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겉표지 새만화책
만화 <열아홉>은 단편 모음집이다. 책 겉표지에 나오는 그림은 '열아홉'에 나오는 그리 모범적인 학교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소위 '노는' 여고생이다. 게다가 어디서 사고를 칠지 모르는 천방지축의 아이들이다.
<열아홉>의 배경에는 전체적으로 냉소적인 분위기가 깔려있다. 그렇지만 그 냉소가 다양한 일상을 아주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냉소를 한 단계 올려놓은 것 같다.
왜 스물도 아니고 '열아홉'일까? 언뜻 우리가 흔히 쓰는 아홉수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내가 결혼한 나이도 아홉수였다. 스물과 서른이 되기 전에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막연히 불안했던 아홉수. 그러고 보니 딸아이도 아홉수에 걸린 고3이다.
흘러간 유행가 가사 중에는 다분히 말랑말랑해서 몽롱하기까지 한 열아홉을 예찬하는 노래가 있다. '가만히 가만히 오세요 요리조리로 파랑새 꿈꾸는 열아홉살이에요. 가만히∼ 오세요∼' 하지만 이 책 <열아홉>에서는 그런 환타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너무나 세세하게 현실적이어서 불편하기까지 하다. 마치 아홉수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아홉수에 걸리면 속된 말로 누구도 평안히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세상이 이런 마수에 걸려 간다면 참으로 황당하거나 아찔해질 것이다. <열아홉>은 전체적으로 흑백의 색감으로 암울한 분위기가 흐른다.
그렇지만 현대의 이미지로 '엽기'나 '암울함'을 보려 한다면 이 책은 반듯한 현대인의 생활에 대해 일종의 반기를 드는 손놀림 같다. 세련되지 않은 그림체가 우선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진 듯 삐뚤거린다. 삐뚤거림은 현대의 도시문명에는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수묵화나 붓글씨 냄새가 가득한 <열아홉>의 필체는 사뭇 휘청거린다.
주인공들은 세상에서 잘 나가는 이들이 아니다. 대부분 한쪽 구석에서 비틀거리거나 빛을 보지 못하는 이들의 그늘진 세계이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술과 담배가 몸에 배어 있는 여고생들과 생리혈을 흘리고 다니며 허구한 날 담배를 구걸하는 진실이, 에이즈에 걸렸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식구들에게 미안해하는 주인공들은 환한 빛 보다는 음울한 어둠과 함께 산다.
그런 모습들이 그 사람들의 그릇된 심성으로 보기에 세상은 너무도 강한 기준과 냉혹한 한 가지 잣대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열아홉>은 읽는이로 하여금 가슴 싸한 슬픔을 확인하게 한다.
일기인 듯 만화인 듯, 저자인 '앙꼬' 자신의 경험을 세세하게 옮겨온 듯한 그림과 글들, 그리고 분위기! 이제는 도시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아련한 슬레이트 지붕을 기억하는 저자의 시선은 지금 세상의 어두운 뒷골목을 따스한 마음으로 보고 있다. 시 '기관지 병'에서 그 마음이 살짝 엿보인다.
나의 옆 사무실 직원은 기관지 병이 있다.
아침 8시 출근해서부터 저녁 6시 퇴근할 때까지
으흠-켁-으흠을 멈추지 않는다.
이 소리는 날 시험에 들게 만든다.
난 이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이 사람이 내 친구가 된다면 다음날 할 일은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다.
이 사람은 기관지병에 걸렸다.
우리는 기관지 병에 걸린다면
병원 가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으흠-켁. (본문에서)
덧붙이는 글 | 앙꼬는 1983년 겅기도 성남에서 태어났으며 노래를 부르고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며,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스케치들을 한다. 2003년부터 이곳저곳에 단편만화와 그림일기를 발표하였고, 2004년 <앙꼬의 그림일기 1>을 출간하였다.
열아홉 - 앙꼬 단편집
앙꼬 지음,
새만화책,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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