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은 하나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습니다"

장애의 어려움 딛고 부농으로 성공한 조준성 배드민턴 화순중앙클럽 회장

등록 2007.03.15 16:08수정 2007.03.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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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준성 회장에게는 오른팔이 없다.

조준성 회장에게는 오른팔이 없다. ⓒ 박미경

조준성(47) 배드민턴 화순중앙클럽회장은 어릴 때 앓았던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저는 데다 오른쪽 팔마저 없는 장애인이다. 조 회장은 10살이 되던 무렵 집에서 운영하던 정미소에서 놀다가 벨트에 팔이 끼이면서 오른팔을 잃었다.


자기보다 더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까지 '쩔룩배기'라는 놀림을 받았지만, 그는 팔을 잃기 전까지만 해도 학교 다니는 것이 즐거웠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한쪽 팔을 잃으면서 학교에 가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힘든 일이 됐다.

부모님은 몸이 불편하니 열심히 공부하라며 그를 독려했지만 그를 향한 온갖 놀림은 학교와 점점 멀어지게 했다. 갈수록 학교를 빠지는 날이 많아지면서 말썽도 많이 피워 부모님 속도 어지간히 썩였다.

그러다가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형이 두 살과 돌배기 조카를 두고 사고로 세상을 등졌고 형수가 집을 나갔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와 할머니가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던 아버지가 형의 친구들에게 사업자금을 사기당하면서 병환으로 자리에 누웠다. 가세도 기울어 논밭 한 떼기 남아 있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생인 그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조준성 회장은 학교를 그만두고 넓은 세상에서 성공해 돌아오겠다며 무작정 상경했다. 날품팔이, 잡부 일도 마다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만 장애인인 그에게 제대로 된 월급을 주는 곳은 없었다. 설상가상 믿었던 동네 형마저 몇 푼 안 되는 그의 월급을 가지고 사라졌다. 그는 상경 5개월만에 장애인이라는 설움과 험한 세상에 대한 교훈만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BRI@그렇지만 중퇴 학력을 가진 장애인소년이 일할 곳은 고향에도 없었다. 그는 불편한 몸으로 품삯을 받으며 어쩌다가 불쌍하다면서 자신에게 맡기는 농사일을 열심히 했다. 결국 2년 여간 모은 품삯으로 돼지 1마리를 사 키웠고, 그 돼지를 팔아 폐차 직전의 고물경운기를 사서 남의 집 논밭을 갈아주는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처음엔 외면하던 이웃들도 그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차츰 그에게 일을 맡겼다. 아버지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이웃이 나중에 성공하면 돌려주라며 그의 앞으로 이전해 준 1200평의 땅은 그가 경영하는 위탁영농의 시발점이 됐다. 그 논을 담보로 받은 영농후계자 자금을 종자돈으로 농기계와 화물차를 구입해 위탁영농법인과 화물운송업체를 설립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한번 일을 맡긴 사람은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정해진 금액 외에는 받지 않는다"는 그의 신조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일을 맡기도록 했다. 위탁영농법인은 처음 1만평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지금은 50여 만평의 농지를 관리하는 영농법인으로 성장했고, 그도 1만여 평의 농지를 소유한 부농이 됐다.


하지만 그에게도 위기가 닥쳐왔다. 악착같이 일한 덕에 '부농'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지만, 성공 뒤의 외로움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사람이 그리웠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다. 그 외로움을 술로 달래면서 몸도 많이 상했다.

a 조준성 회장과 부인 최진화씨

조준성 회장과 부인 최진화씨 ⓒ 화순중앙클럽

부인 최진화씨와 함께 여러 가지 운동도 해 봤지만 장애에 대한 콤플렉스가 그를 불편하게 했다.

그러던 중 친구의 권유로 배드민턴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신을 그냥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동료로 봐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술도 끊고 세상을 향해 닫혀 있던 마음의 문도 열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매월 일정액의 장학금도 지급했다.

하지만 자신이 마음껏 운동을 하기에는 주변여건이 탐탁하지 않았다.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고 운동을 하려고 하면 체육관 문이 닫혔다. 조준성 회장은 자신과 동호인들이 시간에 상관없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키로 결심하고 사비를 털어 집 옆에 동호인들만의 공간을 마련했다. 3억여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지만 아깝지 않았다.

장애인도 비장애인 못지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005년에는 전남 장성에서 열린 생활체육대회에 출전 복식종목에서 당당하게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는 농민회 부회장도 맡아 농민들의 권익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항간에는 그를 두고 '망나니'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욱하는 성격과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질 탓에 가끔 주변사람들과도 부딪히고 폭주족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오토바이의 속도감을 즐기며 화순 곳곳을 달리던 그의 과거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신한다.

조준성 회장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산간오지에 있는 논이라도 고령의 농부가 그에게 맡기는 농사일을 거절하지 않는다. 아무리 수입농산물이 밀려와도 국산농산물을 찾는 국민들이 있다면 우리 농업도 희망이 있고 누군가는 농업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닫았던 마음의 문을 셔틀콕을 통해 열었던 조준성 회장은 농업에 희망을 걸고 고향 화순을 지키며, 지금까지 군말 없이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부인 최진화씨와 희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a 부인 최진화씨와 배드민턴을 치는 조준성 회장, 부부는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부인 최진화씨와 배드민턴을 치는 조준성 회장, 부부는 상당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 화순중앙클럽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군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순군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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