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시인 조운과 조우하다

문학춘추작가회 회원 50여명과 함께 한 행복한 하루 ①

등록 2007.04.28 14:30수정 2007.04.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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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즐거운 인생이란 무엇인가? 주어진 시간을 날마다 건강, 행복, 희망, 사랑이라는 단어로 가득 채우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삶 그것이 곧 건강하고 즐거운 삶이 아니겠는가?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해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피안의 휴식을 찾고, 휴식은 자기만의 시간여행이나 좋은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동행으로 이어진다.

산과 들이 온갖 화려한 봄꽃 잔치를 벌이고 있는 지난 일요일(22일) 문학춘추작가회 회원 50여명과 함께 영광과 함평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문학기행은 나에게 단순한 여행의 의미를 뛰어넘어 천만금의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문학의 깊은 뿌리와 향기를 흠뻑 호흡하며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휴일이면 옛 전남도청 민주의 종각 앞에는 자연의 속살을 찾아 회색빛 도시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만남과 관광버스의 행렬로 부산하다.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문학춘추작가회의 '찾아가는 문학기행' 버스에 탑승한 회원들의 얼굴에도 반가움과 설레임의 표정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해후한 친구와의 열린 마음처럼 버스 안은 온통 이야기꽃으로 강을 이룬다.

김현숙 사무국장의 일정 안내, 김영관 회장의 인사 말씀, 박형철 문학춘추작가회 이사장의 회원 소개, 조연탁 시인의 '장생보법 용천지압' 등의 너스레가 문학기행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며, 힘찬 여행의 발진을 시작한다.

각기 다른 삶의 현장에서 지역사회 발전과 문화 창달을 위해 바쁘게 살고 있는 작가들이 모처럼 쉼의 여유로 만나 동심의 아이들처럼 웃고 즐기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같다.

오늘의 코스는 조운 시인 생가 관람 → 불교 최초 도래지 방문 →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 → 용천사 시찰 → 중촌원 구경 → 이수복 시비 견학 등의 일정으로 짜여 있다. 차창가로 스쳐 가는 현란한 봄꽃들이 나들이객들의 마음에 타는 불 지르며, 오감의 온도를 높인다.

오전 9시 광주에서 출발한 버스는 1시간 20분 정도 달려 조운 시인의 생가가 있는 영광에 도착했다. 영광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생가로 가는 길목에 있는 홍교(구름다리)와 조운 시인의 고향을 알리는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홍교와 조운시인의 고향을 알리는 표지석을 둘러보면서 설명을 듣고 있는 작가들.
▲홍교와 조운시인의 고향을 알리는 표지석을 둘러보면서 설명을 듣고 있는 작가들. 오승준

영광에서의 길 안내와 해설을 담당한 이곳 출신 강두현 시인은 홍교(구름다리)는 불허 정극인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정극인의 척불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정극인 사망 17년 후 이조 성종 때 조정에서 이곳에 홍교를 설치했다고 한다.

홍교 바로 마을 입구에 이곳이 조운 시인의 고향임을 알리는, 누군가의 뜻에 의해 설치된 표지석 역시 세월의 비바람에 씻겨 그 흔적만 쓸쓸하게 남아있다. 강 시인은 이 표지석에 대한 의미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월북 작가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조운 시인의 생가에서.
▲조운 시인의 생가에서. 오승준
<조운 시인의 문학 동산>이라는 대리석 푯말의 안내로 생가에 들어선 작가들은 폐가나 다름없는 조운 시인의 생가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근대 시조문학의 대가이자 가람 이병기 선생과 쌍벽을 이룬다는 민족시인의 생가치고는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이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 하얀 목련꽃. 붉은 진달래꽃, 호랑나비 애벌레를 먹고 산다는 탱자나무꽃, 석류 시인이 심은 듯한 석류나무만이 조운 시인의 생가를 에둘러 지키고 있다. 이재설 시인의 조운 선생의 '석류' 시 낭송과 단체 사진 한 컷으로 조 시인 생가 방문에 대한 예를 표했다.

석류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툼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젖힌 이가슴


조운 시인의 시 '석류'를 낭송하는 이재설 시인.
▲조운 시인의 시 '석류'를 낭송하는 이재설 시인. 오승준
근대 시조문학을 대표하는 영광출신 시조시인 조운(1900∼ ?)의 생가는 전남 영광군 영광읍 도동리 136번지에 있다. 조운 선생은 민족의식 고취에 앞장서 독서회 결성과 고서화 전람회, 문학강연회, 무용의 밤 등 각종 문화운동을 통해 항일 민족자각운동을 벌였다.

