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쩝쩝! "야 이래서 영덕대게구나"

장인 어른 생신에 처음 맛본 영덕대게의 기막힌 맛!

등록 2007.02.27 19:45수정 2007.02.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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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우리식구의 화두로 떠 올랐던 ‘영덕대게’. 젓갈로 살짝 밀면 맛난 속살이 스스르 나온다.
▲새해 우리식구의 화두로 떠 올랐던 ‘영덕대게’. 젓갈로 살짝 밀면 맛난 속살이 스스르 나온다. 조광선
게라면 우리 식구들 모두 사족을 못 쓴다. 부드러운 속살이 입에 착∼ 하고 달라붙는 그 맛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우리 언제 게 한번 먹자구요"라면서, 애들은 "아빠 우리 언제 게 먹으러 갈거야?"하며 은근히 압력을 넣고 있었다.


@BRI@특히 지난 설에 이모님댁에서 이모부께서 들려주신 실감나는 '영덕대게'의 맛을 보신 이야기를 들은 이후 우리 식구의 화두는 대게였다. 나 또한 대게 맛을 꼭 한번 보고 싶어졌다. 꽃게는 먹어봤어도 대게는 말만 들어본 터였다.

'대게 한번 원 없이 먹어봤으면….'

맛난 먹을거리 대게를 향한 우리 가족 모두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워낙 고가인지라 먹기가 여간 어려운 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싸게 먹으려면 본 고장 영덕에 가서 먹는 방법밖에 없었다.

드디어, 새해부터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영덕대게를 한번 먹어 볼 기회가 왔다. 지난 24일이 장인어른 생신이신지라 처남네와 처제 등 처가 식구들과 우리 식구들 모두 모여 생신 파티를 대게로 하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내가 먼저 일정을 잡아 아내에게 말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수원에서 영덕으로 가서 대게를 사 가지고 장인어른댁(경북 영천)으로 가자구."
"영덕까지 얼마나 걸릴까?"
"한 5시간 30분 정도 걸리겠지."
"너무 멀다?"
"싱싱하고 싸게 맛을 보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맛나 보이는 영덕대게
▲맛나 보이는 영덕대게 조광선
내려가기 이틀 전 장모님께 전화를 했다.


"장모님 저희가 이번에 내려갈 때 영덕에 가서 대게를 사 가지고 가려고요."
"게를 사온다꼬?, 거기를 들렸다가 언제 올라꼬?"


장모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계시던 장인어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까지 뭐 할라꼬 가나? 그냥 와라."
"네?"


군 출신이신 장인어른은 항상 짤막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시기 때문에 그 의견이 너무도 분명하시다.

"조서방, 아버님이 그냥 내려오라고 그러시네. 아이들도 있어 너무 머니까 일단 그냥 내려오게나 우리가 택배로 받는 방법을 알아볼 테니."
"택배요?"


게를 택배로 받는다? 택배로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지만 게를 택배로 받는다는 것은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가능은 하지만 생물인 게를 택배로 받으면 최소한 이틀 정도 배송이 소요되니 게는 모두 죽어 있고 맛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한 번 더, 영덕에 들려서 내려가겠노라고 말씀드려봤지만 그냥 내려오라고 호통을 치시는 바람에 우리의 계획은 무산되고 장인어른댁으로 곧장 내려가기로 했다. 금요일(23일) 저녁 수원에서 영천으로 출발해 밤 11시 장인어른댁에 도착했다.

문안인사를 여쭙고 나자 장인어른은 "내가 잘 아는 분께 전화해 싱싱한 놈으로 택배로 부쳐 달라꼬 오늘 주문해 놨다"면서 "내일이면 올끼다"라고 말씀하셨다.

다음날 장모님은 택배를 찾으러 가자고 나를 앞장세우셨다. 택배회사에서 지선차량에 싣기 전 찾으시겠다고 전화를 해 놓으신 터였다. 집에서 받으려면 오후 6시에나 받으니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 게를 한시라도 빨리 받으시려는 계획이었다.

금방이라도 스티로폼박스로 기어 오르려는 대게, 택배로 받은 ‘영덕대게’는 생각과는 달리 살아서 싱싱한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스티로폼박스로 기어 오르려는 대게, 택배로 받은 ‘영덕대게’는 생각과는 달리 살아서 싱싱한 모습이었다 조광선
게를 찾아가지고 와서 큰 스티로폼 박스를 뜯었다. 게들이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야∼ 아직도 살아 있네!"

싱싱한 게를 보자 한자리에 모인 처가 식구들 모두가 외쳤다. 장모님이 큰 솥에 물을 붓고 30분가량을 찌자 대게가 김을 내뿜으며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게 숫자를 세어보니 모두 25마리, 15만원 어치라고 하셨다.

푹 쪄내자 살아서 꿈틀거리던 대게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맛있는 대게로 변신했다.
▲푹 쪄내자 살아서 꿈틀거리던 대게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맛있는 대게로 변신했다. 조광선
"싸긴 싸다!"

나는 중얼거리며 빨갛게 쪄진 맛난 모습의 게를 큰 상에 꺼내서 펼쳐 놓았다. 각자의 손에 가위와 젓갈 하나씩 들고 대게 먹기에 들어갔다. 다리를 자르고 젓갈로 밀고, 긁고, 쏙쏙 살을 발라 먹었다.

대게는 우선 다리를 가위로 잘라서 쏙쏙 빼먹어야 한다.
▲대게는 우선 다리를 가위로 잘라서 쏙쏙 빼먹어야 한다. 조광선
"야∼ 맛있네!"

후루룩∼ 쩝쩝! 여기저기서 맛있게 먹는 소리들이 들렸다.

"야∼ 이래서 영덕대게 하는구나…."

한참을 먹기만 하던 내가 말문을 열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간이 정말 딱! 맞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었다.

푹 쪄진 대게는 먹음직한 빛깔로 변한다.
▲푹 쪄진 대게는 먹음직한 빛깔로 변한다. 조광선
말도 안 하고 모두 먹기만을 하더니, 더는 못 먹겠다고 하나둘 상에서 떨어져 나가고 마지막 나만 남았다. 나는 4마리를 먹었다. 나도 더 먹는 것은 무리였다.

"더 먹게나 조서방, 남으면 맛없네."
"아∼ 됐습니다. 많이 먹었습니다."


자리에 모인 식구의 수가 어른 7명에 아이들 4명이었는데, 모두 22마리를 먹어치우고 3마리가 남았다.

상에 펼쳐 놓고 온 가족이 먹기 시작한다.
▲상에 펼쳐 놓고 온 가족이 먹기 시작한다. 조광선
다 먹고 나서 모두의 얼굴에는 그 맛난 영덕대게 맛에 즐겁고 흐뭇한 표정들이었다. 정말 원 없이 영덕대게를 먹어봤다. 벼르고 벼르던 큰일을 해낸 성취감이 느껴질 정도의 기쁨이라고나 할까?

게 등딱지에 밥까지 비벼 먹어야 영덕대게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게 등딱지에 밥까지 비벼 먹어야 영덕대게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조광선
참 좋은 세상이다. 택배로 영덕의 맛난 대게를 배달해 받아먹다니…. 물론 가서 바닷가를 보며 관광을 하며 먹는 맛에야 비하진 못하겠지만 바쁜 세상에 멀리서도 이 정도 대게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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