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죽어 나갈 것" 협박에도 굽히지 않은 캐나다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은 의료보험의 아버지 더글라스

등록 2007.02.12 15:40수정 2007.02.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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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토미 더글러스(자료사진).

토미 더글러스(자료사진).

캐나다는 의료 서비스에서 사용자 부담이 없는 나라다. 약값, 치과 진료비 등 몇몇 예외조항이 있지만, 100% 의료보험에서 의료비를 지불하고 사용자는 단 1센트도 내지 않는다. 병원이나 의사에게 지불되는 의료수가는 주정부 재원과 연방정부 보조금으로 충당된다.

캐나다 의료정책은 주정부 소관인데, 정책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받는 주도 있고 의료보험료조차 받지 않는 주도 있다. 예를 들면 온타리오주는 주민들에게 의료 보험료를 받지 않고, 앨버타 주는 주민들에게 의료보험료를 받는다.

이같은 현행 의료보험 제도를 만든 사람은 토미 더글라스. 캐나다 의료보험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1944년부터 1961년까지 샤스캐추언 주지사 시절, 현재 캐나다 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료보험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연금법·인종차별·성차별 금지법을 제정한 좌파 정치인이다. 2004년 11월 캐나다 CBC TV에서 뽑은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10살 때 실험으로 받은 '무상 수술'

@BRI@토미 더글라스는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자이다. 10살 때 다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집안이 가난해 전문의 수술을 받지 못했다.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외과의사가 무료로 수술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의대생들이 수술에 참여할 수 있게 동의해 달라는 것. 그러니까 그는 실험대상으로 다리 수술을 한 셈이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그는 다리를 잃지 않았는데 이같은 쓰라린 경험이 그를 사회주의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모든 사람은 똑같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게 그의 신조였다.

그러나 모든 의료 서비스를 보험으로 묶어 의료수가를 보험에서 지급한다는 그의 정책에 캐나다 전국 의사들이 반발했다.


1962년 샤스캐추언주에서 의료보험 법안이 통과되자 "좌파 정권이 의사를 주정부 공무원으로 전락시킨다"고 의사들이 분노했다. 의사들은 "사람이 죽어나가야 좌파 정권이 정신을 차린다"며 파업도 했다. 파업은 3주 동안 계속됐다.

의사 입장에서는 사실 법안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여태까지 의사로서 받아오던 사회적 존경과 지위는 사라지고 주 정부에서 산정해 주는 의료수가가 수입의 전부라니, "주 정부 공무원으로 전락한다"는 주장이 전혀 일리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주장이 당연한 것은 의사 사회에서나 통하는 것이지 국민 복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어느 시대든지 개혁을 하면 사회 기득권층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토미 더글라스는 공공에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에 뚜렷한 소신과 철학을 갖고 있었고, 아무리 기득권의 반발이 거세다 해도 이런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론의 향배와 정치적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기득권의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의 소유자였다.

물러서지 않았던 더글라스

의사들의 말대로 환자들이 죽어나갔다. 그러나 더글라스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법안이 시행됐다.

법안이 시행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 제도가 성공할지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더글라스는 의료보험의 재원마련과 운영에 대해 의사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을 이해시켰다.

더글라스의 의료보험이 샤스캐추언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되자 1968년 다른 주 들도 의료보험 시행을 실시하게 됐다.

캐나다 전국적으로 의료보험이 확대됐고, 캐나다 전 국민은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같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2004년, 캐나다인들은 의료보험제도를 만든 좌파 정치인을 '가장 위대한 캐나다인'으로 뽑았다.

덧붙이는 글 | 마이클 오 기자는 캐나다 사는 교포입니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한국 의사들의 반발을 보면서 이 기사를 썼습니다.

덧붙이는 글 마이클 오 기자는 캐나다 사는 교포입니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한국 의사들의 반발을 보면서 이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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