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는 소름이 돋고 마음엔 고드름 열려

문제아들의 뿌리는 결국 어른들이 만든 시대의 그림자

등록 2007.01.31 14:33수정 2007.01.31 16:0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겨울 날씨는 소름을 돋게 하지만 서글픈 소식들은 마음에 고드름을 열리게 합니다.
▲겨울 날씨는 소름을 돋게 하지만 서글픈 소식들은 마음에 고드름을 열리게 합니다. 임윤수
몸에는 소름이 돋고, 가슴엔 고드름이 달릴 만큼 마음이 시리고 몸뚱이가 추위를 느끼는 아침입니다. 오톨도톨한 소름, 주렁주렁한 고드름에 심신이 덜덜 떨리니 북풍한설에 드러난 알몸뚱이 심정입니다.

강릉지역의 체감온도가 영하 23도쯤 될 거라는 오늘(31일) 아침 일기예보에 마음이 얼었습니다.


걸쳤던 옷들을 훌훌 벗어버리고 최소 부분만 가린 채 알몸으로 700고지 대관령 고개를 달릴 알몸마라톤. 나흘 후로 다가온 알몸마라톤 대회 때(2월 4일) 오늘과 같은 추위를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온몸이 오싹해질 정도의 삭풍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알몸마라톤 대회, 영하 23도라는 일기예보에 몸에 소름 돋아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하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결전(?)의 그날이 나흘 후로 다가오니 마음조차 지레 걱정이 되는가 봅니다. 기온이 1, 2도쯤 내려가는 것은 대수롭지 않지만 바람이 걱정이고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한겨울에 벌거숭이로 700고지 대관령고개를 달리려니 추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고 뛰는 마라톤이니 뜨거워진 심장의 피가 웬만한 추위는 견딜 수 있을 만큼 온몸을 데워주고 체온으로 보상해 줍니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 이야긴 달라집니다.

나흘 앞으로 다가 온 알몸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대관령이 체감온도 영하 23도라는 예보에 몸에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나흘 앞으로 다가 온 알몸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대관령이 체감온도 영하 23도라는 예보에 몸에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임윤수
바람이 불지 않을 땐 몸에서 발산한 열기가 체온으로 머물게 되지만 바람이라도 쌩쌩 불면 이놈의 바람이 체온으로 퍼지기도 전에 심장에서 발산한 열기를 쏙쏙 허공 속으로 뽑아내니 견딜 수 없을 만큼 체온이 떨어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영하 몇 도라는 숫자에 신경을 쓰지만 한겨울 추위를 제대로 경험해 본 경험자라면 이렇듯 알몸상태에서는 바람과 상관되는 체감온도를 먼저 걱정합니다.

아침 기온을 알리는 강릉지역의 체감온도, 영하 23도라는 일기예보가 몸뚱이에 소름을 돋게 하였다면, 뺨 두 대를 때린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들의 설득에도 조서를 꾸밀 때까지 아버지의 처벌을 고집했다는 17살 어느 아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고드름이 열릴 만큼 마음을 춥게 만들었습니다.


어른들 몇몇만 모이면 신세타령을 하듯 세태를 걱정합니다.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를 거리낌 없이 넘나드는 청소년들의 버젓한 탈선, 자의든 타의든 흔들리다 못해 이미 무너졌다고도 하는 교권, 빈번하게 보도되는 패륜적 존속폭행, 금수만도 못하게 미성년자들에게 자행되는 어른들의 이런저런 폭행을 걱정합니다.

그러면서 X세대니 Y세대니 하며 불렀던 신세대를 이야기합니다.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세대 하면 어른도 몰라보고, 이기적인 문제아 기질을 가진 세대쯤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의식 속에 등장하는 신세대는 더이상 우리들의 아이가 아니라 갑자기 등장한 이방인으로 간주될 뿐입니다.

