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사과만 하면 되는 줄만 알았다
지금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는 느낌"

[보복폭행] 피해 종업원들 '육성 고백'

등록 2007.05.08 20:42수정 2007.05.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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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월 29일 보복폭행과 관련해서 남대문경찰서에서 소환조사를 받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밤 10시 40분경 폭행을 당한 북창동 oo클럽 종업원들이 조사실로 들어가고 있다. 남대문경찰서장은 브리핑을 통해 종업원들이 '식별실'에서 김 회장을 자신들을 폭행한 가해자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4월 29일 보복폭행과 관련해서 남대문경찰서에서 소환조사를 받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밤 10시 40분경 폭행을 당한 북창동 oo클럽 종업원들이 조사실로 들어가고 있다. 남대문경찰서장은 브리핑을 통해 종업원들이 '식별실'에서 김 회장을 자신들을 폭행한 가해자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괜히 연관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지금은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

김승연 회장 등 한화그룹 관계자들의 혐의 부인으로 '보복폭행' 수사가 난항을 겪게 되자 피해자들이 직접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장 조아무개(41)씨 등 북창동 S클럽 종업원 6명은 8일 오후 5시40분께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앞에서 기자들을 공개적으로 만나 "김 회장으로부터 직접 폭행을 당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기자들의 눈에 비친 '보복폭행' 피해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의 밤무대를 일터 삼아 살아온 '험한' 사내들도 정확히 한 달 전 맛본 돈과 권력의 위력 앞에서 떨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피해자들과 경찰은 얼굴을 드러내는 것만큼은 한사코 거부했다.

종업원들 "뭐든지 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현재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한 종업원은 "파리 목숨보다 못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종업원들은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폭행 혐의를 부인한 김승연 회장과 비서실장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종업원들이 장소이동에 흔쾌히 응했고 차안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휴대폰 통화를 했다"는 한화그룹 비서실장의 주장에 대해 종업원들은 되레 화를 냈다.


한 종업원은 "그런 사실은 전혀 근거가 없는 설"이라고 일축했고, 다른 종업원은 "맞으러 가는 사람이 어떻게 담배 피우고 전화하고 그러겠느냐"고 반박했다.

김 회장이 현장에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종업원들 모두의 진술이 일치했다. 한 종업원은 "사건 당일 (G가라오케) 직원으로부터 김 회장 둘째 아들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우리는 가서) 사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계산에 갔을 때) 아들이 아버지라고 하는데, 누가 아버지라면 당연히 아빠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범서방파' 출신 전직 조폭 행동대장이었던 오아무개(54)씨가 있었느냐는 점은 피해자 진술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종업원들은 "현장에서 오씨를 봤느냐"는 물음에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피해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진실 규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 종업원은 재벌 회장의 '물질만능주의'를 적나라하게 꼬집기도 했다.

"뭐든지 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진실을 꼭 밝힐 수 있게끔 나라에서 잘 조정을 했으면 좋겠다."

다음은 S클럽 종업원들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 지금 심경이 어떤가.
"불안하고 무섭고…. 이 사건에 괜히 연관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솔직하게 파리 목숨보다 못한 그런 입장이다."

- 김 회장은 때린 적도 없고 청계산에 간 적도 없다는데.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걸 믿는다. 뭐든지 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진실을 꼭 밝힐 수 있게 나라에서 잘 조정을 했으면 좋겠다."

- 김 비서실장은 (종업원들) 동의를 받고 좋은 분위기서 데려갔다는데.
"우리가 가자고 해서 갔다? 그런 사실은 전혀 근거 없는 설이다. 끌려갈 당시에는 솔직하게 반반이었다. 어디 납치당하지 않겠냐. 아니면 회장님이니까 좋은데 가서 밥 먹고 헤어지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했다. 당시 있었던 사람 아니면 모를 것이다.

담배피고 그런 상황이었으면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직원하고 통화를 하고 갔지…. 맞으러 가는 사람이 어떻게 담배도 피우고 전화도 하고 그러겠느냐."

- '범서방파' 출신으로 알려진 오아무개씨가 있었나.
"잘 모르겠다."

- 한화쪽으로부터 입막음 시도는.
"그런 사실도 없다."

- 협박이나 회유도 없었나.
"그날 사건 이후 다 피해있었다. 그쪽하고 접촉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 북창동에서 출동한 경찰을 봤나.
"보긴 봤다."

- 김 회장은 당시 어디 있었나.
"모르겠다."

- (폭행한 사람이) 김 회장이 맞는지 어떻게 확신하나.
"처음 갈 때부터 가스통 직원한테 김 회장 둘째아들이라고 얘기를 들었고 사과만 하면 되는 건줄 알았다. (청계산에서) 아들이 '아버지' 그러는데, 누가 아버지라고 하는데 당연히 아빠 아니냐."

- 같이 청계산에도 갔다는 것이냐.
"예. 두 사람 다 청계산 갔다."

- 누구한테 맞았나.
"저희는 아버지한테만 맞았다. 김 회장한테 맞았다."(종업원 조아무개)

"최종적으로 북창동 S클럽에 찾아왔을 때 내가 아들한테 맞았다. 아들한테만 맞았다. 진술 그대로 진실 그대로 주먹과 발로 폭행당했다. 청계산 같이 간 일행은 회장한테 많이 맞은 것으로 봤다."(윤아무개 영업전무)

"우리는 진술을 다 했다. 거짓말 탐지기까지 했는데 피해자가 원래 먼저 하는게 아니라고 들었는데…. 사실 그대로 다 말했다. 거짓말탐지기 거부감 없이. 그쪽(김승연 회장측)에서는 왜 거부하고 그러는지…. 말이 되느냐."(또 다른 종업원 조아무개)

- 압수수색된 사진 중에 청계산에 있던 사람이 있었나.
"어두워서 모르겠다."

- 마지막으로 조폭이 있었나.
"우리는 (광역수사대로)들어가야 한다. 모두 사실이고 나중에 정확하게 밝혀질 거니까 이제 그만하자."
#김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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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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