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잔디와 삶의 두려움

슬픔과 두려움은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

등록 2007.04.29 12:30수정 2007.04.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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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꽃 세상
▲환한 꽃 세상 정기상
"야 ! 환하다."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꽃 위에 꽃이 활짝 피어 있어서 눈이 부시다. 이름이 난 곳도 아니다. 마을도 아니다.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옆이다. 사람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작은 꽃밭에 꽃 잔디가 활짝 만개하였고 그 위로 철쭉꽃이 피어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화려한지 달리는 자동차를 멈추게 한다.


전북 전주에서 정읍시 원평으로 가는 지방 도로이다. 예전에는 국도 1번이었지만 이제는 뻥 뚫린 새 길에 모든 영화를 물려주고 고즈넉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는 도로다. 씽씽 달릴 수 있는 길이 아니다. 편도 1차선이니, 아주 좁은 길이다. 그래서 더욱더 마음을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좁은 도로변을 장식하고 있는 꽃들을 바라보면서 인생을 생각한다. 걸림 없이 달리는 고속도를 달리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위기를 느낄 때가 있다. 이렇게 거침없이 달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살다 보면 이런 두려움을 가끔 느끼게 된다. 원하지 않지만,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아름다운 도로
▲아름다운 도로 정기상
얻어야 할 것이 없어지면 편안해질 것이라 믿었다. 살아가는데 겪게 되는 모든 고통은 욕심으로 인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탐심을 버리기란 불가능한 줄은 안다. 그렇지만 살다보니 어느 정도 욕심을 줄일 수는 있다. 그럴 때 언뜻언뜻 스치는 생각이 있다. 그것이 바로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난 뒤의 공허에 대한 불안감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가치가 시나브로 사라지게 되고 중심을 잃어버림으로 인해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주변의 모든 인적 물적 요인들이 다 귀찮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이런 공황 상태가 지속된다면 삶에 대한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결국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이런 생각이 많아진다.

두려움
▲두려움 정기상
지방의 좁은 도로변에 있는 꽃들이 가슴에 박혔다. 살아가면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꽃을 보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꽃은 두려움이 허상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화려한 것과 마찬가지로 결국은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환상일 뿐이라는 점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순간의 감정에 자신의 마음을 현혹시키지 말라고 한다.


허상
▲허상 정기상
살다 보면 즐거움과 환희도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슬픔과 미움도 있다. 원래 무아(無我)이니, 이런 감정의 변화는 표피적인 상황일 뿐이다. 내가 없음을 직시하게 되면 표면에서 일어나는 조화가 태풍과 같이 거세다 하여도 결국은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화려한 꽃 잔디와 철쭉꽃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김제(전주에서 원평으로 가는 지방도)에서 촬영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김제(전주에서 원평으로 가는 지방도)에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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