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1일 오후 5시 55분]
얼마 전 독일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있는 한 유학생으로부터 세운상가 관련연구를 목적으로 필자에게 자문을 받기 위한 만남을 요청한 서신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4월 한 달 동안은 부득이하게 고등학교에 나가게 되어 수업준비로 직접 만나서 얘기할 여유가 없어서 지난해 인터넷 <시민의신문>에서 필자와 단국대 조명래 교수간의 세운상가 철거 관련 논쟁기사들을 참조하는 것으로 만남을 대신했다.
그렇게 한 달간의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서 필자의 졸업논문이 세운상가 관련된 주제이기도 하여 다시 글을 읽으려고 <시민의신문> 사이트를 접속했는데 이게 무슨 뜬금없는 상황인가. 수차례 접속시도에도 불구하고 “서버를 찾지 못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떴다. 그간 <시민의신문> 사태 관련 글을 몇 차례 쓰면서 사태를 주목해왔지만 수업준비만으로도 바빠서 한 달 동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었던 필자로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당혹스러웠다.
결국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오늘>의 보도기사를 통해서야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가 재창간을 위한 휴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일단은 <시사저널> 사태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먼저 비판의 대상에 대해서 구별해야 할 부분은 5월 3일에 창간되는 <시민사회신문>는 <시민의신문>을 계승한 것이라기 보다 <시민의신문>에서 일했던 ‘일부’ 기자들만이 따로 나와서 창간하는 것이고, 이미 <시민의신문>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된 상황에서 계승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이번 사이트 폐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사이트 폐쇄 인터넷 분서갱유
<시민의신문>의 신임 김영태 대표가 지난 24일 사이트를 폐쇄시킨 것에 대하여 <시민의신문> 노조위원장 이준희 기자와 <시민의신문> 전(前) 기자들은 이번 사이트 폐쇄는 사전공지 없이 경영진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행된 “인터넷 분서갱유”(<미디어오늘>4월 24일)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미 이형모 전 대표로 인하여 홍역을 치렀던 <시민의신문>이 더 이상의 악화일로를 걷지 않고, 한시바삐 정상화 되어 기자들이 투쟁을 위해 놓았던 펜을 다시 들고 기사를 쓰는 것이야 말로 최우선의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지난 27일 신문사에 남아있던 기자 3명도 해고통지를 받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 현재 진행되는 <시민의신문>의 사이트 폐쇄와 상근기자에 대한 해고통보는 신문사의 정상화 보다는 ‘청산’의 의혹이 깊다.
논문을 쓰기 위해서 <시민의신문>에 기고했던 필자의 졸고를 다시 읽어야 한다는 지극히 사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7년 가까이 <시민의신문>은 시민사회 공론장으로서 축적된 기사 아니, 그야말로 7년간의 사료들이 일순간에 증발된 이번 조치는 과유불급이다.
공론장이라는 개념은 물리학과 수학에서 다루는 현실의 진흙탕이 배제된 무균질의 공간이 아니라 땀과 피가 섞여 있는 역사성이 내재된 숨 쉬는 공간이다. 이를 무시한 쇄신 혹은 청산은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가 통제하는 당의 행정에 불리한 사건들을 삭제하고 조작하는 ‘진리성’의 숨 막히는 전체주의적인 작태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왜곡뿐만 아니라 삭제도 진리를 배반한다!
7년간의 시민사회 공론장 역사, 보존되어야 마땅하다
인터넷신문 <대자보>는 사이트 개편 과정에서 이전 체제의 기사들을 지우지 않고, ‘old site’ 형식으로 코너를 만들어 독자들이 이전 기사들을 접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언제 다시 <시민의신문> 이사회에서 복간을 추진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민의신문> 기사들을 이러한 형식으로 보존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청산되어야 할 것은 7년 동안 시민사회의 공론장 역할을 자임해왔던 <시민의신문>의 기사와 기자들이 아니라 바로 이형모 전 대표로 촉발된 회사 부실경영과 이 전 대표와 인적관계로 얽혀있는 시민사회 원로들의 <시사저널> 사태와는 대조되는 <시민의신문>사태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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