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도 속은 '짝퉁 태극기'

[현장] 국회 '임시의정원' 개원 88주년 기념식...틀린 태극기로 탁본 행사

등록 2007.04.05 16:43수정 2007.04.0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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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한민국임시의정원 개원88주년 기념특별전시회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5일 임채정 국회의장이 임시의정원에 걸렸던 태극기를 탁본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그러나 임채정 국회의장이 들고 있던 태극기는 임시의정원이 사용한 태극기와 태극문양과 괘의 위치가 다른 '짝퉁'이었다.

대한민국임시의정원 개원88주년 기념특별전시회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5일 임채정 국회의장이 임시의정원에 걸렸던 태극기를 탁본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있다. 그러나 임채정 국회의장이 들고 있던 태극기는 임시의정원이 사용한 태극기와 태극문양과 괘의 위치가 다른 '짝퉁'이었다. ⓒ 연합뉴스 진성철


'대한민국임시의정원' 개원 88주년 기념식에서 '짝퉁 태극기'가 만들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행사에 참석한 임채정 국회의장도 깜빡 속을 정도였다.

잘못 제작된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까지 하는 어이없는 해프닝은 5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 앞 야외에서 열린 임시의정원 개원 88주년 기념식에서 벌어졌다.

기념식을 준비한 국회사무처 국회기록보존소는 일제시대 중국 상해 임시의정원에 걸렸던 태극기의 탁본을 뜰 수 있도록 가판대를 설치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한 것.

이날 태극기 탁본 행사에 참여한 첫 번째 주인공은 임채정 국회의장이었다. 임 의장은 국회기록보존소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직접 찍어낸 태극기를 들고 김태랑 국회사무총장과 김수한·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a 대한민국임시의정원이 사용했던 태극기.

대한민국임시의정원이 사용했던 태극기. ⓒ 자료

그러나 임 의장이 찍은 태극기는 상해 임시의정원에 걸린 태극기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먼저 1919년 4월 10일에 구성된 임시의정원이 사용한 태극기를 살펴보자(사진 참조).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태극문양의 경우 붉은색이 오른쪽, 푸른색이 왼쪽에 있다. 그리고 4괘 중 '이'와 '곤'은 오른쪽 상하에, '건'과 '감'은 왼쪽 상하에 각각 위치했다.

그러나 이날 임 의장에 제작한 태극기의 경우 태극문양의 붉은색과 푸른색이 뒤바뀐 것이었다. 또한 4괘 역시 임시의정원이 사용한 태극기와 달리 배치됐다.


'진실'이 드러난 것은 행사가 거의 끝날 무렵, 칠순이 넘은 김복녹 할머니에 의해서였다. 임시의정원 유가족 자격으로 참석한 김 할머니는 버스에 오르기 직전 "태극기가 틀리다"고 지적했다.

김 할머니는 "임시의정원이 사용했던 태극기와 완전히 다른 모양의 태극기"라며 "높은 양반들이 그것도 모르냐"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김 할머니의 지적에 따라 국회사무처는 뒤늦게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태극기 제작 가판대도 즉시 철수되었다. 하서룡 국회기록보존소 서기관은 "해방 이전 일제 시대에 독립운동가들이 사용한 태극기는 매우 다양하다"며 "임시의정원을 알리겠다는 취지와 달리 작은 착오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한민국 입법부의 시초로 평가되는 임시의정원은 1919년 4월 10일 밤 10시 상해 프랑스조계 김신부로 지역에서 처음으로 개회됐다. 이때 초대 의장으로 이동녕을 선출하고 일제 강점기에 임시정부와 함께 활동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전현직 국회의장단을 비롯해 장영달, 김형오 양당 원내대표와 임시의정원 유족 50여 명이 참석했다.

국회사무처는 이달 14일까지 헌정기념관 지하1층에서 임시의정원 개원 88주년 기념 특별전시전을 연다. 이 기간동안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국회를 드나들 수 있다.

a 왼쪽이 이날 행사에서 탁본한 태극기. 태극문양과 건곤감리가 잘못 배치 됐다. 오른쪽은 왼쪽 태극기 사진을 대한민국임시의정원이 사용했던 태극기에 맞게 다시 합성한 것이다.

왼쪽이 이날 행사에서 탁본한 태극기. 태극문양과 건곤감리가 잘못 배치 됐다. 오른쪽은 왼쪽 태극기 사진을 대한민국임시의정원이 사용했던 태극기에 맞게 다시 합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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