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노는 여권 껴안기, 역부족 판단
학자 원칙 버리고 타협, 여의치 않아"

[인터뷰] '정치 조언자' 김종인 의원이 말하는 정운찬 전 총장 불출마

등록 2007.04.30 17:26수정 2007.05.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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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오후 2시 세실 레스토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오후 2시 세실 레스토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20년 인연을 맺어온, 또한 대선 출마와 과정에서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해온 김종인 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애매한 입장을 취해온 정 전 총장을 향해 'D-day'(4월 15일)를 제시하며 "그 때까지 결단하지 않으면 더 이상 도울 수 없다"고 결심을 촉구하면서도 '앞서 나가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아직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수 없다"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선출마 포기를 선언하기 전날인 29일, 정 전 총장은 김 의원을 만났다. 김 의원은 30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본인이 마음을 (출마 포기로) 굳혔다고 해서 어제 만났다"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정했으면 그 방향으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의 출마 포기 이유에 대해서는 "본인이 싫다는데 어쩌겠느냐"며 "정치에 참여하는게 본인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정치권이 따로 놀고 있고, 자기가 원칙을 지키면서 (어지러운) 정치권을 주도적으로 추슬러서 뭔가를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래서 그만뒀으면 한다는 얘기를 내게 하더라"고 전했다.

또한 김 의원은 "학자로서 나름대로 지켜온 원칙을 버려야 하고 남한테 가서 머리 숙여 타협도 해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으니까, 그럴 바에야 차라리 학자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정 전 총장이 다른 후보를 돕거나 정치활동의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김종인 의원
▲김종인 의원 오마이뉴스 남소연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정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본인이 싫다는 걸 어쩌겠나. 평소에 특별한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직접 경험을 해보니까, 정치에 참여하는 게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 사전에 상의했나.
"어제(29일) 만났다. 본인이 마음을 굳혔다고 해서…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정했으면 그 방향으로 가라고 말했다."


- 결정적인 계기는.
"한번도 정치에 참여해보지 않아서 자기 나름대로 정치에 적응해보려고 노력해봤지만 정치라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시간을 더 끌면서)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대권이라는 것이 자기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반경을 가져야 하고, 그런 행동반경을 가지려면 자기가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치권을 보면 각기 따로따로 놀고 있고…….

그런 과정에서 자기가 원칙을 지키면서 (어지러운) 정치권을 주도적으로 추슬러서 뭔가를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그만뒀으면 한다는 얘기를 내게 하더라."

- '원칙'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정당을 끌고 나가려면 여러 가지 사항들이 있지 않냐. 정치인을 해본 사람이 아니니까 학자로서 나름대로 지켜온 원칙을 버려야 하고 남한테 가서 머리 숙여 타협도 해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으니까, 그럴 바에야 차라리 학자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오후 2시 세실 레스토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정 전 총장이 대선 출마 포기선언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오후 2시 세실 레스토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정 전 총장이 대선 출마 포기선언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세력화 어렵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시작도 안해본 것 아니냐.
"시작을 해보려고 탐색을 해보니 그게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나는 잘 생각했다고 본다."

- 범여권 통합 후보로 거론되었는데 앞으로 통합 작업은 어떻게 되는 건가.
"정운찬이 범여권 후보라는 게 내가 보기엔 틀린 표현이다. 정운찬이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랬던 건 정치권의 희망일 뿐이었다. 정 총장은 자기를 (정치권이) 이용한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았다."

- 정치가 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정치가 한번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각을 가진 대통령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도 맞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들어와 보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기 적성과 또 평소 생각에 온 것과 달라서 어렵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 독자세력화 과정의 좌절인가.
"독자세력화라는 것이 정치권과 융합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 과정에서 본인이 많은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안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 앞으로라도 정치할 가능성은 없나.
"앞으로 안할 것이다. 하려면 이번에 이렇게 안하지."

- 오늘 기자회견에서 '지식인으로서 사회발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는데 혹시 다른 후보를 측면 지원할 가능성은 없나.
"측면지원도 안할 것이다."

- 정 전 총장의 후견인역을 해왔는데 다른 후보를 밀 생각인가.
"나는 이제 다른 사람 안 만난다. 내 역할은 이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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