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문화원 농성장 위층에 미국 CIA 지부"

<다큐 6월항쟁> 발간 기자간담회

등록 2007.05.02 16:37수정 2007.05.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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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 맞아서 콜록콜록하니까 위에서 다 보고 있었던 거예요. 휴지를 던지는데 한 사람이 던지기 시작하니까 우르르 던지는데 마치 새가 날아오는 것처럼 떨어지더라고. 어떤 사람들은 돈을 손수건에다 넣어서 던지는데, '우리의 투쟁을 지지해 준다'는 것을 확인한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민주화 선언문 낭독 현장으로 유명한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6월민주항쟁 참여 주역들이 직접 작성한 수기와 증언을 중심으로 구성한 역사 기록 <다큐 6월항쟁>(발간위원장 지선) 발간 기자간담회가 2일 열렸다.

(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가 6월항쟁 20년을 맞아 출판하는 <다큐 6월항쟁>의 성유보 편집위원장(동의대 석좌교수)은 인사말을 통해 "한국 사회를 현대 사회에 진입시킨 6월항쟁은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이룩한 역사적인 대변혁"이라며 "6월항쟁 스무 돌에 때맞춰 이 같은 결과물이 나와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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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춘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 ⓒ 이정환

유시춘 상임편집위원(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 역시 "이번 작업을 추진하면서 6월항쟁 이후 3차례나 정권이 바뀌는 동안 제대로 된 6월항쟁 기록이 없다는 것에 무척 놀랐다"며 "단편적 기억들을 복원하는 과정이 마치 퍼즐 맞추기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문익환 목사, 계훈제 선생 등 6월항쟁에 참여하신 분 중 이미 많은 분들이 고인이 되셨고, 당시 가장 젊은 축에 속했던 나도 어느덧 5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가 됐다"면서 "더 이상 이 작업을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이 컸다"고 덧붙였다.

김병오 6월민주항쟁 20년 사업추진위원회 상임공동대표는 "역사상 연인원 5백만명이 참여한 민주화운동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6월항쟁 정신을 후대에 계승·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의문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다큐 6월항쟁>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40여명에 이르는 필자 대부분이 6월항쟁 주역들"이라는 점과 "소수 저명인사들의 '영웅사'가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의 승리라는 관점에서 기록한 민중사"임을 제시하고, "6월항쟁 당시 지역운동을 최초로 체계적·종합적으로 정리한 것 역시 중요한 의의"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날 간담회에서는 <다큐 6월항쟁> 목차가 소개됐다. 유 이사장은 미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함운경씨의 "미 문화원 농성장 바로 위층에 미국 CIA 지부가 있었다"는 증언이나 권인숙 명지대 교수가 기술한 '성고문의 충격' 등을 예로 들며 "처음 공개되는 내용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 밖에도 "일생 동안 사형 언도, 망명, 투옥, 납치, 연금 등을 되풀이해서 당하다가 6월항쟁으로 자유를 얻고 복권한 나로서는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축사와 '감옥 독방 안의 먼지와 두꺼비를 지독히 사랑하며 살아남았던 날들'이라는, 부산미 문화원 방화사건으로 5년 동안 독방생활을 해야 했던 김은숙씨 회고 등이 주요 내용으로 소개됐다.

자료집 3권, 사진집 1권을 포함해 총 4권으로 발간될 예정인 <다큐 6월항쟁>은 각 학교, 언론사, 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포함한 5천여 곳 도서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권영택 편집위원(6월항쟁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공익 목적에 따른 배포로 소요되는 재정의 일부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발간위원들의 성금으로 보충할 계획"이라며 "5월말까지 1천명의 발간위원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큐 6월항쟁>은 현재까지 1차 원고 검토와 집필이 완료된 상태며, 향후 2차 원고 검토를 거쳐 출판될 예정이다. 정식 출판 기념회는 1987년 평화대행진이 진행된 6월 26일에 열린다.

이날 간담회에는 그 밖에도 이명준 (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상임이사, 정상모 전 MBC 논설위원 등 <다큐 6월항쟁> 편집위원들이 참석했으며, 김영철 시민방송 RTV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신계륜'의 서울역 회군 비사는 사실?
<다큐 6월항쟁>은 역사 기록을 위한 전환점


<다큐 6월항쟁> 목차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가 신계륜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이 쓴 1980년 5·15 서울역 회군 결정을 둘러싼 비사다.

이와 관련, <다큐 6월항쟁>의 객관적 사실 여부를 둘러싼 질의응답이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과 편집위원들 사이에서 오고 갔다. 증언 또는 개인적 수기의 '사실 한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고, '문제 당사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객관화 작업이 어느 정도 이뤄졌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에 대해 유시춘 상임편집위원은 "토론을 거친 후 대표 저자가 기고하는 과정을 거친 지역 운동사의 경우 사실적 가치가 높다"면서 "하지만 신계륜 전 의원 수기의 경우, 개인적 경험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유보 편집위원은 "6월항쟁 관련 기록 열람을 몇 차례 요청했으나,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다큐 6월항쟁>은 역사적 진단 또는 평가를 위한 기록이라는 점에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유 상임편집위원 역시 "기록이 없는 경우 증언 또는 토론 등을 통해 사실에 접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6월항쟁에 대한 엄정한 객관 기술은 역사가의 몫이며, <다큐 6월항쟁>이 이를 위한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정환
#다큐 6월항쟁 #6월민주항쟁 #유시춘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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