에 깔고 벽돌로 눌러 놓았습니다.

이튿날,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나는 잠자는 아들을 거느리고 차문을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조수석 쪽에는 별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운전석 쪽 바닥에 깔아 두었던 '끈끈이'가 뒤집혀 있습니다. 저절로 오므라든 것인지, 쥐가 걸린 것인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운전석 쪽 문을 여는 순간, 나는 '끈끈이'에 붙은 채 눈을 반짝거리고 있는 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악!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습니다.

잠시 후, 아이의 도움을 받아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얼마 전 사 년만에 처음으로 한 세차를 며칠만에 구석구석 다시 하면서 나는 혹 이 차의 어딘가에 또 숨어 있을지도 모를 쥐라는 무임승객을 생각해 보며, 진저리를 쳤습니다. 운전하는 차 안에서 발밑에서 기어다니는 쥐를 내려다보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뱀이나 쥐 때문에 아파트로 이사 가겠다는 이웃들의 말이 점점 실감나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양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남양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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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면 광대울에서, 텃밭을 일구며 틈이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http://sig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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