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와 강릉에 폭설이 내리고, 대관령에 통행금지령이 내린 가운데 핀 청산도 유채꽃 오문수
그 가운데에서도 전라도 지방에서는 특히 이 초분이 씻김굿 즉, 무속의 사령제(死靈祭)와 복합되어 나타나고 있어 학술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세골장은 태평양을 둘러싼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초분을 통해서 뼈만을 가려내어 매장하는 장법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고방식에서 나온 관습으로 보인다.
첫째, 살은 더러운 것으로, 땅 속에 매장함으로써 땅을 더럽힌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둘째, 뼈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셋째, 뼈를 땅에 매장하는 것은 뼈에 깃들어 있는 영혼을 함께 지하에 모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넷째, 육신을 바로 땅 속에 매장하는 것은 박정한 것으로서, 육신을 조금이라도 더 지상에 두고자 하는 사고방식이다. 다섯째, 육신은 완전히 죽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탈육이 된 뼈로써 비로소 죽음을 확인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여섯째, 지상에서 탈육을 시켰을 때에라야 뼈가 검게 되지 않고 희게 되기 때문에 뼈를 깨끗이 하여 지하에 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 등이라고 하겠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참고)
특히 음력 1~2월에는 시신을 땅에 바로 묻으면 지신이 노해서 마을이 큰 화를 입거나 다른 사람들이 해를 입기도 한단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고 어업에 종사하는 옛날 섬사람들에게는, 천지의 조화를 담당하는 신을 노하게 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중대한 일이다. 겨울에 초분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아침을 먹은 후 마을 사람들이 가르쳐준 위치를 찾아 나섰다. 도청리 길 아래쪽에 있는 2기는 어머니와 아들, 선음약수터 가는 길에는 할머니와 손자, <서편제>와 <봄의 왈츠>를 촬영한 당집 아래에는 1기가 있었다.
청산도는 효를 중시하는 관습이 어느 곳보다 깊어 가족묘가 대부분이며 비석도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게 주민의 얘기다. 젊은 나이인데도 초분을 한 것은 '할머니가 아직 조상의 묘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손자가 어떻게 묻힐 수 있느냐'는 생각에서며, 어머니와 자식의 초분도 마찬가지다.
선음약수터 위의 다랭이논을 둘러봤다. 높이 2m 정도나 쌓아올린 논두렁이에 올라가 보니 넓이가 겨우 4~5m에 불과했지만 논을 일궈 경작했을 섬주민들의 삶에 대한 의지와 지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섬에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들이 여러개나 되어 논농사 짓는데 이용됐단다. 일할 사람이 없어 묵힌 다랭이 논을 세어보니 50여 계단을 이룬다.

▲다랭이 논 오문수
청산을 찾으려면 섬사람들의 용어를 알면 훨씬 재미있고 친근감을 느낀다. 마을의 지명이 바로 이해된다. '여'는 바닷물이 나갔을 때는 보이고, 들어왔을 때는 안보이는 부분을 의미하고, '개'는 바닷가의 후미진 곳이며, '부리'는 산이 뻗어나가다 끝나는 부분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한을 판소리를 통해 훌륭하게 그려낸 <서편제>의 명장면이 있는 당리에 갔다. 소리꾼 부녀와 의붓 남매의 기막힌 삶을 그린 돌담길과 당집을 둘러봤다. 유봉이가 송화랑 '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는 데 당집은 더없는 소재다.
방송에도 나온 범바위

▲서편제와 봄의 왈츠의 배경이 된 골목길. 뒤편에 소나무에 둘러쌓인 당집이 보인다 오문수
시간이 없어 지나가는 차를 세우고 태워달라고 부탁했는데 알고 보니 민정시찰을 오셨던 면장님이다. 섬에 대한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친절하게 챙겨주셨다.
택시를 타고 간 도착한 곳은 <스폰지> 프로그램에도 나왔다는 범바위다.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가 청산도에 들어와 살고 있었는데, 고개재에서 바위를 향하여 "어흥" 하고 포효하니 이 바위의 포효성이 호랑이보다 더 크게 울려 "나보다 더 무서운 짐승이 여기에 살고 있구나" 하고 도망쳤다는 바위는, 철분이 자기장을 많이 띄어 나침반이 말을 듣지 않는단다.

