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하게 고맙구 미안혀"

농협화순군지부 자원봉사단, 사랑의 봉사활동

등록 2007.04.12 16:34수정 2007.04.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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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송 할머니 집에서 꺼낸 살림살이가 한짐이다.

송 할머니 집에서 꺼낸 살림살이가 한짐이다. ⓒ 박미경


“한 이십년 됐나? 그때 한번 도배랑 장판 바꾸고 이번이 처음이여. 도배랑 장판 새로 한다고 새벽부터 애들 두들겨 깨워서 핵교 보냈는디 애들이 오면 좋아하겠구먼. 고마운디 아무것도 해줄게 없어서 너무 미안혀, 너무 고맙구 미안혀서 말도 못하것어.”


11일 농협화순군지부(지부장 정종순) 자원봉사단이 능주면 관영리 송모(73세) 할머니 집을 찾았다.

농협군지부 직원 등으로 구성된 농협자원봉사단(단장 정종순)은 올해 회원농협들의 추천을 받아 저소득가정을 대상으로 주거환경개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봉사단은 송할머니가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면서도 어려운 형편때문에 낡고 헐은 집을 수리하지 못하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는 고재식 능주조합장의 말을 듣고 송할머니의 집을 찾은 것이다.

a "묵은 때도 팍팍 문질러 닦고..."

"묵은 때도 팍팍 문질러 닦고..." ⓒ 박미경


38년전 지어진 송할머니의 집은 집을 지은 이후 20여년 전 도배와 장판을 교체하고 5년전에 물이 새서 지붕을 한번 수리한 것 외에는 한번도 집을 손보지 못했다. 오래전에 지어진 집이다보니 낡고 헐어 수리가 필요했지만 형편이 어렵다 보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송할머니집 깊숙이 감춰져 있던 세간살이들이 밖으로 나오자 농협봉사단원들은 분주한 손길로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할머니의 손때가 묻은 살림살이도 단원들의 손에 의해 깨끗이 정리됐다.

송할머니의 자녀들은 그리 넉넉치 않은 형편이어서 할머니를 자주 찾지 못한다. 몇해전 며느리가 집을 나가면서 정이(13세,가명), 준이(10세,가명) 두 손주를 돌보는 것도 삶에 지친 할머니의 몫이 됐다.

할머니는 형편도 넉넉치 않은데다 건강마저 좋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정이와 준이의 아버지인 아들 Y씨가 함께 살고 있어 정부의 보조나 지원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아들이 현재 취업을 위해 기술을 익히고 있지만 앞으로 취업을 하고 수입이 안정될 때까지 모든 살림은 할머니가 도맡아야 한다. 송 할머니는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숨이 차서 살림도 잘 돌보지 못하고 아이들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오랜 동안 집을 손보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했었는데 손주들이 깨끗한 집안에서 생활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기쁘다"며 농협봉사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a 송 할머니의 집은 38년전에 지어져 천정도 낮고 비좁아 장정 서넛만 들어가도 꽉차 보인다.

송 할머니의 집은 38년전에 지어져 천정도 낮고 비좁아 장정 서넛만 들어가도 꽉차 보인다. ⓒ 박미경


이날 정종순 지부장 등 농협봉사단은 능주농협 부녀회원들과 함께 송 할머니집의 낡은 도배지와 장판을 새것으로 바꾸고 낡은 전선과 형광등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화순자활후견기관도 도배기술자를 파견해 봉사단이 원할하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정종순 지부장과 고재식 조합장, 능주농협 부녀회는 할머니가 시집올때 가지고 와서 낡디 낡은 이불을 여지껏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와 손주들의 기분좋은 잠자리를 위해 사비를 털어 이불 3채를 장만,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정종순 지부장은 "주거환경봉사는 지역 농업과 농업인, 지역민들에게 농협의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노력"이라며 "송할머니 같이 도움이 필요해도 행정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주로 주거환경봉사 등을 펼쳐 주민들에게 친근하고 다정하게 다가가는 농협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군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순군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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