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주가조작 알았나? 몰랐나?

'BBK 의혹' 5가지 쟁점... 이명박측 "김경준이 관리, 속았다"

등록 2007.06.11 21:50수정 2007.06.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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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11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재미교포인 김경준씨와 함께 BBK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옵셔널벤처스(구 광은창투)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11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재미교포인 김경준씨와 함께 BBK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옵셔널벤처스(구 광은창투)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박영선·송영길 의원이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가 '금융사기' 회사 BBK 경영과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명박 캠프는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를 흠집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기록 및 미국 법원 소송 자료 등을 근거로 이 후보의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문함에 따라 사건의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평소 같으면 여당의 공세에 공동 대응했어야 할 박근혜 캠프 소속 의원들이 당내 경선이라는 '외다무 다리'의 결투를 앞두고 '관망세'를 유지하는 등 이번 사건이 과거 대선때와 달리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의 공방과 별개로, 이번 사건이 워낙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터라 일반인들이 사건의 핵심을 집어내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오마이뉴스>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제기한 쟁점을 5가지로 정리한 뒤 이명박 캠프의 해명을 들어봤다.

① 이명박은 LK이뱅크의 주가조작 관여를 알았나? 몰랐나?

현재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준은 공금 횡령과 주가조작 관련 혐의를 받고 있다.

김경준이 대표이사를 맡았던 옵셔널벤처스는 2000년 12월부터 2002년 3월까지 BBK와 LK이뱅크 등 38개 법인 계좌를 이용해 107회에 걸쳐 주가 조작을 벌인다. (고가매수 61만 주, 가장매매 1302만 주, 허수매매 3545만 주)


이중 LK이뱅크는 2000년 2월 이 후보가 김경준과 함께 설립한 회사이고, 이 후보는 이듬해 4월 LK이뱅크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김경준과 이 회사를 공동 운영했다. 검찰 조서에는 김경준이 주가조작을 했던 트레이딩룸이 LK이뱅크와 BBK이 공동 사무실로 사용했던 삼성생명 17층에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박영선 의원이 MBC 경제부 기자였던 2000년 12월 이 후보를 인터뷰했던 바로 그 장소다.

a 검찰이 미국 사법당국에 보낸 김경준 상대 범죄인 인도요청서에 첨부한 가장매매 내역 일부. 이 후보가 공동 대표로 있었던 LK이뱅크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

검찰이 미국 사법당국에 보낸 김경준 상대 범죄인 인도요청서에 첨부한 가장매매 내역 일부. 이 후보가 공동 대표로 있었던 LK이뱅크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

이 후보는 김경준의 사기 행각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박영선 의원은 "김씨가 이 후보와 함께 공동 경영한 LK이뱅크의 계좌를 이용해 근 2년간 주가 조작을 벌이고 있었음을 이 후보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김경준과 함께 새로운 금융회사를 세우기 위해 노력중이었던 이 후보가 LK이뱅크의 공동대표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자본금 관련 계좌는 김경준이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대로라면, 이 후보는 공동대표로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 김경준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전혀 몰랐던 셈이다. 송영길 의원은 "소위 '경제전문가'라는 사람이 한참이나 어린 김경준에게 이토록 철저히 속을 수 있었냐"고 반문했다.

②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이명박 캠프에 대거 포진?

BBK와 LK이뱅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당시 사건에 연루된 일부 인사들이 이 후보를 여전히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BBK의 2000년 투자운용전문인력 중에 이 후보의 대학선배 김백준씨가 포함된 사실은 <주간동아>의 최근 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박 의원은 "김백준의 당시 직책이 리스크 매니저(risk manager)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주장했다. 김백준이 리스크 매니저를 맡고 있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도 BBK 명의 계좌로 이뤄진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a 김경준이 2000년 5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투자운용전문인력' 현황. 김백준이 리스크 매니저로 등록된 것에 대해 이명박 후보 측은 "김경준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준이 2000년 5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투자운용전문인력' 현황. 김백준이 리스크 매니저로 등록된 것에 대해 이명박 후보 측은 "김경준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 여비서 출신으로, 지금도 이명박 캠프에서 그의 메시지를 정리하는 일을 하는 이모씨는 2001년 7월부터 옵셔널벤처스에서 주식주문을 입력하고 주식매매 대금을 결제하는 일을 맡았다. 옵셔널벤처스의 자금·통장·인장을 관리했던 오모(당시 차장)씨가 2004년 9월 변호사 입회하에 쓴 자술서에 따르면, 이씨가 오씨와 함께 옵셔널벤처스의 자금 관련 업무를 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김백준씨가 LK이뱅크와 EBK증권중개의 설립준비에만 관여했을 뿐, BBK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모씨에 대해서는 "LK이뱅크 대표이사의 비서로 채용되어 일해오다가 LK이뱅크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옵셔널벤처스로 자리를 옮겨 일한 것 뿐이며 그 과정에서 김경준의 지시에 따라 단순한 업무를 취급했다"고 변호했다. 법률지원단의 은진수 변호사는 "김경준이 주가조직을 할 때 여직원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일을 시켰겠나? 여직원은 (사장이) 그냥 팔라면 팔고 사라면 사는 일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③ 이명박은 왜 LK이뱅크를 청산하지 않았나?

a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11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재미교포인 김경준씨와 함께 BBK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옵셔널벤처스(구 광은창투)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11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재미교포인 김경준씨와 함께 BBK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옵셔널벤처스(구 광은창투)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후보는 아직도 자본금 30억원을 고스란히 LK이뱅크에 출자하고 있다. LK이뱅크의 2007년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대표이사는 이 후보의 대학동창 안모씨, 이사는 김백준씨, 감사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명박 캠프의 언론대책팀에서 활동했던 이모씨가 포진되어 있다. LK이뱅크로 곤욕을 치렀던 이 후보가 아직도 LK이뱅크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측근들을 경영진에 남겨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만하다.

