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번의 전화

중년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시 한편

검토 완료

장동언(ringrin)등록 2007.03.03 10:06

정경임 시인님 ⓒ 장동언

그저 아이들 때문에, 아님 결혼을 하였으니 마지못해서, 이렇게 중년 여인의 가슴은 삭막한 현실 속에서 조금씩 병이 들어 어느 순간 치유가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발전하게 되며, 급기야 현실도피를 위해 많은 중년의 여인들이 자살과 일탈을 생각하게 된다. 참으로 서글픈 삶이다.
헌데 오늘날의 중년남편들에게 던지는 작은 메시지를 담은 시가 있다. 바로 정경임시인의 [하루 세 번의 전화]이다.
그저 아무런 내용도 없는 듯한 평범한 시, 그러나 이 시를 대한 중년의 남편들은 스스로가 한번쯤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BRI@하면 정경임 시인의 [하루 세 번의 전화]를 감상해 보자.

하루 세 번의 전화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는 오늘도 출근을 서두른다.
<집 잘보고!>
되짚어 풀어놓는 말이지만
나는 건성이다.

첫 번째 전화벨이 울린다.
<잘 도착했다.>
대답할 겨를도 없이
남편은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 한마디만을 남긴 채
얼른 전화를 끊어버린다.

나만의 일터, 공간
여느 때처럼 나는
싱크대 위에 모아둔 그릇을 씻고
세탁기 버튼을 누르고
청소기를 끌며
200W 우퍼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우울한 가슴을 맡긴다.
예컨대 이렇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따져보면 무소음 청소기를 구입하였기 때문
TV 프로(주부, 세상을 말하자)를 끝으로
오전의 일상이 바쁘게 지나간다.

<점심은? 나는 먹었는데.>
남편의 두 번째 전화내용이다.
어쩌면 참 간단해서 좋다.
이것저것 좀 물어보면 어디가 덧나는지.

저녁 무렵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뭐하는데?>
<알거 없잖아요!>
톡 쏘는 한마디에
<나는 당신의 스물 네 시간이 궁금해.>
<어쨌든 이제 퇴근한다.>
전화기의 대화는
또 이렇게 일방적으로 끊어진다.

훗~ 사랑한다는 얘기를 잊어버린 지
참 오래된 것 같다.

위 시를 쓴 정경임시인은 경북 안동의 라별에서 출생하여 2005년 계간 [대한문학세계 겨울호]에 [비애]가 당선되면서 시단에 나왔고, 현재 대한문인협회,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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