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복 시인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이명재 교수. 오승준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초청강사의 문학강의를 들었다. 오늘의 초청강사는 이명재 교수. 함평 엄다가 고향인 이 교수는 현재 중앙대학교 명예교수와 한국비평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교수는 “함평천지 가득 움돋고 꽃피어 나비들 춤추는 고향에 돌아와 고향의 문우들에게 이수복 시인의 시 세계를 알리게 되어 기쁘다”며, 이수복 시인의 ‘고향(故鄕)의 하늘 밑에서’의 시 낭송으로 말문을 열었다.
故鄕의 하늘 밑에서
빠개진 석류랑
실가지 가지마다 쏟아질 듯이 망울지는 빨간 감
빨간 감이 먹음은 푸른 하늘밑이
긴 유랑 끝에 돌아와 서는 내 마음에는
왜 이다지 기쁘냐
하늘 비치며 하늘밑으로 흘러나가는 시냇물도
해지면 낙엽처럼 훗하게 가마귀나 넘나들 뿐
깊은 명상 속에 예대로 고요한 산 얼굴로
긴 유랑 끝에 돌아 와 서는 내 마음에는
왜 이다지 기쁘냐
저 하늘 아래
흙 이겨 흙 담치고
나무 깎아 초집 짓고
석류랑 감을 심는 황토 땅이
긴 유랑 끝에 돌아 와 서는 내 마음엔
왜 이다지 기쁘냐
(1960. 여름 함평학보 창간호에 실린 시)
이수복(1924~1986년) 선생은 전남 함평 산음부락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민요적 정서를 바탕으로 섬세한 한국적 서정의 세계를 ‘한(恨)의 미학’으로 승화시켜 김소월(金素月)의 시를 계승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생은 목포 문태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예과(豫科)를 마쳤다. 조선대학교 출강, 수피아 여고, 광주일고, 전남고, 주암고 등에서 국어 및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시인은 1986년 4월 9일 과로로 별세하였으며, 시인을 기념하는 시비는 2003년 5월 고향인 함평천의 제방 둑에 건립되었다.
1954년 서정주 시인에 의해 시 ‘동백꽃’이 <문예>에 추천되고, 1955년 ‘실솔’, ‘봄비’가 <현대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했다. 이어 ‘무등부’(1955), ‘무덤과 나비’(1956), ‘꽃상여 엮는 밤’(1957), ‘외로운 시간’(1958), ‘모란송’(1958), ‘소곡’(1958), ‘황국미음’(1959) 등의 작품을 <현대문학>에 잇달아 발표함으로써 1950년대의 문단에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토속적인 시어와 부드러운 운율로 봄의 애상을 노래한 ‘봄비’는 선생의 대표적 서정시로서 1970년대 이후 고등학교 국어와 문학 교과서 등에 수록되어 널리 애송되며 기억되는 작품이다.
시인은 생전에 단 한 권의 시집 <봄비>(1969)를 남겼다. 이 시집에는 대표작으로 알려진 시 ‘봄비’를 비롯해 3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문학평론가 조연현(趙演鉉)의 서문에 의하면 이 34편의 시는 20여 년에 걸쳐 쓴 시 중에서 고른 작품이라고 한다. 모국어의 완벽한 체득에서 출발한 시인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동양적 정서를 부드러운 운율로 담아내는 전통적 서정시의 시풍을 보여준다.
담백하고 소탈한 자신의 인생과 시를 통해 겸손하고 고결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해 보여준 이수복 시인은 박재삼, 이동주 등과 함께 1950년대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명재 교수는 이수복 시인을 생각하면, 문득 정주의 소월, 강진의 영랑과 함께 서울의 미당이 연상되곤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1960년 학생혁명이 일어난 그해 여름 한낮에 광주천변의 방림동 단층집 한옥의 작은 방에서 뵙던 선생의 자태가 선연해 온다. 사모님이 내어 온 풋과일을 함께 드시며, 처음 만난 고향 청년에게 건넨 조용한 말씨와 준수한 얼굴의 안경너머 그윽한 눈빛이 지금도 정겹게 느껴진다”고 이수복 시인을 만나 정담을 나누었던 그 당시를 회상한다.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전 도래지 입구에서 간식시간을 가졌다. 정형택 전 전남문협 회장이 준비해 온 모시님 떡(영광에서 유명한 것 두가지는 굴비와 모시님 떡이라고 한다)과, 삼합, 김영임 시인이 손수 담았다는 맛깔스러운 남도김치, 이명란 시인이 가져온 건강에 좋다는 비타민 막걸리, 김현숙 사무국장이 마련한 봄내음 물씬 나는 두릅과 파프리카, 오이, 청량고추를 송송 썰어서 노릇하게 구워낸 부침과 술, 음료 등 푸짐한 먹거리로 요기하며, 문우 간 정 나누고 친목 다지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함평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영광 백수해안도로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날씨가 흐린 탓으로 햇볕이 나지 않아 만물의 아름다움이 다소 위축되는 느낌이지만, 자연의 품은 여전히 넉넉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자애로운 손길 같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중 전국에서 9번째로 아름다운 도로에 선정된 국도 77호선을 연결하는 군도 14호선에 위치한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전남의 명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갓봉 줄기가 서해바다를 향해 내달리며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에 맞추어 조성한 급경사지대에 닦여진 도로로 풍광아 좋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즐거운 점심시간. 오승준
도가니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반찬이 깔끔하고 밥 맛이 좋다. 특히 국물 맛이 담백하다. 가격은 1만원이지만, 강우현 시인 덕분에 반액으로 식사대접을 받았다.
