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어르신! 아흔 세 번째 생신을 축하합니다

인생철학을 확고히 지켜나가시는 현명함을 본 받고 싶습니다

등록 2007.04.16 11:03수정 2007.04.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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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7년 4월 14일 생신 축하연

2007년 4월 14일 생신 축하연 ⓒ 정태평

지난 토요일 장인어르신께서 아흔 세 번째 생신을 맞이하여 일가친척 분들과 함께 생신을 축하하기위한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장인 어르신께서는 93세 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좋으십니다. 다리관절이 조금 불편한 것 외에는 시력과 청각, 치아도 이상이 없으십니다.


지금도 꾸준한 운동을 하십니다. 식사 후에는 집에서 가까운 산과 공원을 산책하시며 건강관리를 하시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위해 EBS 영어교육방송을 들으시며 쓰고 읽고 하시면서 지식습득을 위한 공부에도 소홀함이 없으시지요.

제가 1990년에 결혼을 하였는데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장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막내처남과 함께 사셨습니다. 막내처남도 아침 일찍 직장 나갔다 밤늦게나 들어오니 표현을 안 하시지만 얼마나 적적하고 외로우실까요.

그렇게 사시다가 그 막내처남마저 올 초에 결혼을 하면서 분가를 하였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자식들이 모시겠다고 하여도 부담주기 싫다고 하시면서 완고하게 거절을 하십니다. 다행히 막내처남과 처남댁이 효심이 깊어 처가 집 바로 옆 아파트에 신혼살림을 차려 틈나는 대로 자주 찾아뵈니 덜 적적하시리라 봅니다.

물론 청소하고 밥해주시는 아주머니가 계시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자식들은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장인어르신 생각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몸 져 드러누우면 몰라도 육신이 성한 이상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는 싫다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자식들이 몇 번이나 설득을 하여도 뜻을 굽히지 않으십니다. 북에 고향을 두고 내려오신 실향민이시라 피붙이 하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 이라고 할까? 강한 자립정신과 근검절약정신, 고마움의 표시로 하나를 받으면 받은 만큼 꼭 되돌려 줘야하는 상호주의 원칙이 철저하게 몸에 베이셨습니다.


말씀이 별로 없으신 분이라 살가운 잔정은 없으시지만 큰일이 생기면 선뜻 조건 없는 나눔을 베푸시는 속정 깊으신 분이시지요. 경제성장으로 인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분에 넘치게 과하다 싶은 씀씀이가 사회문제화가 되고 있는 요즈음 그런 변화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확고히 지켜나가시는 현명함은 참 본받을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쓰고 싶고, 해보고 싶고, 가지고 싶은 마음인데 그 유혹을 뿌리치고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이 결코 싶지 않을 것입니다. 절제된 생활습관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고 나름대로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스스로 터득한 삶의 지혜이겠지요.


저는 어떤 모임이나 자리에서든 장인어르신께서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을 주변사람들에게 큰 자랑거리로 이야기합니다. 아흔 세 번째 생신을 맞이하신 장인어르신을 향한 막내사위의 간절한 바람은 지금과 같이 건강하신 모습으로 만수무강하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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