또한, LK이뱅크(2000년 2월 제정)와 BBK(2000년 5월 개정), E뱅크증권중개(2000년 6월 제정)에는 이사회 결의와 관련해 동일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박영선 의원은 이에 대해 "이 후보가 3개사의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LK이뱅크 정관을 먼저 만든 뒤 BBK 정관을 수정하고 e뱅크증권중개 정관을 만든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이 후보와 LK이뱅크의 관계에 대해 "김경준과의 소송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LK이뱅크의 주식을 아직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만 아니라면, 진즉 청산했을 업체라는 얘기다.

이명박 캠프는 "LK이뱅크와 BBK, e뱅크증권중개의 정관도 모두 김경준이 멋대로 조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99년 4월 금감원에 제출된 BBK 정관에는 김경준이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 데 반해 2000년 5월 정관에는 이 후보가 이사회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새로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2000년 5월이면 이 후보와 김경준이 한창 '밀월' 관계를 맺고 있던 시절이어서 김경준이 왜 자신의 경영권 방어에 불리한 조항을 정관에 포함시켰는지 의문으로 남는다. 은진수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정관을) 위조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고 반문했다.

a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의 발언중지를 요구하며 거칠게 항의하는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을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제지하고 있다. 왼쪽 아래 답변석에 서있는 사람은 김성호 법무부 장관.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의 발언중지를 요구하며 거칠게 항의하는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을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제지하고 있다. 왼쪽 아래 답변석에 서있는 사람은 김성호 법무부 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④ 검찰 수사 결과는 이명박의 '면죄부'인가?

이명박 캠프는 이 후보와 김경준 사건의 관련의혹이 나올 때마다 "검찰 수사에서 이 후보가 무혐의라는 게 드러났다"고 말해왔다. 2001년 10월 반도체업체 심텍의 김경준·이명박 고소 사건을 수사했던 김인원 검사(법무연수원 교수)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시장은 이름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동그라미' 하나도 안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김경준·이명박에게 소송을 걸었던 심텍은 김경준으로부터 투자금을 돌려받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고소를 취하했고, 이 후보에게도 '혐의 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옵셔널벤처로부터 돈을 뜯긴 소액투자자들의 김경준 고소 건은 '기소 중지' 상태로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한국 송환을 거부하는 김경준이 귀국한 뒤 이 후보와 관련된 물증을 제시한다면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될 공산이 높다.

송영길 의원은 "검찰이 (소액투자 사기) 수사에 착수한 것은 2002년 3월로, 이명박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시점"이라며 검찰의 정치인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는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김인원 검사의 '부실수사' 전력도 거론됐다. 이 후보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김 검사가 2000년 5월 권력형 비리 사건의 장본인 이용호를 긴급체포하고도 불입건 처리했다가 이듬해 검찰로 하여금 사건의 전면 재수사를 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용호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 끝에 검찰이 결국 특감을 했고, 김 검사는 이용호에 대한 추가조사를 소홀히 하고 사건을 조기 종결시켰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의 경고까지 받았다.

2001년 12월 전세호 심텍 사장이 검찰에 체포된 김경준을 만나는 자리에서 당시 사건을 맡은 검사가 자리를 피해주며 양자에게 '합의'를 주문했고, 김경준이 며칠 뒤 미상환 원금 30억원과 위로금 11억원을 돌려줬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영선 의원은 "돈을 안 주려고 했던 김경준이 원금 이외에 11억원의 위로금까지 얹어준 게 이상하다, 검찰이 미심쩍은 자금의 출처에 대해 계좌 추적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a 미국 재판 기록에서 김경준이 적시한 '이명박의 세 가지 약속'. 이 후보 측은 김경준의 날조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미국 재판 기록에서 김경준이 적시한 '이명박의 세 가지 약속'. 이 후보 측은 김경준의 날조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⑤ 김경준은 왜 이명박을 고소했나?

무소속 최재천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측은 김경준과 그의 누나 에리카 김 등을 상대로 총 4건의 소송을 걸었는데 김경준도 이 후보와 김백준에게 맞고소를 한 게 1건 있다고 한다.

김경준은 "이 후보가 책임 있는 관리자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 후보가 99년 자신과 했던 세 가지 약속을 고소장에서 언급했다.

1. 정치가로서 다시 재기하지 않고 사업가로서 남겠다.
2. 이명박씨는 이 사업의 '사일런트 파트너(Silent Partner)' 즉, 배후 동업자로서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하겠다.
3. 의사결정권자인 이명박씨는 이 회사 투자자는 모두 이명박 전 시장의 친인적과 친구들이기 때문에 투자자와의 사이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 전 시장 자신이 개인적으로 해결할 것이고, 김경준에게 책임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의 은진수 변호사는 "김경준이 이 후보에게 민사소송을 걸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김경준이 고소장을 준비해놓고도 당사자에게 송달도 하지 않았다"며 "심리조차 되지 않은 민사 고소장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가 김경준과 했다는 '세 가지 약속'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a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과 은진수 변호사는 11일 오후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전형적인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했다.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과 은진수 변호사는 11일 오후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전형적인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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