80이 다 된 문학의 대선배인 조연탁 시인께서 점심시간을 즐겁게 한다. “장생보법 용천지압“ 즉 건강하게 오래 사려면 보행할 시 발바닥을 벌레 밟듯이 밟으며 많이 걸어라. 하루에 네 번 긍정하고 네 번 감사하라. 세계의 중심은 한국이요 한국의 중심은 광주다. 나는 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베트남 사람들은 코리아는 몰라도 다산 정약용은 잘 안다 등 시간만 나면 거침없이 민족 혼, 문학 혼을 강조하는 조 시인의 뜨거운 열정과 넘치는 에너지에 모두가 감탄했다.
식사 후 함평 용천사로 이동했다. 용천사는 당(唐)나라 현종조(玄宗朝 : 재위연간712~756)때 즉 통일신라 8세기 중반 경에 국행사존사(國幸師尊思)라는 사람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용천사에서 물 한모금. 오승준
용천사의 명칭은 폭포수 같은 물이 땅속에서 솟구쳐 나오므로 인해 명명되었으며, 순정 7년(1634)에 보전(寶殿 대웅전)을 신설 중창하고, 이후 무인년(1638)에는 쌍연(雙衍)이라는 스님이 새로 단청했다. 이어 몇번의 전란으로 폐허가 된 후 심원(深元) 주지스님에 의해 1996년에 28평의 대웅보전이 복원되었고, 1997년에 사천왕문이 신축되었다.
용천사는 대웅전 1동과 요사채 2동 등 소규모의 사찰이나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석탑과 석등이 있으며, 그 외 괘불석주가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후기에는 상당한 규모의 가람을 갖추었던 것 같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돌계단에 새겨진 꿈틀거리는 용 조각과 한켠에 비켜 서있는 3개의 작은 석불 상이 잠시 눈길을 붙잡는다. ‘용이 승천한 샘’‘이라는 龍泉에서 약수 한 모금 하는 것으로 절 구경을 마쳤다. 용천사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꽃무릇 축제로 매년 9월이면 용천사 인근에 만개한 꽃무릇을 볼 수가 있다.
용천사를 나와 중촌원을 방문했다.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에 위치한 중촌원(仲村園)은 한림문학재단 박형철 이사장이 사비를 들여 2003년에 건립하였으며, 많은 문학인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박이사장 부부의 특이한 가묘. 오승준
1000여 평의 대지에 자리 잡고 있는 중촌원에는 몇 가지 특별한 것이 눈에 띈다. 입구에 있는 박형철 이사장의 <삶이란 그런 것>의 시비, <한림 박형철 녹양 이영자>라고 쓰여 진 비석에 새겨진 두 부부의 약력과 납골 묘 형태의 비석 겸 가묘. 박이사장 부모의 묘 옆에 세워진 시비형태의 색다른 비석 등이 세속의 여느 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간식 먹으며 한바탕 신명나게 놀고 있는 작가들. 오승준
증촌원 잔디밭에서 작가들의 구성진 노래와 가락 등을 안주삼고 주변 풍광과 음식을 벗 삼아 한바탕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재설 시인의 ‘산유화, 박춘심 시인의 ’흑산도 아가씨, 김재민 시인의 ‘부용산’ ‘산’, 손광은 교수의 ‘민요’ 등. 중촌원 잔디밭은 그야말로 먹고 마시고 노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느끼는 즐거움이 총 망라된 축제의 미니 콘서트 장이었다.
증촌원을 나와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이수복 시인의 시비 현장을 시찰했다. 이수복 시인의 시비는 <2008년 함평나비 엑스포>가 열리는 함평천 제방에 자리잡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한국적 “情恨(정한)” “悲哀(비애)” 시 속에 “溶解(용해)”라는 시비가 반갑게 작가들을 맞이한다.
나비 브랜드로 성공한 함평. 가는 곳 마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나비들의 천국이다. 꽃도 건물도, 시비도 모두 나비의 혼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수복 시인의 시비 앞에서. 오승준
작가들은 이수복 시인의 시비 앞에서 즉석 미니 시낭송회를 가졌다. 서원웅 시인이 '봄비', 이명란 시인이 '석류', 박정식 시인이 '봄날', 손광은 교수가 '고향의 하늘 밑에서'를 낭송했다.
특히 손광은 교수는 “이번 여행에서 이명재 교수로부터 이수복 시인의 숨겨진 시 '故鄕의 의 하늘 밑에서'를 발견한 것이 자신에게는 제일 큰 수확이요 기쁨이다”라고 흥분하며, 이 시인의 '故鄕의 하늘 밑에서'를 감동어린 목소리로 낭송하여 작가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수복 시비 앞에서 시 낭송하는 서원웅 시인. 오승준
꽃이 피었다 진자리에 돋아 난 연초록 나뭇잎은 차라리 꽃보다 아름답다. 이렇게 봄은 꽃이 피면 핀대로, 지면 진대로 아름다운 시간의 향연이다. 이제 벚꽃은 가고 철쭉, 목련, 아카시아가 오고 있다. 사람의 인생도 그러하리라.
봄꽃에 취하고, 문학에 취하고, 아름다운 동행에 취한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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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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