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역 주변 풍경. 늘어선 단층 건물들과 난전을 벌이고 있는 할머니 모습이 정겹다. 이나영
며칠 전, 할머니의 병환 소식을 듣고 망설이다 기차에 올랐다. 내가 가지 않은 그동안 청도는 소싸움 등으로 유명한 곳이 되었기에 많이 변했으리라 짐작했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너무나 많았고, 잊은 줄 알았던 많은 기억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결국 오래된 대합실에 기대어 서서 한참을 울었다. 병든 노모의 곁을 지키지도 못하는 돌아가신 어미의 안타까운 마음을 느꼈고, 나 자신의 아픔밖에 볼 수 없었던 내 지난날의 이기심을 반성했다. 또한 그 아련한 시간들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이 못내 서러웠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아직 너무 어린 나를 두고 무책임하게 떠나신 어머니를 원망했었다. 효도 한 번 할 수 없게 서둘러 떠나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죄책감도 느꼈다.
이번에 홀로 청도로 오는 기차 안에서는, 내가 좀 더 자리 잡고 성공하기 전에 할머니가 떠나실까 봐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어머니께 못다 한 효도까지 할머니께 다 하겠노라는 어설픈 다짐도 했었다.
하지만 한참을 울고 나서 문득 깨달았다. 시간이 나를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그때까지 모든 것을 미뤄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 했던가. '나중'이 아니라 '지금' 무언가를 해야 함을 새롭게 깨달으며,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는 힘겹게 청도역을 나섰다.
덧붙이는 글 | <철도와 함께 떠나는 여행> 응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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