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10년 만에 찾아간 모교

충북 옥천 죽향초등학교에 가다

등록 2007.02.23 08:08수정 2007.02.2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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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죽향초등학교 본관 건물

죽향초등학교 본관 건물 ⓒ 송선영

교복 입는다는 설렘과 중학교 반 편성 배치고사의 압박이 공존했던 초등학교 졸업 그 무렵. 그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름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그 무렵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만 나온다. 작지만 소중했던 꿈을 지니고 있었던 그때의 추억을 되짚어 보는 의미로 10년 만에 나의 초등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학교 정문을 들어설 때 그 느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6년 동안 마구 뛰어놀던 그때 그 운동장과 나의 발걸음이 익숙했던 학교 건물이 내 눈앞에 나타난 그 순간을 말이다.

a 문화재청 등록문화제 제 57호인 목조건물

문화재청 등록문화제 제 57호인 목조건물 ⓒ 송선영

너무 작아보였다. 하긴 작고 어렸던 꼬마가 이제는 23살이 되었으니 작아 보일법도 하다. 어마어마하게 높아 보이던 조회대는 또 왜 이렇게 작고 초라해 보이는 건지. 이 작고 초라한 조회대로 월요일 조회 시간에 상을 타러 당당하게 나가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학교는 역시나 그대로였다. 내가 놀던 그 풍경을 이제 다른 아이들이 채우고 있었다. 아기사방(?)이라 불리던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괜스레 반가워 히죽히죽 웃으며 그렇게 한참을 그 곁에 서있었다. 내가 뛰어놀던 운동장에는 여전히 다른 아이들의 뜀과 웃음소리로 가득했고, 본인 키에 너무나 버거운 가방을 멘 우스꽝스러운 풍경도 여전했다.

a 졸업식 풍경

졸업식 풍경 ⓒ 송선영

학교의 본관으로 발을 옮겨 현관문을 열었다. 참 높아 보이고 모든 것이 커 보였는데, 23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작고 귀엽게만 느껴진다. 정지용 시인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학교의 자랑인가 보다. 1909년에 설립된 나의 모교 죽향초등학교는 정지용 시인과 육영수 여사가 졸업한 학교로 유명하다(어쩌면 옥천에서만 유명한지는 몰라도).

그래서 죽향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린이들은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를 국어교과서에서 배워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그저 학교를 다니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일종의 교가처럼 생각했다. 또 육영수 여사의 모교라는 이유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모교의 수학여행 코스 중 하나가 청와대 방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정지용 시인과 육영수 여사가 수업을 듣던, 오래된 목조 건물은 문화재청 등록문화제 제 57호로 보존되고 있다.


a 죽향초등학교의 제 96회 졸업식

죽향초등학교의 제 96회 졸업식 ⓒ 송선영

강당에서는 때마침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졸업식에서 눈물을 보이는 풍경은 이제 찾을 수 없나 보다. 왁자지껄한 강당 속에서 졸업을 앞두고 우는 아이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1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졸업생들의 얼굴을 대형 TV를 통해 비춰주는 거였다. 참으로 신기하고 부럽기도 했다. 올해가 벌써 제 96회 졸업이란다. 우리 아빠는 55회 졸업, 언니는 83회 졸업, 그리고 나는 86회 졸업생이다.

6년이란 시간 동안 나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이 곳, 나의 죽향초등학교. 가장 어리고 순수했을 그때의 마음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작은 것 하나에 크게 기뻐하고, 아무 걱정없이 뛰어놀기 좋아했던 작았던 아이였는데, 어느덧 이렇게 23살이 되었고 이제는 대학교 4학년이란다. 10년이 더 훌쩍 지난 후에, 33살이 되어서 이곳에 다시 온다면 그때 나는 무언가를 느끼게 될까? 가끔은 뒤를 돌아보면서 감사함을 지니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비로소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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