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부모들, 인권위 점거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아이가 아파도 돌보지 못하고 농성장 찾을 수밖에 없어"

등록 2007.03.26 17:16수정 2007.03.26 18:14
0
원고료로 응원
a 26일 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장애아 부모들이 인권위를 점거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26일 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장애아 부모들이 인권위를 점거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위드뉴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공동대표 윤종술)는 26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를 점거하고 '장애인의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아래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3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인권위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 1년여만의 일이다. 장애아 부모들은 지난해 무려 37일 동안이나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37일간 진행된 단식 기간 탈진 증세를 보이며 구급차에 실려 간 장애아 부모만 여럿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이 또다시 시작됐다. 시간은 1년이나 흘렀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여전히 같다. 부모들이 단식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같다.

장애아 부모들은 지난 3년여 동안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해 두 번이나 인권위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을 벌여왔으며 정부중앙청사와 청와대 앞에서 여러 차례 기습시위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세월이 무색하게도 장애아 부모들은 돌봐야 할 아이가 있는 집을 떠나 끼니까지 거르며, 여전히 정부를 향해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엔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장애아 부모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까?

사립학교법 재개정 등의 문제로 3월 임시국회 난항

지난해 5월 발의된 장애인의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달 열린 임시국회에서 정부안인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과 병합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부안 제출 시기가 늦어져 결국 다뤄지지 못하고 3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29일 열릴 예정인 교육위 상임위원회에서 정부 입법안을 상정한 후 4월경 양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립학교법 재개정 등의 문제로 인해 3월 임시국회마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어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지난 2월 정부가 제출한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입법안 초안과 달리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 자체 심의 과정에서, 장애인야학의 설치 근거와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등 상당부분에 있어 강제성이 부족하다는 것.

a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아 부모들이 노란색 손피씨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아 부모들이 노란색 손피씨를 펼쳐 보이고 있다. ⓒ 위드뉴스

윤종술 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열린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지난해 진행한 37일간의 단식농성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로 인해 그렇게 기다리던 장애인교육지원법 공청회 날짜도 잡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공동대표는 "3월, 4월에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제정되지 못하면 6월 임시국회에서는 대선정국에 휘말리게 될 것이고 2008년 역시 총선으로 인해 장애인교육지원법은 각종 법과 함께 유야무야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덧붙여 윤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3, 4년간 잠재워 둔 법안을 2009년에 다시 꺼내 국회에서 다룰 수 있겠느냐"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애아 부모들이 또다시 인권위를 찾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옥진 울산장애인부모회 회장은 감기로 인해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뒤로하고 새벽 5시에 서울로 향하는 차에 자신의 몸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김 회장은 "계속되는 엄마의 부재로 인해 아이의 몸이 펄펄 끓어올랐지만 이 아이를 두고 농성장에 올 수밖에 없었다"며 "수차례 농성에도 불구, 이번만큼은 다른 때와 달리 굉장히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지난 3년 동안 어떤 투쟁도 수월했던 투쟁은 없었다, 나와 같은 심정을 가진 부모가 어디 나 한 사람 뿐이겠냐"며 "장애를 가진 자기 자식을 떼어놓고 농성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심정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또 "한국 인권의 본산지라고 하는 인권위는 부모들의 인권위 점거가 불법이니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 하고 있다"며 "장애인들의 인권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질 때까지 인권위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했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인권위를 점거한 80여 명의 장애아 부모들 가운데 20여 명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참여할 예정이며,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서울과 전국 각 지역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총력 결의대회, 문화제, 선전전 및 서명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 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장애인 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의 기자입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의 차별적 문제를 언론을 통해 변화시키려고 ...

이 기자의 최신기사 장애아 부모들 국회 본청 점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