조운 시인.
▲조운 시인. 조운기념사업협회
또한 영광청년회와 영농회 등을 결성하여 1919년 영광의 3·1독립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일본경찰의 추적을 피해 만주로 피신했다가 단편소설 <탈출기>로 잘 알려진 서해 최학송을 만나 만주와 시베리아 등지를 함께 방황하며 금강산과 해주, 개성 지역의 고적지를 답사하였는데, 최학송은 훗날 조운과 처남매부의 인연을 맺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선생은 사립 영광학원의 국어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문예지를 발간하며 문예부흥운동에 앞장섰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적인 것은 구습이고, 새로 밀려 들어오는 서양의 문물은 어쩐지 세련되게 느끼던 당시의 '식민지적 무의식 상태'에서 치열한 고민을 통해 초기의 자유시 시작활동을 접고 시조를 택했다.

조운 선생은 해방정국에서 영광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았고 1947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주해 동국대학에서 시조론, 시조사를 강의하다가 1949년에 월북했다. 대표작은 '석류'를 비롯해 '구룡폭포' '석담신음' '법성포 12경' 등의 시조와 '불 살러 주오' '초승달이 재 넘을 때' 등이 있다.

조운 선생이 남긴 시편은 조운기념사업협회에서 2000년에 신문, 잡지 등에 실렸던 작품들을 한권의 책으로 펴낸 <조운시조집> 단 한 권뿐이다.

손광은 전남대학교 명예교수는 "시조야말로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한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그릇이다. 조운 선생은 우리 문학사에 큰 빛을 남기신 분이다"라고 말한다.

조운 선생의 생가는 월북 후 선생의 질녀뻘 되는 이가 살다가 경매에 부쳐졌던 것을 영광의 향토시인이자 민족문학작가회의 영광지부장인 장진기씨가 낙찰 받아 관리하고 있으나, 지금은 거의 폐가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도래지 전경.
▲도래지 전경. 오승준
조운 선생의 생가를 나와 국도 22호선을 달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가 있는 법성포로 이동했다. 불교 최초 도래지가 있는 법성면 진내리 좌우두 마을은 백제 침류왕 원년(서기 384년) 인도 승려 마라난타 존자(尊者·학문과 덕행이 뛰어난 부처의 제자를 높여 이르는 말)가 중국 동진에서 백제로 들어와 불교를 전할 때 처음 발을 디딘 곳으로 알려져있다.

법성포(法聖浦)란 지명도 '(성인이) 불법을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또 영광 불갑산의 불갑사(佛甲寺)는 마라난타 존자가 처음 지은 불법도량이라는 뜻에서 '부처 불(佛)'과 '첫째 갑(甲)'을 썼다고 한다.

고증을 거쳐 백제불교 최초 전래지가 법성포임을 확인한 영광군은 1997년부터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관광명소화 사업'에서 1만3000평 부지의 만다라광장을 비롯하여 108계단·부용루·탑원·팔각정·상징문과 간다라 양식의 불교전시관, 23.7m 높이의 마라난타 존자상을 세웠다.

108계단 위에서 단체사진 한 컷.
▲108계단 위에서 단체사진 한 컷. 오승준

108계단 위 동산에 철쭉으로 수놓은 부처 불자, 간다라 건축양식, 백양사에서 기증했다는 보리수와 노랑, 빨강의 튤립꽃 향연, 부처의 마음 전하는 목탁 소리. 자비와 평화의 큰 물결로 가슴에 젖어든다. (계속 이어집니다.)

철쭉으로 새긴 글자 부처 불.
▲철쭉으로 새긴 글자 부처 불. 오승준

덧붙이는 글 | 문학춘추작가회 회원들과 함께한 문학기행을 <'석류' 시인 조운과 조우하다>와 <'고향의 하늘 밑에서' 이수복을 만나다>라는 두 기사로 나누어 싣습니다.

덧붙이는 글 문학춘추작가회 회원들과 함께한 문학기행을 <'석류' 시인 조운과 조우하다>와 <'고향의 하늘 밑에서' 이수복을 만나다>라는 두 기사로 나누어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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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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