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부패한 상처를 안고 가는 인간의 자화상

[리뷰] 김동현 감독의 <상어>

07.05.30 14:08최종업데이트07.05.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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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바다 위로 흐르는 한줄기 빛

ⓒ (주)인디스토리
무더위의 몽환처럼 영화 <상어>의 전편을 흐르는 정서들은 부패한 상어처럼 신산하다. 김동현 감독이 보여주는 치유의 판타지는 세계를 충실히 반영하면서도 자기구원을 염원하는 인간에 한줄기 희망의 빛을 남긴다.

<상어>는 신선한 연출력으로 한국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상어>는 2005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을 시작으로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았으며, 신작 <처음 만난 사람들>이 크랭크업 된 시점을 즈음하며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 2년 만에 개봉되었다.

영화는 막 출소한 유수(홍승일)가 가족을 찾아 대구로 무작정 내려가고, 어부인 영철(구성환)이 자신이 잡은 백상어 한 마리를 고향 친구인 준구(홍기준)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섬에 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를 통해 연관성 없는 개개 인물들이 하나의 지점에서 우연히 조우하게 됨으로써 서사는 하나의 접점을 이루며 확장해 나아간다.

갈 곳이 없어 더위를 피하지 못한 채 미친여자의 행동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하는 유수의 현실은 이들의 만남을 필연적으로 돌려놓는다. 노름에 빠져 영철을 낯선 도시 한복판을 헤매이게 하는 준구 역시 마찬가지다.

집단강간을 당한 뒤 이성을 잃고 배회하는 은숙(김미야)이 영철의 가방 속에서 썪고 있는 상어의 냄새를 사산한 자신의 아기로 착각하며 뒤쫓는다는 설정은 영화 전체를 구축함과 동시에 하나의 상징을 드러내기 충분하다. 그들은 메마른 바다 같은 도시의 아스팔트 위를 떠돈다.

대도시의 폭염 속에서 부패하고 있는 백상어를 통해 영화는 단조롭지만 강력한 이미지를 남긴다. <상어>는 인물들의 세부적인 정보를 생략하는 대신에 그 자리에 문학적 상징과 은유로 채우고 있으며 이를 전체의 주체로 응집시키는 연출력을 보인다.

상어는 왜 여기까지 오게되었나

ⓒ (주)인디스토리
<상어>는 대구의 폭염이 하나의 장치로 작용한다. 오늘은 43도라서 48도의 어제보다 서늘하다는 대구의 더위는 현실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새롭고 낯선 영화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도무지 견디기 힘들 것 같은 더위는 도시 문명 속에서 척박한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삶의 단면과 같으며, 이는 리얼리즘 경향을 띄면서도 영화 전반의 몽환의 기조를 풍기는데 일조한다.

로케이션 헌팅이 돋보이는 <상어>는 대구의 지역색을 영화속에 자연스럽게 융화시킨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낙후된 장소만을 택하면서 영화의 배경을 통해 상징을 심화해 나간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속 인물들의 주변부적인 속성을 부각시키며, 대상의 어우러짐을 창출하고 있다.

그것은 '너'이거나, '나'인...

ⓒ (주)인디스토리
은숙이 품고 내려놓지 않으려는 상어는 스스로가 끌어안고 가는 상처이자 현실속에서 부패하고 있는 인간의 자화상이다.

방에 누워 상어의 썩어가는 악취가 자신의 시신으로부터 풍기고 있다는 망상에 시달리는 유수 아버지의 에피소드 역시 더위가 야기하는 무기력함과 인간의 근원적 고독이 어우러지며 현실과 환의 경계를 낯선 감각으로 건드린다.

영철 또한 섬에서 도시로의 외출을 통해 세상의 부패한 단면을 엿보게 된다. 그러나 감독은 척박한 삶이 야기하는 현상들에 대해 어떠한 잣대도 들이대지 않는다. 삶 속에 존재하는 지난한 면면들을 고스란히 훑어내려는 그의 시선엔 인간에 대한 연민을 읽게 하는 힘이 있다.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상어를 통해 저마다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상어는 그럼으로 '너' 이거나 '나'이다. 우리는 그것을 향해 구원을 갈망하는 지난한 몸짓으로 뒤쫓는다. 제 모습을 잃고 부패하고 있는 현실부터 본디로 되돌아가길 염원하는 원형적 희망을 품은 채.

돌아가거나, 남겨지다

ⓒ (주)인디스토리
한낮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사건의 국면들이 밤중에 내리는 비를 통해 일대의 전환을 이루기 시작하는데 극으로 치닫는 숨이 막힐 듯한 열기가 소강되면서 인물들이 제 각각 마주해야 할 지점과 대면한다. 그러나 갈증의 해소 뒤에 온전한 희망만이 남겨지는 것은 아니다. <상어>속 인물들은 되돌아가거나 되돌아가길 소원한다.

영화가 삼고자하는 화두는 치유와 회기이다. 감독은 한 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치유의 판타지를 남기면서도 삶을 희망만으로 왜곡하지 않는다. 유수는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와 조우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행복과 비극이 중첩된 삶 자체의 아이러니함을 극명하게 드러내면서 절망 속에서도 살아있음의 희망을 일깨운다.
2007-05-30 14:08 ⓒ 2007 OhmyNews
상어 김동현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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