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과 경륜

예뻐지고 싶은 아내의 욕심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등록 2007.01.31 16:49수정 2007.01.31 16:4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 짜증나."
"무슨 소리야?"
"거울보기가 무서워요."


아침의 폭풍이 지나간 뒤, 편안함이 그득한 시간에 집사람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다.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즐기고 있었다. 휴식의 감미로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고요를 깨는 소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일어나고 있는 감정의 기류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미 말은 튀어나가고 말았다.

집사람은 아이들을 모두 내보내고,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낯선 얼굴을 바라보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얼굴임에도, 자신의 얼굴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부정하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일까? 그런 행동에 동의할 수가 없다. 고요의 강에 젖어 자아의 여유를 앗아갔으니, 더욱더 그랬다.

@BRI@"경륜의 표시이니, 훈장이지."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렸을까? 집사람의 반응 또한 날카롭다. 아차, 싶었다.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감정을 진정시켰다. 더는 자극하지 않으니까, 어찌어찌 예방할 수 있었다.


집사람은 쉴 사이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거울을 바라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소리이기도 하였고, 세상을 향하는 소리이기도 하였다.

집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저런 모습으로 만드는데 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후회되었다. 빈정거리는 말을 철회하고 싶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집사람을 위로해줄 말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주름살. 얼굴에 만들어진 주름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하여 주름을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부정하여 주름살을 없앨 수 있다면 얼마든지 부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당당하게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부정할 것이 아니라, 삶의 훈장으로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계를 하기로 했어요. 성형수술 비용 마련 계."

외출하고 돌아온 집사람의 말에 얼굴을 바라보았다. 절대로 동의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의사를 나타낼 수가 없었다. 아침의 일이 생각 났기 때문이다. 빈정거리는 말로 상처를 더 크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멈추게 한 것이다. 세월에도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것은 모두의 희망사항이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을 꿈꾸는 집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백제 시대 변기 보고 '빵' 터진 이유, 보시면 압니다 백제 시대 변기 보고 '빵' 터진 이유, 보시면 압니다
  2. 2 산책하던 주민들이 가리킨 곳, 황어 사체가 둥둥... 왜 이런 일이 산책하던 주민들이 가리킨 곳, 황어 사체가 둥둥... 왜 이런 일이
  3. 3 딸들이여, 어떻게 나이 들지 궁금하면 이 사람을 봐요 딸들이여, 어떻게 나이 들지 궁금하면 이 사람을 봐요
  4. 4 "회장님, 얼마가 필요합니까?"... 참군인 김오랑 동상 세우려는 시민들 "회장님, 얼마가 필요합니까?"... 참군인 김오랑 동상 세우려는 시민들
  5. 5 심상치 않은 일본의 움직임...한국인 관광객이 제일 큰 피해 본다 심상치 않은 일본의 움직임...한국인 관광객이 제일 큰 피해 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