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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집을 떠날 수 없는 혼령들의 절규

옥사이드 팽 천·대니 팽 감독의 <메신저-죽은자들의 경고>

07.06.05 21:04최종업데이트07.06.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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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공포 영화의 흥행 기상도가 심상치 않다. <전설의 고향>과 <데스 워터>가 구름만 잔뜩 몰고 오더니, 기대를 모았던 <메신저-죽은자들의 경고>마저 한줌의 햇빛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러다가 공포 영화의 제작자들이 귀신이 되어 극장 안을 떠도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그 귀신들 중에서 '샘 레이미'도 보게 될 것이다.
 샘 레이미가 제작한 <메신저 - 죽은자들의 경고>
ⓒ (주)프라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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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 죽은자들의 경고>는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샘 레이미'가 제작했다. '시미즈 다카시'를 할리우드로 불러들여 <그루지>를 만들었던 '샘 레이미'는 이번엔 태국의 재능 있는 쌍둥이 형제 감독인 '옥사이드 팽 천'과 '대니 팽' 감독을 불러들여 <메신저>의 연출을 맡겼다. '옥사이드 팽 천'과 '대니 팽' 형제는 데뷔작 <방콕 데인저러스>로 태국의 영화상을 휩쓴 뒤, <디아이>를 만들면서 다시 한 번 그 재능을 인정받았던 감독이다. 각막 이식 수술 이후 죽은자들을 보게 된다는 내용의 <디아이>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영화였다. 이들에게 할리우드는 공포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어떤 토양이 됐을까? <메신저>의 공포, 그 무언가의 정체는? 시카고를 떠나 시골의 인적 드문 농장으로 이사 온 '제스' 가족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의욕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첫날부터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 일들이 발생한다. 집안 구석구석의 불길한 흔적들. 엄마 '데니스'는 벽의 얼룩을 닦지만 다음날이면 다시 그대로이고, 집 주위의 까마귀들은 불길하게 울어댄다. 기이한 일들은 유독 '제스'에게 일어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습격을 받은 제스는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간다. 그러나 의사는 제스가 자해를 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아무리 이사를 가야한다고 제스가 말을 해도 부모는 제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중 '제스'는 이사 온 집의 끔찍한 사연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온 집안이 공포에 휩싸인 다음이다. <메신저>는 제스 가족보다 먼저 그 집에 살던 어느 가족의 끔찍한 최후에서 시작한다. 흑백으로 펼쳐지는 잔혹한 풍경 속에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 겁에 질린 사람들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면서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 '무언가'의 정체는 그 집에서 다시 반복될 제스 가족의 수난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죽은 자들의 경고? 그게 어디 있는데? 봉준호 감독이 어느 날 한강철교의 교각 위를 기어오르는 괴생물체를 보고 <괴물>을 떠올린 것처럼, <메신저>는 대낮에 친구들과 길을 걷던 '옥 사이드 팽 천' 감독이 형체 없는 그림자가 걸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처음 구상하게 된 영화다.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던 <디아이>처럼 <메신저>의 출발 또한 기이함 체험이 가져다주는 독창적인 발상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영화의 토양을 미국으로 옮기면서 기존 작품에서 '옥사이드 팽 천', '대니 팽' 감독이 보여줬던 개성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미국 영화의 영원한 주제에 함몰된 듯, 가족간의 이해 부족에서 오는 이 영화의 유일한 갈등은 어쩐지 장르를 잘못 선택한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을 준다. 뭔가 근사한 호러 영화가 탄생될 것만 같던 초반이 지나고 나면, J호러를 떠올리게 하는 귀신들과 뭔가 있을 것처럼 등장했다가 아무런 구실로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부동산 중개업자처럼 영화는 싱거운 결말을 향해 흘러간다. '죽은 자들의 경고'라는 제목이 풍기는 뉘앙스처럼 뭔가 그럴싸한 메시지가 튀어나올 법도 한데 <메신저>는 끝내 묵묵부답으로 막을 내린다. 기존 하우스 호러 답습한 <메신저>
 제스 가족은 시골의 농장으로 이사간 후 끔찍한 과거의 어느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 (주)프라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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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죽은 자들의 경고>는 기존 하우스 호러들이 보여준 것들을 그대로 답습한다. '옥사이드 팽 천'과 '대니 팽' 감독이 왜 할리우드에 갔는지, 아니 그보다는 '샘 레이미'가 왜 이들을 불러들여 기껏 기존의 공포 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작품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귀신의 원한이 풀리고 <메신저>는 마치 로맨틱 코미디처럼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가장 서늘한 순간은 원한에 휩싸인 혼령을 볼 때가 아니라, 제스 가족이 '정체불명의 그 대상'에게 "우리는 너의 가족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몇 해 전 그 집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부분은, 결국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 이 영화에서 그 '괴물 같은 존재'의 황량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기 때문이다. <메신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제스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다. 지난 2002년 <패닉룸>에서 조디 포스터의 딸로 열연을 했던 그 소녀가 벌써 이렇게 컸다. <패닉룸>이후 샤론 스톤이 주연한 <콜드 크릭>과 모험영화 <자투라-스페이스 어드벤처>를 거쳐 <메신저>에서 귀신들린 집과 마주하는 소녀를 인상 깊게 연기해냈다.

메신저 샘레이미 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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