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바다에 뛰어들다

괌에서 생긴 일 3

등록 2007.02.24 16:48수정 2007.02.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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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도착한 지 4일째 되던 날, 이제 오늘 하루 일정을 보내고 나면 새벽 3시에 출발하는 야간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리 일행은 배를 타고 태평양 한 가운에 나가 바다낚시와 야생돌고래를 보기로 했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차를 타고 시내의 한 호텔에 도착하자 우리 일행뿐 아니라 한국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대형버스에 이미 타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25분정도 달리자 Agafe Morina 항구에 도착하였다.


총 승객 45명을 태울 수 있는 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착장에서 모두 신발을 벗어 한 곳에 모아두고(기내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배를 타야했다.) 조심조심 배에 올랐다.

a 오디세이호에 오르는 모습

오디세이호에 오르는 모습 ⓒ 송춘희


a 신발을 벗고 배에 오르는 승객들

신발을 벗고 배에 오르는 승객들 ⓒ 송춘희

이제 선장의 힘찬 뱃고동 소리와 더불어 항해는 시작되었다. 배를 타고 10여분쯤 지났을까?

a 물살을 가르고 힘찬 출발 !

물살을 가르고 힘찬 출발 ! ⓒ 송춘희

여기저기를 구경하던 내게 배를 한번 돌려보겠냐고 씽긋 웃는다. 두려운 얼굴로 가만히 있자 이내 한국어로 "괜찮아요"하고 응답한다. 용기를 내어 운전대를 잡아 보았다.

a 선장의 배려로 항해를 체험하다

선장의 배려로 항해를 체험하다 ⓒ 송춘희

선장이 지시하는 대로 가만가만 핸들을 돌리니 배가 서서히 움직인다. 10살 때 아버지로부터 항해를 배웠다는 선장은 한국말도 아주 잘하였다. "오른쪽!" "왼쪽!"하며 지시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뒷자리에서 "돌고래야~"하고 외친다. 앉아 있던 승객의 음료를 마시던 승객과 유유히 사진을 찍던 승객 모두 한꺼번에 뛰쳐나와 "어디? 어디?"하며 두리번거린다. 과연 야생돌고래들은 대 여섯 마리씩 살짝 살짝 등지느러미만 보이고는 다시 바다로 숨어 버린다.


a 야생돌고래떼의 모습 (아쉽게도 너무 빨리 숨어버렸다)

야생돌고래떼의 모습 (아쉽게도 너무 빨리 숨어버렸다) ⓒ 송춘희

아쉬운 돌고래감상을 마치고 몇 몇은 바다낚시를 즐기고 또 일부는 뒤쪽에서 스노클링 체험을 하였다.

스노클링은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입으로 숨 쉬는 교육을 잠깐 받고 구명복을 입은 후 '첨벙!'하고 뛰어들면 된다. 평소에 운동신경이 둔한데다 겁이 많은 내가 벌벌 떨고 있는 사이 어린아이들은 첨벙 첨벙 물에 잘도 들어갔다. 마침내 나도 용기를 내어 "첨벙 ~"


바다는 예상보다 차갑지가 않았다. 수심이 워낙 깊어 도저히 발이 닿지 않는 공포감이 들어 그렇지 수영하기에도 쾌적한 온도였다.

a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있는 필자와 아이들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있는 필자와 아이들 ⓒ 송춘희


a 스노클링하는 모습

스노클링하는 모습 ⓒ 송춘희


a 스노클링을 시작하기 전 바다속에 떠 있는 모습

스노클링을 시작하기 전 바다속에 떠 있는 모습 ⓒ 송춘희

위에서 선장이 던지는 과자를 먹기 위해 수많은 물고기 떼들이 몰려든다.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얼굴만 숙이면 수천마리의 바다고기들이 떼 지어 지나간다. 코발트블루의 바닷물 속에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각종 식물들, 옥색 물고기, 이 수중의 아름다움을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바다 속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하자 우리를 지켜보던 선장은 "성수기에는 하루 8번씩이나 이곳에 오지만 자기는 늘 이곳이 좋다"고 하였다. 스노클링을 마치고 배에 오르자 바다에서 직접 잡은 참치 회를 나눠주었다. 승객들은 모두 밝은 미소를 지으며 저마다 열심히 젓가락을 놀린다. 한국에서 초고추장에 찍은 참치를 먹으려고 하는 것처럼.

a 참치회를 먹고 있는 여행객들

참치회를 먹고 있는 여행객들 ⓒ 송춘희

두 시간의 항해를 마치고 다시 선착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경! 작열하는 태양이 서서히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석양이 지는 숙소의 수영장 벤치에 앉아 4일간의 여행을 돌아보며 담소를 나누었다. 시부모님, 아들형제 4부부 자녀들까지 모두 16명의 단체 여행이었지만 사고 없이 잘 보내게 해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기도 했다. 시어머니는 당신의 고희를 맞아 이렇게 한 가족이 모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형제간에 우애 있고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이 되자고 당부하셨다.

며칠간의 바쁜 일정 중에도 어머니는 늘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하시고 도우셨다 혹여 아픈 손자라도 없을까 뜨거운 태양에 몸이 너무 탈까 자외선 차단 크림도 늘 바르도록 말씀하셨다. 이제 밤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각자의 방에서 짐을 꾸리기 위해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붉게 타는 노을이 우리의 발걸음을 따라왔다. 늘 그림자처럼 우리를 지켜보시는 변함없는 어머니처럼.

a 석양이 지는 괌 바다

석양이 지는 괌 바다 ⓒ 송춘희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SBS 유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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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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