뺨 두 대에 아버지를 고소했다는 소식, 마음에 고드름으로 열려

그러나 잠깐, 아주 잠깐만 생각해 보면 기성세대들이 질시하거나 걱정하는 신세대는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들도 아니고, 땅에서 솟아난 아이들도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 물정을 모르며 자라 어느 날 갑자기 수입된 수입아들도 아닙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물정을 보며 한국에서 자란 한국의 아이들, 지금 여기 한국시대의 가치가 반영된 시대의 바로미터입니다.

신세대!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을 보며 자란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신세대!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난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을 보며 자란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임윤수
그렇기 때문에 아주 돌연변이 같은 패륜아나 시공을 초월하는 4차원의 문제아가 아니라면, 그들의 행동, 그들이 보여주는 일반적 가치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그들이 성장하는 동안 점차 몸과 마음으로 학습이 된 피동적 결과입니다.

신세대라는 말에 버금가는 '신소재'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소재하면 사람들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던 엄청난 뭔가를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정말 기상천외한, 지금껏 듣거나 보지 못했던 그런 엄청난 성능을 가진 것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고, 땅에서 불끈 솟아나듯 어느 날 갑자기 우리들 일상으로 다가온 재료나 제품쯤으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신소재란 그렇게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듯 홀연히 등장하는 게 아니라 구소재를 바탕으로 기능이나 성능이 좀 더 향상된 소재를 일컫습니다. 그러기에 신소재를 새로운 소재(New Materials)라고 부르지 않고 진보된 재료 즉, 'Advanced Materials'라고 부릅니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재료를 기반으로 발전시켜 좀 더 진보된 성능이나 특성을 갖게 되면 그것이 바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유혹하는 신소재가 되는 것입니다. 신세대(the coming generation)들의 가치와 행동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핵분열을 하거나 돌연변이처럼 그들 스스로 형성한 가치가 아니라 그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가치나 행동을 바탕으로 아주 조금씩 진보했거나,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하며 학습이 되었거나, 응용한 사회적 양식입니다.

주렁주렁 마음에 언 고드름을 녹일 수 있는 것도 역시 어른들의 역할이며 몫입니다.
▲주렁주렁 마음에 언 고드름을 녹일 수 있는 것도 역시 어른들의 역할이며 몫입니다. 임윤수
아버지로부터 뺨 두 대를 맞자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처벌을 원했다는 그 아이의 행동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적 세태가 낳고 기른 가치의 표출일 뿐입니다. 어른들이 알고도 모르는 체 외면하거나 눈 돌려 버리는 사이에 조금씩 진보(변해버린)된 시대적 현실입니다.

아버지를 고소한 아이의 행동에 어른들은 격노하는 감정을 드러내거나 다시금 세태만을 탓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곰곰이 돌이켜 보면 그 아이의 그런 행동은 기성세대들의 삶과 가치에 뿌리내리고 있음이 보일 것입니다.

내 몫 찾기, 내 목소리 내기에서 한 발자국쯤 양보하거나 뒤로 물러서 어른다운 어른, 선생님다운 선생님으로 역할 할 때 마음에 열린 시대의 고드름도 낙수가 되어 흐를 것입니다. 마음에 언 고드름을 녹일 시대적 화롯불이 필요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산책하던 주민들이 가리킨 곳, 황어 사체가 둥둥... 왜 이런 일이 산책하던 주민들이 가리킨 곳, 황어 사체가 둥둥... 왜 이런 일이
  2. 2 딸들이여, 어떻게 나이 들지 궁금하면 이 사람을 봐요 딸들이여, 어떻게 나이 들지 궁금하면 이 사람을 봐요
  3. 3 비행기 문짝 떼고 공중에서 찍은 사진인데 어떻게 이럴까 비행기 문짝 떼고 공중에서 찍은 사진인데 어떻게 이럴까
  4. 4 심상치 않은 일본의 움직임...한국인 관광객이 제일 큰 피해 본다 심상치 않은 일본의 움직임...한국인 관광객이 제일 큰 피해 본다
  5. 5 3D 프린터 쓰다 사망한 과학교사...그의 아버지가 대법까지 가겠다고 나선 이유 3D 프린터 쓰다 사망한 과학교사...그의 아버지가 대법까지 가겠다고 나선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