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비서실장 "조폭과 일면식도 없다"

8일 경찰 출석 "납치·감금 혐의 가장 억울해"

등록 2007.05.08 14:40수정 2007.05.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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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 조직폭력팀 사무실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과 관련해서 한화그룹 경호책임자들이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 조직폭력팀 사무실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과 관련해서 한화그룹 경호책임자들이 조사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저는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만보파'라는 조직폭력배를 알지 못하고, 당일에도 그들이 같은 현장에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아무개(51) 비서실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8일 오전 11시께 남대문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 김 비서실장은 경찰 조사에 앞서 '언론에 드리는 글'을 배포하며 "억울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잠적한 적도 없고 경찰 소환에 불응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술집 종업원, 장소 이동에 흔쾌히 동의"

특히 김 비서실장은 '범서방파' 전직 행동대장으로 알려진 오아무개(54)씨와 "일면식도 없다"며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경찰은 김 비서실장이 D토건 사장 김아무개(49)씨와 전직 조폭 오씨에게 인력 동원을 요청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그는 이날 오전 경찰에 출석해 조사에 응한 이유에 대해 "최근 경찰과 언론이 제가 협력업체를 빙자한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였다거나 심지어는 평생 지금까지 일면식도 없는 조직폭력배와 사건 당일 저녁식사를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였다는 등 어이없는 발표와 보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비서실장은 오씨가 두목으로 있던 폭력조직 '만보파(맘보파)'를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일보>는 8일 경찰 확인을 통해 "김 비서실장이 사건 당일 청담동 고급 음식점에서 오씨와 전직 서방파 출신 음식점 주인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김 비서실장의 해명은 이와 상반되고 있어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납치·감금한 것 같이 보도돼 억울하다"


김 비서실장은 '납치ㆍ감금'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사건 관계자로서 가장 억울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마치 저희 일행이 북창동 종업원들을 납치, 감금하여 폭행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북창동 술집 종업원들은 장소 이동에 대해 흔쾌히 동의했고, 차안에서 자유롭게 담배도 피우고 휴대폰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카니발 안에는 우리 측은 운전기사와 직원 1명만이 앞자리에 탑승했고 북창동 종업원 4명은 뒷자리에 탑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그 사람들이 피하려고 하였다면 순식간에 자동차를 빼앗을 수 있는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김 비서실장이 언론에 보낸 글 전문.

<한화그룹 비서실장이 언론에게 드리는 글>

1. 저는 한화그룹의 비서실장으로 근무 중인 김OO입니다. 저는 김승연 회장님에 대한 소위 '보복폭행사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매일 저희 집에서 한화본사 빌딩의 제 사무실에 출근해 정상근무 하였고, 지방 출장 한 번 가지 않았습니다.

2. 그런데, 저는 최근 언론에서 제가 마치 수사를 피하여 잠적을 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황당하여 어이가 없었습니다. 왜, 어떤 근거로, 확인도 해보지 않고 그러한 기사가 언론에서 나오고 있는지 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 오전에 경찰에 자진하여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알렸습니다.

경찰에서는 처음에는 소환할 계획이 없다고 하다가 어제 오후에는 갑자기 2시간 내로 나와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사업상 중요한 스케줄이 이미 잡혀있어 오늘 11시에 출석하기로 한 것입니다.

3. 제가 오늘 출석하여 진술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최근 경찰과 언론이 제가 협력업체를 빙자한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였다거나 심지어는 평생 지금까지 일면식도 없는 조직폭력배와 사건 당일 저녁식사를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였다는 등 어이없는 발표와 보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만보파라는 조직폭력배를 알지 못하고, 당일에도 그들이 같은 현장에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는 제가 하지도 않은 일들이 어떻게 수사중이고 또 그 사실이 어떻게 특정 언론을 통하여 흘러나오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4. 저는 솔직히 사건 당일 상황에 대하여 나름대로 많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아직까지 한 번도 수사를 받지 않은 것은 우선은 경찰에서 한 번도 소환하지 않았던 때문이고, 또 다른 직원들이 저를 사건에 관여한 사람으로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 또한, 저는 최근 경찰이 몰아치기식 수사를 지양하고 검찰로부터 수사지휘를 받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였습니다. 또 경찰에서 항상 변할 수 있고 믿기 어려운 피해자들의 일방적 진술보다는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이제는 경찰 수사도 지금까지의 불공정했던 수사행태를 벗어나 어느 정도 공정하게 진행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6. 그래서 저는 이번 경찰 조사에서 그동안 경찰수사를 믿지 못하여 우리 직원들이 다소 솔직하게 진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도 진술을 하고자 합니다. 최근 경찰수사와 언론 발표를 보면서 진실이 너무나 왜곡되어 있어 사건 관계자인 저마저도 혼란스러울 정도였으나,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사실관계를 정리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7. 제가 사건 관계자로서 가장 억울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마치 저희 일행이 북창동 종업원들을 납치, 감금하여 폭행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시 북창동 술집 종업원들은 장소 이동에 대해 흔쾌히 동의하였고, 차안에서 자유롭게 담배도 피우고 휴대폰을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카니발 안에는 우리 측은 운전기사와 직원 1명만이 앞자리에 탑승하였고 북창동 종업원 4명은 뒷자리에 탑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그 사람들이 피하려고 하였다면 순식간에 자동차를 빼앗을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2007. 5.8 김OO
#김승연 #한화 #보복폭행 #비서실장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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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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