▲자기장이 세서 나침반을 마비시키는 범바위 오문수
곳곳에 '구들장 논'이 있지만 실제로 경작을 하며 윗논에서 아래논으로 물이 흐르도록 물구멍을 만든 현장으로 갔다. 구들장논이란 산비탈이나 구릉에 마치 구들장을 놓듯 돌을 쌓아 먼저 바닥을 만든 뒤, 그위에 다시 흙을 부어 다져서 논을 일군 것이다. 옛날 척박하고 비탈진 땅을 개척하여 기름진 땅으로 가꾼 섬사람들의 슬기와 개척정신이 배어 있는 삶의 유산이라 하겠다.

▲구들장 논의 물구멍. 돌은 크기에 따라 아래부터 위로 쌓았다 오문수
물구멍 주위는 두께 25㎝, 넓이 1㎡ 정도의 큰 바위를 무너지지 않게 배치하고, 구멍의 깊이는 논마다 다르지만 약 2m쯤이며, 지름은 약 30㎝정도였다. 또한 바닥에 돌을 쌓고 그 위에 흙을 다져 쌓았지만, 물빠짐이 심해 곳곳에 둘레 3~4m의 보를 만들고 땅심을 키우기 위해 퇴비를 이용했다.
1800년대 성명미상의 도승이 부흥리 대봉산(379m) 중턱에 창건했다는 백련사에 갔다. 법당 관음전에는 불상이 안치되어 있고 뒤쪽에 후불탱화를 비롯 좌우 3개의 탱화가 있다. 속초와 강릉에는 폭설주의보가 내리고 대관령은 통제됐다는 데 이곳 날씨는 가을 날씨 같다. 더워서 잠바를 벗고 한참을 앉아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상념에 젖어있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처마끝 '풍경' 소리가 숙연케 한다.
내려 가려는데 개짖는 소리에 한 노인이 나와서 차 한 잔 하라며 권한다. 서울에서 오셨다는 그 분은 딸이 스님이 되어 여기까지 와서 너무 외로울까봐 부부가 내려와 있단다. "출가했는데 뭘 그러세요" 하자 "그래도 부모는 안 그래요" 하신다.
울창한 동백숲 속 스티로폼 상자 속 쟁반 위에 쌀이 놓여있어 물었다. "새들 먹으라고 이렇게 쌀을 놓아두셨어요?" 하고 물으니, "얼마 전 매에 채여 다친 비둘기 한 마리를 치료해주고 날려 보냈는데 계속 찾아와 먹으라고 둔 쌀로, 다른 새들도 와서 먹어요" 하신다. "잠깐 여기 와서 보세요" 하길래 가보니 유리창에 불투명 테이프를 가득 붙여놨다.

▲유리창에 비친 나무와 산 그림자에, 새가 부딪히자 테이프를 부친 모습 오문수
공기가 너무 맑고 좋아 새들이 유리창에 비치는 산 그림자를 보고 날아와 부딪혀 다치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여 놨단다.
팔정도(八正道)의 정견(正見)은 육신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 즉 진리의 세계를 바로 보라는 것이며, 정사유(正思惟)는 중생들이 욕심을 버리고 언제나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마음으로 바른 판단을 하고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해탈에도 이른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로 이것 아닌가? 번듯한 법당 하나 없지만 어느 절 못지않은 감명을 받았다. 종교의 진정한 의미를 우문처럼 던지며, 말없는 민중들은 다 아는데 무지한 국민인 줄로만 알고 이익만 좇아 삭발하기도 하고, 각목으로 싸우는 일부 종교 지도자들!
맑은 날이면 한라산이 보인다는 망망대해에 안개가 자욱하다. 가슴 속 안개가 걷힐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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